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지난 5월 24일 금요일 오후2시에는 김학의, 故장자연씨 사건 등에 있어 검찰에 의한 권력층 범죄 은폐·조작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 및 대검찰청 점거농성이 있었습니다.
5월 20일,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는 故 장자연씨 사건에 대해 부실수사나 조선일보의 외압은 인정하나 관련 책임자 처벌 등에 대한 수사 권고 없이 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도 성범죄 혐의가 제외된 채 구속수사 중입니다. (본 기자회견 이후 29일에도 김학의 사건에 대한 과거사위의 발표가 있었으나 과거에 성범죄‘만’ 수사한 것에 위법성이 있다고 발표하는 등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의 본질임을 간과하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이에 항의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대검찰청 안에서는 점거농성을, 대검찰청 앞에서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요, 먼저 대검찰청 안의 점거농성 현장의 모습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오후 1시부터 시간차를 두고 각 단체 대표단이 한 명씩 민원실 로비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1시 40분이 되자, 결의를 다진 9개 여성단체 10명의 대표단(김민문정·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조영숙 수원여성회 대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이 다 모였고, 자연스럽게 흩어져 의자에 앉아 긴장 속에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동행동을 약속한 2시 정각이 되자, 대표단은 각자 준비한 헝겊 손피켓을 들고 “검찰도 공범이다. 검찰을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민원실 로비 중앙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순간 이를 전혀 예상치 못한 경비원을 비롯한 대검찰청 직원들이 우리를 저지하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우리의 길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우리는 로비 중앙에 두 줄로 서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마침 대검찰청 정문 밖에서 진행된 우리 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뛰어 들어와 이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사진 출처: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진 출처: 민중의 소리
우리는 돌아가며 검찰 규탄 발언을 하고 함께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습니다. 처음에 우왕좌왕하던 검찰과 경찰은 이후부터는 어떠한 저지행동 없이 한발짝 물러나 우리를 지켜보았습니다. 우리는 바닥에 앉아서 목소리를 높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성폭력을 비호한 검찰을 규탄하고 해체를 요구하는 강도 높은 농성을 계속했습니다.
사진 출처: 여성신문
대검찰청 안에서 점거농성이 시작된 2시에 단체 활동가 및 시민들은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성폭력 범죄를 조작·은폐한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것, 조작·은폐한 검찰도 공범이며 더 이상 검찰에 정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라면 ‘공범’임을 증명하는 것이고, 수사를 ‘못하는’ 것이라면 ‘무능함’의 증명. 수사를 개시할만큼 증거가 부족하다는 답변, 우리는 거부합니다. 검찰은 다른 답변을 준비해야할 것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신아)
긴 시간 기자회견을 이어나가면서 김학의 사건, 故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하여 우리가 목소리를 냈던 집회에서의 발언문, 기자회견문들을 다함께 다시 읽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우리는 이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하며, 이 사건의 본질이 성폭력임을 계속해서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故 장자연씨의 사망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수사할 수 없다는 똑같은 답변을 내놓고 있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 출처: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대표단은 오후 6시에 자진해산을 결의하고 집회를 마무리하기 위해 구호를 외치며 검찰청을 나오는데 검·경찰이 한두명이나 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정문을 열어두고 여성경찰을 전면 배치해 대치국면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평화롭게 나갈터이니 정문을 열라고 소리를 높혔고, 검·경찰은 밖의 활동가들이 안으로 들어올 것을 염려해서 문을 열지 않은채 30여분이 넘게 몸싸움과 함께 대치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경찰은 정문을 열었고, 우리 대표단 10명은 나란히 줄을지어 걸어나와서 밖에 있던 활동가들과 만나 정리집회를 하였습니다.
정리집회에서 한국여성민우회 김민문정 대표는 이날 점거농성 및 기자회견에서 왜 우리가 검찰 해체를 외쳤는지 다시 한 번 발언했습니다.
“검찰에 기대하는 게 있다면 해체하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존재 이유를 잃었기에 해체하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총장 나오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우리가 무시한 것이다. 검찰에 기대하지 않고 우리가 바꿀 것이다. 정의 없는 공권력을 우리가 무시하자.”
우리는 진실이 규명 될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하며 평화롭게 정리집회를 마쳤습니다.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지리산, 주리가 함께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