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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단호한시선] 그 ‘무고(誣告)’는 ‘무고(無辜)’하지 않다-오태완·양천구의회의 성폭력 무고 구조 왜곡에 부쳐
  • 20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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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고(誣告)’는 ‘무고(無辜)’하지 않다-오태완·양천구의회의 성폭력 무고 구조 왜곡에 부쳐



2026년 1월 13일, 오태완 경상남도 의령군수는 강제추행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한 ‘무고’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고소하자 그는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부인하고, 무고죄와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오 군수의 무고 고소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 강제추행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럼에도 오태완 군수는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제약 없이 출마, 당선되었다. 임기 중 강제추행 재판 1, 2, 3심 모두 유죄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 모든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성폭력 가해자가 ‘여성이 거짓말을 한다’라며 ‘억울한 성폭력 무고 피해자’를 자처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이것이다. 그 ‘무고’는 ‘무고’하지 않다. 강제추행 행위를 덮으려고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것이야말로 '무고'다.


유사한 사례로 ‘합의한 관계인데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려 했다’라고 허위 신고한 성폭력 가해자가 무고죄로 기소되었다. 또, 2020년 5월에는 무고죄로 역고소당한 성폭력 피해자가 1심에서 법정 구속돼 온갖 추문의 대상이 되었지만, 2023년 대법원에서야 무죄 판결을 받아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모두 피해자가 끝내 진실을 인정받아 승리하였지만, 그 과정을 보면 무고의 구조가 어떻게 성폭력 피해자를 입막음하는 제도로 기능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죄로 역고소당할까 우려하거나, 역고소 피의자가 되었다는 상담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여성단체는 오래전부터 무고죄가 사법 시장의 가해자 ‘방어 패키지’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변호사를 선임할 자원이 있는 가해자에게 무고죄는 피해자를 압박하고 침묵시키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반면 피해자에게 무고죄는 법적 대응을 시작하기도 전에 압박하는 수단으로 또 다른 폭력이 되었다. ‘피해자다움’이라는 잘못된 통념을 강요하는 사회가 성폭력의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김으로써 무고죄를 성립시켜 왔다. 성폭력 사건 중 무고로 인정된 비율은 고작 0.42%이지만, 오래 묵은 ‘꽃뱀’ 서사는 저물지 않았다. '역차별'이 존재한다며 이를 해소하겠다는 정치권의 대처는 피해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확산하고, 억울한 성범죄 누명이라는 가해자의 언어가 강고하게 자리잡도록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등장한 '성폭력 무고죄 강화'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국무회의에서 꺼낸 '역차별'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남초 커뮤니티는 꾸준히 ‘억울한 무고’와 ‘역차별’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주장과 다르다. 정치는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는커녕 왜곡된 무고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2025년 12월, 서울시 양천구의회는 무고 피해자를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 조례 대상으로 추가하는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원래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피해자 지원 조례에 '무고 피해자'를 추가한 의도가 무엇인가. 해당 개정조례안에 대한 보도는 "특히 성범죄 무고 피해자들이 겪는 (...) 극심한 신체정신적 고통을 고려해 심리상담 및 치료회복 지원을 신설, 제도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라고 받아쓰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국민의힘 황민철 양천구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후보 시절 청년특보로도 활동했다.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청년 정책으로 '성범죄 무고죄 강화'를 공약했던 윤석열이 파면되었지만, 그의 안티페미니즘 정치가 여전히 기초자치단체에서부터 흐르고 있다.


‘진짜 무고’를 보려면, 성폭력 피해자가 낸 용기에 성폭력 가해자가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현실을 봐야 한다. 현실의 무고는 권력 있는 가해자의 방어 수단으로 상품화되었고, 무차별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정부는, 수사기관은, 법원은 이 현실을 보고 있는가? 

정치는 ‘무고죄 강화’가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공론화할 수 있는 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오태완 경상남도 의령군수는 즉각 사퇴하라! 양천구의회는 당장 조례 철회하라! 성폭력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는 무고로 정당한 증언을 가로막지 말라!


2026.1.30.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