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10월 모임에는 바네사 스프링고라의 <동의>라는 장편 소설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책은 바네사 스프링고라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쓰여진 소설로, 프랑스 문학의 거장인 가브리엘 마츠네프에게 14세부터 15세까지 당했던 성폭력, 성학대의 경험에 대한 글입니다. 가브리엘 마츠네프는 소아성애자로, 상당한 기간동안 자신의 소아 성애 편력을 소설에서 가감없이 말하였습니다. 바네사 역시 그의 소설에 등장하였고 성학대에서 벗어난 후에도 그로 인해 괴로워하며 살았습니다. 바네사는 서언에서 이야기했듯이, “사냥꾼이 쳐놓은 올가미로 사냥꾼을 잡기. 바로 그를 책 안에 가두기”(p.7), 즉 자신이 가브리엘 마츠네프로부터 당한 성학대 경험을 책으로 고발하는 방식으로 가브리엘 마츠네프에게 강력한 복수를 합니다.
바네사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사실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젊음을 사랑하는 것이고, 주위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로맨티스트가 아닌 그저 소아성애자임을 깨닫는 과정에 대한 묘사를 회원님들은 공통적으로 고통스러워 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네사가 그의 실체를 알고서도, 자신이 과거에 가브리엘에 “동의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데 어떻게 자신이 착취당했음을 인정할 수 있”(p.191)냐며 “스스로를 천박”(p147)하다고 하는 것을 통해 성폭력에서 중요한 쟁점인 “동의”에 대해 회원님들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형법 제305조에서 미성년자 의제 강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게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사람은 19세 이상에 한하여 처벌 받는다"는 2항은 2020년 5월에 신설된 만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 법안에서는 나이의 명확한 기준이 설정이 되어 있지만, 실제로 개별 사건을 들여다 보면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사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법안이 미성년자를 성학대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회원님들과 논의하였습니다. 결국 성폭력 사건이든, 미성년자 의제 강간 사건이든,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 책의 제목인 “동의”라는 점에 모두 뜻을 모았고, 사회가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자기결정권을 향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의로 모임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음 달의 모임은 이 책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는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이야기인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라는 책을 다루기로 하였습니다.
올해 페미니즘 신간 읽기 모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인 만큼 다음 모임날이 오길 기대하며, 후기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글은 강예은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