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지난 9월 16일(목)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 9월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진행된 이번 모임은 앎, 다운, 인미 총 3명이 단란하게 진행했습니다.
최근 온라인 게임에 빠진 한 참여자는 여성 게이머에게 요구되는 여성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게임 특성상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게임을 즐길 수 없는데, 남성 게이머 비율이 훨씬 높아 여성 게이머는 쉽게 타자화된다고 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격에 앞장서는 딜러보다는 힐러, 탱커처럼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추천받거나, 은연중에 '애교부릴 것, 리액션을 잘해줄 것' 등을 기대받는다고 합니다.
그 참여자는 게임 내 만연한 성차별적 분위기가 불편하고,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여성성을 수행하고 싶지 않지만, 게임을 즐겁게 하고 싶고(혹은 게임에서까지 싸우면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고), 길드에 소속되어 다른 게이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욕구도 있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남성 게이머들이 애교 많고 리액션을 잘 하는 여성 게이머를 대하는 태도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때 소외감이 들기도 했대요. 이러다가 좋아하는 게임을 그만하게 될 것 같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옛날에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직접 경험했거나 다른 여성 게이머에게 들은 불쾌한 플러팅과 성폭력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우연히 같이 게임하다가 '창녀, 걸레, 보지' 등 성적 모욕과 욕설을 던지고 사라지는 일회성 피해 사례뿐 아니라, 친구 추가를 하고 지속적으로 게임을 함께한 관계에서도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자 집요하게 연락처 또는 사진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동갑인데도 자신의 생일이 더 빠르다며 '오빠'라고 부를 것을 강요하거나, 아무 맥락 없이 '만나면 너를 덮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 '발가락을 핥아주겠다' 등 성희롱을 하는 사례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한번은 게임 내에서 실제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기도 했는데, 어떤 남성 게이머가 해당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 게이머들을 오프라인으로 만나 성폭력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 이 참여자는 다른 게이머와 함께해야 하는 게임은 손대지 않으며,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콘솔 게임만 가끔 한다고 합니다. 다음은 여성 게이머로서 참여자가 크게 공감했다며 추천한 영화와 책입니다.
영화 <방해말고 꺼져! : 게임과 여성>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98345
딜루트 『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또 한 명의 참여자는 본인은 게임을 하지 않지만, 주변에서 접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게임 내 성차별·성폭력의 심각성에 공감했습니다. 10대 여성이 게임을 하다가 성인 남성에게 게임 내 스토킹에 시달려 결국 게임을 접게된 사례를 들었을 때는 게임 친구의 접속 여부, 게임 내 위치 등을 알려주는 등 게임 시스템이 지속적 괴롭힘에 악용되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밖에도 게임 자체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는 문제, 여성 캐릭터가 특정 신체부위를 부각하거나 성적인 암시를 하는 게임 광고가 온라인 뿐 아니라 지하철 등에도 버젓이 전시되는 문제, 일부 게이머들이 여성 성우나 일러스트레이터의 SNS를 검열하면 게임회사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문제 등이 떠올랐습니다. 2017년 어떤 남성 BJ가 여성 게임 유튜버를 찾아가 살해하겠다는 내용으로 협박 방송을 했음에도 범칙금 5만원을 물고 끝난 사건도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게임을 하고 있고, 특정 유형의 게임에서는 여성 게이머 비율이 과반수를 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성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게임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왜 여성 캐릭터는 '노출이 많을수록 방어력이 높아진다'라는 말을 듣는가? 등 질문을 던지며 게임 내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알리는 여성 게이머이자 활동가 아니타 사키시안. 페미니스트 프리퀀시(https://feministfrequency.com/)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 페미니스트 프리퀀시 화면 갈무리
게임이라는 주제 외에도 조직 내 성폭력 해결의 어려움, 페미니스트가 아닌 친구와의 관계 등에 관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다음 달에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누게 될까 기대가 됩니다. 또 만나요!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앎 님이 작성하였습니다.>
다음 모임은 10월 21일(목)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시면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상담소 사정이 있을 경우 협의 하에 일정 변경)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 담당 활동가가 참여 신청서를 확인하면 1주일 이내로 이메일 답장을 드립니다. * 신규 참여자에게는 모임 당일에 문자로 참여 안내를 보내드립니다. * 1회 이상 모임에 함께한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경우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를 보내 페미말대잔치 단톡방에 초대해드립니다. 이후 단톡방을 통해 참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