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지난 2월 20일(목) 오후 7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여성주의 수다모임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참여자도 있었고 새로 온 참여자도 있었어요.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총 8명이서 와글와글 수다를 떨었어요.
모임을 진행한 때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얘기되던 시점이었어요. 그 직후에 상황이 급변했으니 타이밍이 조금만 늦었으면 못 만날 뻔 했네요. 한 달 동안 너무 많은 이슈가 지나가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끝도 없었어요. '코로나19'도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청결과 위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남성은 꼭 서서 소변을 봐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고, 코로나19가 남성의 생식 능력을 저해한다는 기사 이야기를 하다가 '남성성'에 관한 집착, 강박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어요.
성중립 화장실 이야기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포기'라는 주제로 넘어갔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각자 느꼈던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을 나누었고, 앞으로 인권 운동 안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연대할 방향을 찾아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했어요. 남성/성기에 대한 공포를 강조할 때 성폭력이 발생하는 사회구조와 강간문화, 복합적인 권력의 문제를 삭제하거나 심지어 강화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성폭력이 만연하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 그동안 트랜스젠더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던 국가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중요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vs트랜스젠더'라는 대립구도를 무비판적으로 쏟아내는 언론에 대한 분노도 컸습니다. 그동안 페미니즘 운동을 '남혐', '남녀갈등' 등으로 묘사하고 편파적으로 보도해온 연장선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대중인식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어요. 실제로 강간문화를 공고히 유지하고 여성혐오와 트랜스혐오를 일삼아온 것은 주로 남성임에도,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터프(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 트랜스 배제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조롱하며 페미니즘을 비난하고 폄훼하는 남성들의 댓글도 화가 났습니다. 이것은 마치 을, 병, 정끼리 분열되고 싸우는 동안 갑은 편안하게 기득권을 계속 누리고 있는 꼴이 아닌가......
이야기 나누었던 주제 중에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지난 2월 10일,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10만명을 채운 최초 사례가 되었는데요. 가해자들의 수법이 악랄하기도 하거니와, 언론 보도 이후 텔레그램 사용자가 오히려 급증하고 모방범이 나타나는 등 범죄가 확산되고 있어 하루빨리 대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논쟁거리가 있는 주제는 아니어서 각자 알고 있는 정보와 사이버 성착취 실태를 이야기 나누며 다같이 분노했어요.
그밖에도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눴는데요. 여성 주인공&비로맨스를 테마로 하는 출판만화 <여명기>, 보드게임 제작자 사이에 만연한 여성혐오, <나의 비거니즘 만화>와 비거니즘, 실제 성폭력 사건을 통해 '무고'에 관한 잘못된 통념을 다룬 르포르타주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등의 키워드가 기억납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제한적이던 과거에는 자원활동이 자아실현 및 역량강화의 기회였지만 오늘날 페미니스트 자원활동가는 활동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여성착취/열정페이 논란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힐링 영상'이라는 명목으로 동물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이 사실상 동물을 대상화하는 시선이라서 불편하고, 실제 반려동물을 돌볼 때 생기는 어려움은 보여주지 않아서 무책임하게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 유기하는 사람들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페미말대잔치 참여자가 늘어난 만큼 함께 캠페인이나 액션을 기획해서 실행해보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자세한 논의는 다음 모임에서 하기로 했어요. 다음 모임은 2020년 3월 19일(목) 오후 7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될 예정인데요. 그때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때 만나요~
◆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상담소 사정이 있을 경우 협의 하에 일정 변경) ◆ 장소 : 한국성폭력상담소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ksvrc@sisters.or.kr) ◆ 신청방법 : 한국성폭력상담소 대표메일 ksvrc@sisters.or.kr 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담당 활동가 앎이 연락처 및 참여의사 확인 후 오픈카톡 링크를 보내 초대해드립니다! 원하시는 경우 오픈카톡 링크 들어오시기 전에 먼저 1회 시범 참여 하실 수 있는 찬스도 드려요~ 메일 보내주시면 1주일 이내로 전화 연락 및 이메일 답장 드립니다! ※장난 치거나 시비 걸려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어서 오픈카톡 링크를 부득이 비공개로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앎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