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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목)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안녕하세요, 소설모임을 사랑하는 회원 당고입니다.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졸속으로 통과된 다음 날 모인 소설모임 멤버들은 시국에 대한 한탄으로 두 시간가량을 보낸 후에야 간신히 이달의 책 이야기에 돌입했습니다. 덕분에 평소에는 적당히 일찍 끝나는 소설모임이 꽤나 늦게 끝나 집에 오니 열두 시가 되었네요.
뒤숭숭한 세상 속에서 이토록 우울할 때 잠시나마 머리를 시켜주는 게 바로 추리소설인데요, 이달의 책이 마침 추리소설인 온다 리쿠의 『목요조곡』이었죠. 이 소설은 천재작가 시게마츠 도키코가 죽은 날, 그녀의 집에 함께 있었던 다섯 여자가 모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네 명의 작가와 한 명의 편집자로 이루어진 이 모임에 "여러분의 죄를 잊지 않기 위해, 오늘 이 장소에 죽은 이를 위한 꽃을 바칩니다"라는 카드와 꽃다발이 도착하면서, 감춰진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보통 추리소설을 보다 보면 '이제 곧 하나둘씩 사람들이 죽어나가겠지' 하고 기대하게 되는데, 이 소설을 읽는 순간만큼은 아무도 죽지 않기를 바랐어요. 글쟁이 여자 다섯 명이 너무도 맘에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러고 보면 온다 리쿠는 살인이야 어찌됐든!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그저 '글 쓰는 여자의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추리소설에서 마지막 반전이나 범인에 집착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았어요.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서로를 격렬히 증오하고 질투해도, 서로의 재능에 짓눌려서 숨이 막혀도, 여자들끼리 모여 최고로 좋아하는 것을 쿵떡쿵떡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으니까요. 여자들끼리 모여서 와글와글 떠들 수 있는 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거, 재밌고 신난다는 거, 어쩐지 우리 소설모임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의 모임에서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도키코를 포함한 여섯 여자들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우리에게 영감을 준 것일까요? 경쟁하면서 질투하면서 더없이 사랑하는 자매들의 관계, 숭배하면서도 스승의 재능과 권위에 숨 막혀 하는 사제지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 지지하고 이끌어주는 친구 관계, 책과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일을 함께하는 동지적 관계 등,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여자들의 관계가 우리가 일상에서 욕망하는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한 여러 인물들이 보고 있는 사건의 진상과 타인의 성격은 얼마나 제각각인지! 누군가의 연애 이야기를 들을 때도, 성폭력 사건을 재구성할 때도, 소설을 읽을 때도, 늘 놀라지 않을 수 없어요. 이 세계는 참으로 다면적이란 말이죠. 앞에서 보는 것과 뒤에서 보는 것과 옆에서 보는 것이 모두 달라요. 그래서 또 우리는 갑자기 시국과 관련하여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며 ‘우리는 과연 진실을 알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빠져들기도 했죠. 회상해보니, 음모론과 애니어그램과 성격 분석이 난무했던 소설모임이었네요. 그래서 밤이 늦도록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나 봅니다 음하하!
다음에도 역시나 흥미진진할 8월의 소설읽기 모임은
8월 13일 목요일 늦은 6시 30분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입니다.
8월 13일 목요일 늦은 6시 30분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입니다.
책과 수다라는 매력적인 세계의 문을 똑똑, 두드리세요-
저희는 언제나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저희는 언제나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책 소개> by 알라딘
197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하인리히 뵐의 소설. 황색 언론에 의해 처참하게 유린당한 한 개인의 명예에 관한 보고서이다. 뉴저먼시네마의 기수 폴커 슐렌도르프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소설은 소박한 카타리나 블룸이 어쩌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었는지 조사하며 닷새간 그녀의 행적을 재구성하여 이를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974년 2월 24일 일요일 한 일간지 기자가 살해당한다. 살인범은 27세의 평범한 여인, 카타리나 블룸. 그녀는 경찰에게 그를 총으로 쏘아 죽였다고 자백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가정관리사로 일하면서 성실하고 진실한 태도로 주위의 호감을 샀던 총명한 여인 카타리나. 그런 그녀가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소설은 2월 20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녀의 5일간의 행적을 재구성한다. 경찰의 심문 조서와 검사, 변호사로부터 들은 정보 그리고 여러 참고인의 진술들이 그 토대가 된다. 시작은 2월 20일 수요일 한 댄스파티에서 시작된다. 카타리나 블룸은 그곳에서 괴텐이라는 남자를 만나 함께 밤을 보낸다. 그는 보기 드물게 진실하고 다정한 남자로 그녀가 기다려 왔던 남자다. 그런데 이튿날 경찰이 그녀의 집에 들이닥쳐 가택 수색을 벌인다.
그녀는 경찰에 연행된 뒤에 괴텐이 은행 강도에 살인 혐의까지 있는 질 나쁜 인물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언론과 경찰은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카타리나는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녀는 세간의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특히 특종을 찾아 헤매는 일간지 기자 퇴트게스의 시야에 포착된 그녀는 그의 사냥감이 되고 마는데…….
댓글(5)
휴가로 현이랑 노느라 아직 못봤어요. 꼭 빌려볼께용^^
푸른들판- 카타리나 불름의 잃어버린 명예는 읽었나요? 어제 모임에서 이 책 진짜 대박이었다는 호평을 들었는데 ㅎㅎ
역시 당고군요!! 내가 마치 소모임자리에 있었던 듯한 착각을! 저는 창원에서 '목요조곡'을 빌리려다 다 대출되는 바람에 온다 리쿠의 다른 책 '도서실의 바다'를 보고 있지요. 온다 리쿠의 단편집인데요. 그동안 읽었던 소설류에서 보기 힘든 시니컬하고, 으스스하고, 어딘가 음흉한 그런 소설이더라구요. 인간의 뼈를 깨물면서 공포를 가라앉히는, 무언가 거대한 것을 기다리는 어느 병사의 이야기 피의 응고된 부분을 작은 병에 담아놓고 은밀하게 즐기는, 피를 모으는 어느 여직원의 이야기 졸업을 앞둔 여고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꽤 헷갈리게 만드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 등등 좀 신기하고, 한기가 드는 이야기들을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전 창원에서 나름 여유롭게, 은근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평소에 안하던 운동과 요리, 동네버스 타고 돌아다니기 등~~ 담 책도 메모해놓고 읽을께요. 소설모임 사람들, 보고싶네요!
다음 책도 완전히 음모론스럽지 않나요? 언론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LSD님의 추천작이시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후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회색은 회색분자를 연상시키는데요, 강렬한 녀름 님이 싫어하실 거 같군요. 다음 모임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당고님의 빠른 후기, 역시 집에는 글쓰는 기계가... 제가 글씨색깔로 암시장치를 좀 깔아놨는데 어때요 음산하고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죠 (퍽;;;;) 다음책 기대되고요! 어제 도끼자루 썩는 수다가 박카스가 된 듯 음모론=자양강장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