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 일시: 2024/02/15 (목) 19:00~21:30
* 1월 이끔이: 승아
* 참여자 : 란, 수경, 지니, 희진 유자
* 이달의 주제 :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
* 이달의 책 :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소진 지음
PART 1: 근황토크
설 명절 이후 처음 모인 북클럽이라 각자 명절에 얽힌 경험과 감정들에 대해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경: 책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명절 직전에 책을 구하지 못해서 부득이하게 새벽배송으로 시키고 명절에 강릉여행을 떠났는데 마침 우연히 들어간 독립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지뭐예요. 그래서 바로 새벽배송 구매를 취소하고 여행내내 바다를 보며 책을 읽었어요. 모처럼 힐링되는 순간이었어요.
승아: 저는 명절에도 사건 발생 후 1년이 훌쩍 지난 아직까지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겨웠던것 같아요. 오늘도 변호사님을 뵙고 오는 길이에요.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살아야하는데, 저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지니: 저는 명절에 몇 년 만에 처음 본가에 내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다시 하진 못 할 것 같아요. 특히 아버지가 하시는 발언들이 불편했어요. 전 집안일을 하지 않고 엄마가 다 하시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어요.
란: 저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기에 명절마다 가족과 함께하는데 집안의 남성들이 보이는 비슷한 습성들이 여전히 불편해요.
희진: 저도 엄마와 저를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에서 미묘한 차별을 실감하곤 해요.
란: 엄마에 대한 답답함과 연민을 함께 느껴요. 딸들의 이중죄책감이라고 할까..
수경: 저는 집에서 엄마와 아빠의 분노를 혼자 고스란히 받곤해요. 남동생도 그걸 알아서인지 언젠가는 저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고요.
희진: 지금은 혼자인데도 이런데, 책에서도 나오듯 결혼은 두 성인의 결합이 아닌 두 가족의 결합이잖아요. 그 말은 부모님의 개입이 더블이 된다는건데..
수경: 원가족도 힘든데, 결혼해서 시댁식구들이 생긴다면 시어머니, 시아버지, 아주버님, 올케, 아주버님 등등 신경써야하는 가족원이 늘어나는 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승아: 영어로는 in-law (법적인 관계)라고 부르며 선을 긋는 편인데, 나라마다 조금씩 결혼상대의 가족을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것 같아요.
유자: 훌라 모임이 이제 끝나서 바로 왔어요.
모두: 환영합니다.
란: 이제 모두가 모였으니 상담소의 근황을 전하자면, 1월 총선을 앞두고 2월 24일 토요일에 정희진님의 특강이 계획되어있고 2월 29일 목요일에는 금기님, 김은진 시사인기자님 등의 토크쇼도 계획 중입니다. 여성/소수자 의제가 배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투표행위가 의미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부터 여성계가 진짜 원하는 정책은 무엇인지까지 함께 논의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PART 2: 책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야기
란: 이 책은 지금 출간되자마자 거의 베스트 셀러로 등극해 있고 많은 여성 단체에서 함께 읽고 토론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소진님이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 논문을 베이스로 책을 집필하셨는데 시의성이 잘 맞는 것 같아요. MZ세대의 잦은 이직이 개인들이 끈기가 없다라고 치부되고 있는데 책에선 시대에 맞춰 서핑하는 스킬이라 표현을 하잖아요.
희진:맞아요. 다른 나라들에서는 3-4대에 걸친 발전이라면 한국에서는 1~2세대만에 이룬 변화라 2030 세대가 거대한 변화의 격차 사이에 끼어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우리의 파도는 얼마나 높은지, 나는 그 파도를 잘 서핑하고 있는지 의문스럽기도 했어요.
수경: 유동하는 자아와 신자유주의 신화 속에서 안정성은 보장되어 있지 않고 정체된 느낌이 드는 우리의 모습을 잘 표현한 책인것 같아요.
란: 13년 동안 한 곳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내가 지금 정체되어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체제순응하게 되는건 아닌지.
유자: 그런 의미에서 반대로 탈조(한국을 벗어나)하여 외국가서 잘 사는듯 보이는 지인들도 눈에 띄는 것 같아요.
한국 트렌스젠더 커뮤니티에서는 도식화되어 있는 일종의 행동양상이 있는데, 바이너리 정체성으로 숨어 잘 살아가고 성공하면 커뮤니티를 떠나는거에요. 그것과 트젠이 좀 더 살기 쉬운 캐나다나 영미권 유럽으로 이민을 가는거죠. 지인 중 독일로 떠난 분은 아주 만족하지만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 대한 부채감 이런걸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함께 다 같이 잘 살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수경: 책에서도 맨 마지막에 같이 잘 살아보자라는 구절에서 감동했어요.
희진: 능력주의는 결국 개인으로 하여금 기댈 곳이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수경: 능력주의 신화, 유리천장, 래디컬 신자유주의 모두 중산층을 대상으로 성립하는 이야기인것도 짚고 넘어갈 포인트인것 같아요. 저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원가족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결혼제도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었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나서는 결혼 생각이 줄어들었지만요. 친구들 얘기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희진: “여자는 남자 없이 잘만 산다.”라는 최재천 교수님의 책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저와 제 지인들이 타운하우스 공동체를 생각한 것에도 청약 조건 중 집을 가지려면 결혼을 해야한다라는 정책같은 사회적인 푸시에 대한 반감도 있는 것 같아요.
란: 여성은 돌봄의 주체로 여겨져 어릴 때부터 오빠의 밥을 챙긴다던지 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여성은 혼자 잘 살 수 있는 반면 많은 남성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죠.
희진: 저는 외식업계에 종사하면서 주방에서 본 걸 집에서 따라하게 되며 라이프가 많이 좋아졌어요.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스킬을 배우는 느낌이 참 좋아요. 가사노동이 무급이고 저임금이라 그렇지, 사실 살아가는데 그만큼 유용한 기술이 없는데 말이죠..
란: 맞아요. 어린아이 돌봄도 한 예죠. 얼마나 힘든 일인데요. 고도의 감정노동이고, 전 교수보다 유치원선생님 임금이 더 높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수경: 성별화된 임금 문제도 한 몫하는것 같아요. 뉴스 캐스터가 원래 남성직종이었다가 여성직종이 되면서 임금이 줄어든 것처럼 말이에요. 청소노동자가 경비노동자에 비해 적은 보상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란: 활동가들이 처음에 상담소에서 함께 돌아가며 밥을 지어먹는걸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만족도가 그렇게 높을 수가 없어요. 채식 비건 하시는 분들이 있어 돌아가면서 짝을 이뤄 채식 요리를 하는데, 모두의 요리실력이 레벨업했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아요.
희진: 청소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가사노동은 확실한 재생산 노동인것 같아요. 깨끗하게 치워진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어야 고된 노동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고 다시 생산할 수 있는 힘을 얻지 않겠어요?
수경: 전 이 책을 읽으며 외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까지 경험들이 비슷한게 신기했구요. 삶을 살며 거친 실패들에 대해 의미화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실제로는 고작 사건들의 나열이니까요.
유자: 노동과 돌봄에 대해 성소수자들은 다른 경험을 하는 것 같긴해요. 트젠 여성들이 어떻게 노동하는지는 고정관념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FTM은 무슨 일을 해?” 라는 질문을 받곤해요. 제 생각에 꽤 많은 분들이 아버지 사업/가업을 물려받는 것 같아요. 그렇게하여 원가족으로부터의 인정과 복귀를 잡을 수 있는 거죠.
수경: 정상가족 틀에서 벗어났을 때 지속가능하게 생존하 는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승아: 책 p.177~178에 보면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은 주거독립의 불안정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인터뷰 참가자들의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이러한 청년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복지의 확대밖에 없을까요?
란;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라는 “모두의 결혼" 헌법투쟁이 있죠. 가족의 근거가 혼인(이성애)인 것을 법적으로 바꾸자는 건데 프랑스는 60~70%가 혼외자(결혼 제도 밖에서 태어난 인구)인 반면 한국은 고작 3%에요. 변화에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한 단계 한 단계 변화를 만들어 견고한 제도에 균열을 만들어야겠죠.
유자: 남초회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에 뉴질랜드가 페미니즘 때문에 망한 이유 이런 걸 보면 참 답답해져요.
란: 1인 가구의 청년복지로 결혼장려를 중점적으로 미는 것도 참 아쉬운 부분이에요.
지니: 지자체에서 행해지는 공무원 소개팅 예가 있죠.
희진: 최근에 <Plan 75>라는 영화를 봤어요. 국가가 안락사를 허가해주는 상황이 온 설정의 디스토피안 스토리에요.
지니: 안락사, 존엄사는 어떻게 보면 타의적인 선택이 아닐까, 죽고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의료관계자의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승아: 그럼 우리 책에서 말하는 존재론적 불안에 대한 얘기를 좀 나눠볼까요?
란: p.156에 보면 과거로 소급되는 실패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수경: 어쩌면 사람들이 요즘 회기물에 열광하는 모습과도 같은 맥락인것 같아요.
지니: 심리상담을 하면서 “그래,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지" 라는 생각을 하며 과거를 회상한 적이 많은 것 같아요.
수경: 저도 심리상담을 하면서 과거를 돌아보는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니: 내담자의 상태를 바꿔 사회에 적응시키자라는 상담에 궁극적인 목표에는 조금 공감하기 어렵지만 말이죠.
승아: 아주 조금만 네 탓이라는 책의 메세지가 제가 최근에 많이 읽곤 했던 자기개발서들과는 완전히 다른 포인트였어요.
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것에 대해 큰 공감이 갔어요. 불안 퇴행, 역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책을 읽고 나서 “불안하면 어때, 우리는 다 불안한 사람들이야.”라는 메세지가 마음에 남았어요.
PART 3: 3월의 책 후보 추천 목록
마이클 코프먼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
최태섭 <한국,남자>
최재천 <여성시대에는 남자가 화장을 한다>
벨 훅스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PART 4: 2024년 3월 모임 공지
- 일시: 3월 21(목) 저녁 7시
- 장소: 한국성폭력상담소 1층
- 모임지기- 유자
- 3월의 책 <여성시대에는 남자가 화장을 한다> 최재천 지음, 이음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