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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상담소 소식

마음 맞는 회원들과 진행한 소모임이나 회원놀이터 등 다양한 회원행사를 소개합니다.
[후기] 책 소모임 <월간 00 수혈> 2024년 10월 모임 : 저자와의 대화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
  • 2024-10-18
  • 261

* 일시: 2024.10.17 (목) 19:00-21:00

* 참여자 : 유자, 승아, 앎, 해주, 감이

* 스페셜한 참여자: 박에디

* 이달의 책 :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 박에디 지음


<월간00수혈>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모임으로 2023년부터 시작되어 매월 세번째 목요일 저녁마다 만나고 있어요. 주제에 구애받지 않은 좋을 책들을 함께 읽고 나누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때때로 성폭력피해생존자에게 추천할만한 좋은 책인지도 살펴보고 있어요. 


10월의 <월간00수혈>은 조금 특별하게 진행해보았습니다. 이달의 책으로 선정한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의 저자 에디님이 함께 해주시기로 한 것이지요. 책읽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주신 에디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참여하신 분들의 자기소개로 모임의 문을 열었습니다. 에디 님은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변희수재단을 준비하고 있는 운영위원회의 위원으로 자기소개를 해주셨어요. 에디 님은 현재 브라이언 펠로우 활동비를 지원받아 활동하고 있고, <에디와 앨리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런칭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다음 달에 열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선정되어 월드프리미어를 앞두고 계신다고 하여 다같이 축하의 박수를 치기도 했어요. 에디님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 만즈는 것이 꿈이라고 하시더라고요.젠더사랑방 같은 곳에서 재치있는 입담을 뽐내시는 에디님을 상상하며 참여자들과 함께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저자와의 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았습니다.



<사진 설명: 어디서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월간00수혈 멤버의 인증샷>


참여자들과 저자가 주고받은 일문일답은,

참여자들의 질문이나 감상은월간00수혈로, 저자인 에디 님의 답변이나 감상은 에디로 정리하였습니다. 


월간00수혈 저자님의 출간 이야기 들어보고 싶어요.


에디 저는 활동가라는 타이틀이 아직도 어색한데요, 사람들에게 제 삶을 이야기하다 보니 활동가로 일하게 되었어요. 트랜지션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트랜스젠더가 웃으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얼굴까고 재미있게 사는 트랜스젠더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는지, 창비에서 먼저 에세이를 제안해주셨어요. 처음 거절했죠. 창비가 얼마나 유명한 출판사인지도 잘 몰랐을 때였어요. 근데 얼마 후에 퀴서비스를 연출하던 연분홍치마 김일란 감독님이 다시 그 제안을 해주시더라고요. 그 후에 1년 반 정도 작업을 한 것 같아요. 수술 하면서 쉬는 시간을 가지려던 때여서 타이밍이 잘 맞았죠. 원고를 정말 많이 이따만큼 썼는데, 요만한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과거부터 지금을 훑어보는 끄적임을 창비에서 멋진 책으로 만들어 주셨어요. 

출간을 한 이후에, 제 책을 읽고 어떤 대목에서 어떤 감상을 느꼈다 이렇게 말씀 해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그저 일상을 살면서 제 삶을 이야기로 풀어낸것뿐인데, 그걸 보고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책을 읽고 저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신기하죠. 외롭고 힘들게 살거라고 얘기들었던 트랜스젠더의 삶인데, 기우였던 것 같아요. 저를 보세요. 


월간00수혈 퀴서비스 보면서 군대 얘기 많이 하시더라고요. 군부심이 있는 트랜스젠더라고 생각했어요. 유쾌하다 생각했는데, 에디의 군대썰 좀 더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에디 군대썰 진짜 많죠. 진짜 많이 썼는데 다 편집됐어요. 사람들이 특정될 수 있다고 해서요. 

잔다르크병 썰, 중대장 커밍아웃썰, 작전장교썰 등등 주옥같은 에디의 군대썰은 참여자들에게만 나눠주셨답니다. (뿌듯)

군대를 선택했던 건 부모님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려고 한 노력이었어요. “(군대에 가면서까지 이렇게) 애썼는데 안되더라~”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도록 했던 노력이요. 그렇게 제대 후 트랜지션을 했습니다.


월간00수혈 이 책 읽으면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다 읽고나서 너무 좋아서 주변에 선물하거나 추천도 많이 했답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트랜스젠더 여성인 한 사람의 삶이 온전히 나에게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서 좀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내가 이렇게 다 알아도 되나? 싶어서요.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 중 조카들과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요즘 조카들과는 어떤가요?


에디 지금 고2부터 초6까지 세 명의 조카가 있죠. 관계는 잘 유지되고 있어요. 지금까지 아이들의 언어로 커밍아웃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따로 말은 안했지만, 책 나오고나서 자기들 각자가 기사 등등을 좀 찾아본 것 같더라고요. 자주 놀러오는 조카들에게 “에디 안 징그러워?”라고 물어보면, 이렇게 답해줘요. “에디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자유로운 사람같아.”라고요. 근데 “에디 안이뻐?”라고 물어보면, “멋진 사람 같아.”라고만 답하죠. (웃음) 거리가 잘 유지되는 중인 것 같아요. (웃음)


월간00수혈 저는 육아를 하는 사람이다보니, 에디님의 조카 육아경험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에디에게 그때 육아의 경험은 어땠나요?


에디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술을 샀던 날이 그 시기였어요. (웃음) 찬란하면서 고통스러운 때였죠. 아이들 등교시키고 먹이고 입히고 청소하고 뒤돌아서면 또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상이었어요. 그때 산후풍 앓던 언니를 대신했었는데, ‘아이를 키우는 건 어떤 경험일까?’ 호기심도 컸어요. 경험하고보니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나를 내려놓는 것이더라고요. 아이를 볼 때 나 자신을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는사이에 내려놓는 법을 배웠죠. 그런데 트랜스젠더로 나를 내려놓고 (아이에게) 모든 걸 내어주는 역할은 안하고 싶더라고요. 대신 그들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필요할 때 돕는 존재가 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어머니의 자연사까지가 나의 의무와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나에게 최고의 가치는 엄마를 잘 보살피는 것이고 그게 내 역할인 것 같아요.

그 동안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는데, ‘이 경험(육아)을 하기 위해 등가교환을 했나? 힘들었던 과거가 그런 정도의 가치를 가진 것이었다면 괜찮은 것 같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월간00수혈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에디 님은 어떤 때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나요?


에디 지금도 다들 내 사진(책)을 앞에 놓고 있잖아요.(웃음)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트랜스젠더라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사람들이 있죠. 이 자체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요. 트랜지션 후에는 내 삶에 색깔이 입혀졌어요. ‘내가 정말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구나’ 생각해요. 마이크를 잡는 기회, 내가 안전하다 느끼게 하는 여러 자원들도 있죠. 수술비도 친구들이 다 해줬어요. 


월간00수혈 원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던 건가요? 언제부터인가요? 택에서 보면 커뮤니티에서 브로커만나고 온라인에서 강퇴 당하는 등의 힘든 경험을 하신 후에도 괜찮았다고 하시는 것이 인상적인데요. 상처받았을 것 같은 얘기들이 많거든요.


에디 기분나쁘고 불쾌하고 부당한 일들이 많았죠. 하지만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고, 하소연할 수 없고, 카페에 다시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사회적 낙인이 찍힌 정체성 가진 사람들은 다 경험했을 것 같아요. 내가 긍정적이지 않으면 다른 기회가 없어졌어요.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괴롭혀도 내가 외면하고 힘들어해봤자 다른 방법이 없어요. 내가 헤쳐나갈 수 있는 기회는 긍정적인 생각, 웃음, 드립이었던 것 같아요.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선택지였죠. 저에게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했어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들도 나와 어울리고 싶은 무언가를 가지고 싶었어요. 줄 수 있는게 웃음밖에 없었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하루가 낭비된 것 같지 않았어요.


월간00수혈 책에서 <잃을 것들과 얻을지로 모르는 것들>을 정리하신 표가 있어요. 나열된 것들을 보면, 잃어도 잃는 게 아닌 것 같은 것들이더라고요. 힘든 결정을 내려야할 때 진짜 도움되겠구나. 나도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했어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친구가 생긴 느낌이 들었어요.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예를들면, 내가 다르다고 느껴져서 핍박할까 두려워서 다른 방식으로 웃기거나 착하게 하는 방식 같은거요. ‘어릴 때 나도 그랬지. 맞아, 맞아.’하면서 읽었어요. 그리고 책배 등등에 있는 트랜스젠더 플래그 색깔로 디자인하고, 내지도 그라데이션 넣은 것은 신의 한 수 였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너무 예뻐요.


에디 저는 반대했는데, 넣으셨더라고요. 연락 안받으시고.(웃음) 훌륭한 편집자님이십니다.(정색)



월간00수혈 책 마지막에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잖아요. 그 부분도 너무 좋은 인상으로 남아요. 주변인들에 대한 애정과 에디의 다정함이 듬뿍 느껴졌어요.  


에디 그 부분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중이에요. 중쇄를 안하려고 했지만 꼭 해야하는 이유가 되었지요. 이름이 빠진 사람부터 시작해서, “애인과 헤어졌다”, “내 이름은 그게 아니었다” 등등이요. 빨리 고쳐야 합니다.



월간00수혈 한국성폭력상담소 전 소장님과 쉼터 원장님이 퇴임하실 때, ‘지리산처럼 나이들고 싶다, 사자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이런 얘기들을 활동가들끼리 했었던 것이 떠올랐어요. 롤모델이 될 수 있는 퀴어의 나이든 모습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목이 되게 좋았는데, 책 제목은 누가 지었나요? 편집자가? 아니면 에디가?


에디 처음에 아이디어 낼 때, 핫하게 가자. “다시 태어났더니 ~~ 그게 잘못이라두?”, “태어났더니 00이 달려있네? 무슨 문제라두?” (웃음) 편집자님과 절충하는 시간이 걸렸어요. “이브가 된 아담” 이런 거 싫었어요. 제가 쓴 원고에 “잘 나이들고 싶다”는 얘기가 많았나봐요. 어떻게 해야 40대를 잘 맞이할까 고민될 시기여서 그랬는데, 후회만 하는 삶이 되지 않기를 바랬던 것 같아요.



월간00수혈 저도 자서전을 쓰고 싶어요. 그런데 이미 저는 ChatGPT에 오염된 인간이라. 거기에 저에 대해 대강 내용을 넣었더니 기깔나게 쓰더라고요. (한숨)


에디 그래도 직접 써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트랜스젠더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삶을 돌아보는 기록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그 작업 자체가 힘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한 챕터 끝내고 도장찍고 가는 느낌이 들고, 또 나의 새로운 페이지를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사회복지사 2급, 운전면허, 새로운 것을 배우고 등등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출판되지 않더라도 모든 삶이 에세이라 생각해요.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도 허무함이 있었는데, 책을 쓰고 나니 그런 허한 마음이 채워졌어요.



월간00수혈 책을 읽고나니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던 에디가 꽤 멀리 보였어요. ‘에디는 꽤 계획적인 삶을 살았구나!’ 저는 도파민으로(즉흥적으로) 사는 사람이라서요. 


에디 책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보이는 거에요. 저도 그 당시에는 도박하는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롤모델도 없고, 안전한 프로세스와 정보가 없잖아요. 중간이 없이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결정을 하죠. 나를 덜 괴롭히면서 덜 힘들게 하는 선택을 하면서 뭐든지 두드린 것 같아요. 치열했죠. 모든 걸 단절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었어요. 가진 게 많았다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잃을게 없으니 저를 드러낼 수 있었던 거겠죠.



월간00수혈 책 읽으면서 여전히 저에게 숙제로 남겨져 있는 엄마와의 관계를 생각했어요. 조카가 태어났을 때 제가 정말 예뻐했거든요. 백화점가서 신생아 옷 세트로 사다주고요. 그런데 조카가 말할 나이가 되니 저를 집안 행사에 안부르더라고요. 오지 말라는 건 아닌데, 나중에 오라고 하는 상황에 억울함이 컸어요.


에디 수술하고 나서, 어머니, 조카, 형부, 가족들과 잘 지낸다는 것이 참 쉽지 않더라고요. 어머니와는 스며들듯이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책을 내니까 대화가 달라지더라고요. “책 쓴 애 네 말이 맞다” (웃음) 어머니는 제가 트랜스젠더로 살면 외로울거라는 두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되는 계기들이 있었고, 어머니가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된거죠.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는 것은, 초등학생이 삼촌한테 천만원 빌리는 것 같은 일인 것 같아요. 외삼촌(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닌 이상, 그 기준에 미치지 않을 거에요. 상대방의 기준에 맞추어서 그 언어로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다만, (커밍아웃 후 수용이) 잘 안됐을 때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자원이나 공간이 있을 때 시도하라고 조언을 많이 해요. 



이렇게 두 시간을 꽉 채운 저자와의 대화를 마쳤습니다. 그 후에는 조촐하게 싸인회가 열렸답니다.



책을 두고 사진을 찍는데, (와우!) 저자의 신분증이 쓰윽~ 들어왔어요. 누가뭐래도 본인인증! 확실하시네요. 하하하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감이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