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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상담소 소식

마음 맞는 회원들과 진행한 소모임이나 회원놀이터 등 다양한 회원행사를 소개합니다.
9/17(금) 편혜영, 『재와 빨강』
  • 2010-09-01
  • 3350

 

 지난 소설모임은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고 8월 20일에 윤주, 미케코코, 그래, 오매, 클이 만났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인권 문제를 다룬 책은 많았지만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행과정을 자세히 쓴 책은 처음이에요. 직접 사건지원을 하는 상근자나 상담활동가가 우리 멤버중에도 있으니 느낌이 남달랐습니다.

 

 시설내(장애인학교이지만 기숙생활을 하고 있고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시설과 유사한 환경) 성폭력 사건은 유독 꺼질 듯한 한숨과 깊은 절망 속으로 청자를 파묻어버립니다. 권력은 너무 크고, 그게 유통되는 곳에서는 무법과 몰인권이 상상 이상 가능하다는 걸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성폭력의 내용들은 소설에서 보여진 것보다 훨씬 잔인했다고 전해지고, 가해자들이 2심에서 집해유예를 받고 풀려나기까지는 또 어땠을지요.  

 

 지금도 광주 인화학교는 가해자였던 교장과 행정실장 등의 친척이 이사장을 이어받아 하고 있다 합니다. 고마운 소식이라면 사건이 드러난 이후 학생들과 활동가, 교사들이 따로 차린 공부터 '홀더' (홀로 또 더불어) 는 지금까지 잘 굳에 살아남아 있다고 합니다.  

 

 실제 사건 싱크로율 100%에 도전한 이 소설은 장점도 발휘했겠지만, 실화르뽀 같은 고발성 묘사 이외에 '무엇을 어떻게 느끼게 할 건가' 고민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어요. 성폭력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경악하고 치를 떨고 이내 잊는 굵지만 짧은 반응과 다르잖아요. 그런 언론기사 같은 관심은 나와 가해자를 다른 종류 인간으로 여기게 하고, 피해자는 불쌍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단정하게 됩니다. 성폭력에 관심이 있다면 경험자에게 전적으로 귀기울이고 배우고 힘이 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잘하면 '경악' 말고도 할 게 많다는 걸 알게 되고요. 피해자가 살아남은 고군분투과정은 어땠는지, 어떤 무용담이 있었는지, 해결하고 싶은 일순위는 뭔지, 가해자보다 더 미운 사람은 없는지, 가해자에 대해 어떤 처분결정을 하고 싶은지 등.

 

 이 소설에서는 각자의 사연으로 이 사건의 지원자가 된 두 사람이 주인공 격으로 나옵니다. 이들은 경악스런 이야기를 알게 되고, 이 싸움에 발벗고 나서거나 갈등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게 됩니다. 그 속에서 정작 사건의 생존자는 너무 평면적이고 전형적으로 그려집니다. '도와줘서 감사해요, 아빠라고 부르고 싶어요' 처럼 주인공에게 사명감을 솟게 하거나 '괜찮아요 잘 지내시죠? 저희도 잘 지내요 잊지 마세요 우리를' 처럼 주인공에게 부채감을 안기거나. 피해자는 절망에 빠져있거나, 살았거나 하면서 비포 앤 에프터로 보여지고, 복잡다단한 고민과 사건에 대한 해설은 지원자인 주인공 등장씬에 나오는 셈이죠. 성폭력에 대해 정말 기똥차게 다른 목소리를 보여주는 작품은 없을까요? 상담소 소식지 나눔터에 연재됐던 '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다음 소설모임은 9월 17일 금요일, 늦은 7시입니다.

 함께 읽을 책은 편혜영, <재와 빨강>

 

 

절대고독의 한 남자, 누가 그의 아내를 죽였을까?

편혜영 장편소설 『재와 빨강』. 제약회사의 직원으로 쥐를 잡는 능력을 인정받아 파견근무를 가게 된 C국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쫓기다가 쥐를 잡는 임시방역원으로 일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작가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에 밀도 높은 문장으로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성 상실, 소통의 부재로 빚어진 절대고독을 그려냈다. 비현실적인 가상의 상황에서 현실적인 공감이라는 주제의식을 긴장감 있게 담아내 현대문명의 이면을 치밀하게 파헤친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주인공은 본국의 누구와도 통화가 성사되지 않고, ‘몰’이라 불리며 C국에 숨어사는 철저하게 고립된 인물이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부랑 생활을 하는 주인공은 인간성 상실과 절대고독과 맞닥뜨리게 된다. 현대문명에서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벌어지는 결과가 참혹한 몰락의 길로 이어진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댓글(6)

  • 미케코코
    2010-09-09

    소모임덕분에 공지영소설을 첨 접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는데......다른 분들처럼 내용면에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웠지만.....글쎄 문학이란 형식에 얹혀진 것이기에 그냥 깔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2010-09-06

    헐. MD님께 문자보내볼게요. 천혜영이 아니라 편혜영 작가!

  • 당고
    2010-09-06

    다음 모임에 꼭 나갈게요! 기대되네요- 게시물 제목에 있는 저자 이름을 좀 수정했으면 좋겠습니다. 크-

  • 민옹
    2010-09-03

    여성소설읽기 소모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건가요?

  • 2010-09-02

    응 저도 주인공에 대한 강한 불만! 작가의 한계라고 생각하고도 씁쓸했어요. 그나마 이 주제에 뛰어든 사람, 가장 베스트셀러를 많이 써대는 사람이 쓴 성폭력이 이렇게 밖에 안그려진다는 게 참 힘이 빠지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생존자말하기대회 공연이 몹시 기다려집니다. 그 신나고 뜨거운 감동의 '도가니'가! ㅋㅋ

  • 마도
    2010-09-01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성폭력 사건을 드러내고 사회에 고발하겠다는 작가의 의지나 노력은 인정하겠는데, 입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특히 주인공!!!!!!!!!!!!). 사실, 많이도 바라지 않지만, 화자의 시점이나 그 정의감이나 하는 것들만해도 (꼭 성폭력 문제가 아니더라도) 매우 올드하게 느껴져서 후기글에도 있는 것처럼 '르뽀' 이상의 무엇을 보여줬는지 좀 찜찜하기도 하더라구요. 근데 바로 그것이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자 한계이기도 한 거겠죠? 사전에 사건 당사자들에게 이야기 들으면서 너무 아파서 더 생각할 여유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하니 위험하지 않은 수준에서 주인공 시점을 차용해 작가의 생각들을 쓴 거겠거니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아쉽기도 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