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우리는 더 나아간 판결을 원한다”
-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박사방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 -
6월 1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서 박사방을 만들고 주도했던 5인에 대한 2심 선고가 열립니다. 이들은 ‘박사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조직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계속적,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며 서로 증폭시켜왔음에도 하나같이 이를 부인하고 축소,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박사방 항소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많은 보도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21년 6월 1일(화) 오후 3시 (선고 공판 직후)
■ 장소 :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
■ 문의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070-7717-1079
■ 프로그램
*사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순서 | 제목 | 발언자 |
발언1 | 이 사건의 법리적 쟁점과 향후 디지털 성폭력 사건에 미칠 의미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은호 변호사 |
발언2 |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재판 과정에서 본 문제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유영 활동가 |
발언3 | 끝나지 않는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 가해자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합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노선이 활동가 |
발언4 |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엄벌촉구 탄원서 낭독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
기자회견문 낭독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신유진 활동가 |
<기자회견 발언문 1>
이 사건의 법리적 쟁점과
향후 디지털 성폭력 사건에 미칠 의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착취대응팀 조은호 변호사
이 사건은 돈만 준다면 타인의 존엄성을 유희거리로 삼아도 된다는 비뚤어진 가치관과 타인의 성범죄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숨어야만 하는 현실, 그리고 기술의 발달이 빚어낸 전례 없는 범죄입니다.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범단죄 적용 여부였습니다. 피고인들은 성착취물 제작, 유포라는 공통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정보의 내용은 빠르게 퍼뜨릴 수 있지만 정보의 생산자는 은폐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 특성과 발달된 통신 기술 적극 활용하여, 빠르게 집단을 이루고 역할을 분담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피해 규모, 가담자 수, 범죄수익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인들의 범행은 산업화 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거치며 범죄단체 또는 범죄집단이 목적으로 하는 범죄에도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추가되고 변화해왔습니다. 과거에는 상습특수절도, 폭력, 도박개장 등이 범죄단체조직죄의 대표적 유형이었으나, 2010년대 이후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나 중고차 사기에도 해당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114조를 새로운 범죄에 적용할 때마다 많은 법적 논쟁이 뒤따랐습니다. 그때마다 법원은 변화된 시대상황을 고려하고, 발달된 범죄 수법이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는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범단죄 적용은 발달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산업화되고 조직화된 성착취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중대한 범죄라는 것을 천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사건의 두 번째 쟁점은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입니다. 이 사건은 범행 수법의 잔인함, 범행의 규모, 범행으로 인한 피해 등의 측면에서 가장 나쁜 전례가 되어 수많은 유사·모방 범죄를 낳았습니다. 실제로 피고인 조주빈이 검거된 이후 온라인상에는 ‘박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상황 또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국가기관의 삭제 지원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이 제작·유포한 피해자들의 피해촬영물은 지금도 판매되고 있으며, 피고인들이 재미 삼아 퍼뜨린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는 여전히 온라인 공간을 맴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 피고인들의 조직적 범행 결과 피해자들은 또 다른 조직원들이 위협을 가하지는 않을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혹자는 법리적 관점에서 피고인들의 범행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양형이 기존 관행에 비해 과도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재산권, 인격권에 비해 부차적인 권리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 사건 양형이 이례적으로 느껴졌다면 그것은 피고인들의 범행이 그만큼 유례없이 잔인하고 심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피고인 조주빈이 변론 과정에서 이른바 ‘N번방’을 운영한 피고인 문형욱을 언급하였듯이, 박사방과 유사한 조직적 디지털 성범죄 사건 또는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인 각급 법원 또한 이 사건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심이 그러했듯이 이 사건 항소심 또한 디지털 성범죄의 이정표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의 판결은 디지털성범죄를 더 이상 가벼운 범죄, 단순 욕구 충족을 위한 일탈로 치부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법조삼륜을 아우르는 법조계는 오늘 판결의 사회적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사건이 앞으로 디지털성범죄 사건 처벌의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이 사건 피고인들이 유포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천여개를 돈을 주고 다운로드 받아 보관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감형 이유는 초범이었습니다. 이 사건 발생 이후 양형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각 단체에 의견을 수렴하였고,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기존 감경사유가 의례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하였습니다. 이에 양형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초범’은 첫 범행이더라도 불특정 다수 피해자가 있거나 상당기간 반복 범행한 경우에는 감경 사유로 적용될 수 없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들 또한 형사처벌전력이 없다는 점에서 ‘초범’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수 십명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수많은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앞으로 디지털성범죄 사건을 접하고 처리할 법조인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회견 발언문 2>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재판 과정에서 본 문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유영 활동가
우선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된 오늘의 판결을 환영합니다. 성범죄 사건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건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사례가 처음입니다. 결과적으로 형량이 감형되어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1심에 이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유지한 이번 선고는 소지, 시청, 판매, 유포, 제작 각각의 단계가 개별적인 범죄가 아니라 서로 증폭시키며 범죄가 계속적, 반복적으로 구성된다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을 재판부가 이해하고 이들 모두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가슴을 졸이며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피해자분들에게 오늘의 판결이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조주빈 징역42년 강씨 징역 13년 천씨 징역 13년 남은 피고인 3인 기간 선고를 마냥 환영할 수는 없는 상황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1월부터 오늘 6월 1일까지 진행된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항소심 재판은 피고인의 구속 만기 문제를 고려하고 분노하는 시민들에게 책임있게 신속히 응답할 수 있도록 서둘러 재판을 진행하는 등 재판부의 사려깊은 처사가 돋보이는 재판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이차가해 또한 반복돼 피해자의 신변을 위협하는 재판이기도 했습니다.
조주빈과 공범들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피해자와 교제하는 사이였다고 말하거나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등 피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3월 9일 공판에는 사기범은 피해자라는 발언이 재판 중에 등장했고 3월 30일 공판에서 피고인 조주빈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으로 협박받고 있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를 증인으로 요청했습니다. 같은 날 피고인 천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과 협박에 의해 관계가 진행된 게 아니라 수개월 동안 교제해왔다며 검찰의 증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4월 20일 공판에서는 피해자의 실명이 공개되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417호, 코로나 19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기는 하지만 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기자와 방청객으로 가득 찬 대법정에서였습니다. 증인 신문을 시작하기 전과 도중에 검사와 판사가 피고인 주의를 주었지만 피고인 천씨측 변호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피해자 실명이 수차례 공개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5월 4일 피해자 변호인단이 피해자 실명 언급과 같은 이차피해를 막기 위해 재판 일부 만이라도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이날은 4월 20일 공판과 같이 피해자의 실명이 거론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묻고 싶습니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발언이 제지되지 않고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피해자의 실명이 공개되고 이에 구제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피해자가 어떻게 사법부를 믿고 정의를 실현시켜달라 요청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피해자가 피해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성범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을 걱정 없이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박사방 항소심 재판부는 2심 종결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재판을 지켜볼 수 있도록,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주십시오. 우리는 더 나아간 판결을, 재판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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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발언문 3>
끝나지 않는 텔레그램성착취 피해,
가해자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노선이 활동가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피해지원TF 법적지원 현황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여성인권운동단체들을 중심으로 텔레그램성착취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2월에 출범했고, 현재 180여개의 단체가 연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탁틴내일,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다시함께상담센터 등 성폭력 피해생존자를 직접 상담하고 지원하는 5개의 단체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성착취대응팀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이 함께 피해지원TF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피해지원TF는 텔레그램이라는 온라인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성착취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해 의료적,심리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의 무료법률지원제도를 통해 공대위 변호인단과 법적지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검거된 주요 가해자들을 포함하여 2명 이상 복수의 가해자가 특정되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인 사례들이 많고, 그 중 최초 피해 이후 추가로 확인된 유포나 유포협박 등의 추가 피해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피해촬영물 유포 및 유포협박 등 추가 피해 상황
텔레그램성착취 피해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추가피해는 유포피해가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주변인들의 제보 등을 통해 피해자가 직접 유포를 확인한 경우를 비롯, 피해자 본인이나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피해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위협 혹은 협박하면서 접근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다른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죄로 수사 중에 피해자 확인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확인된 경우 등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대위는 확인되는 추가 피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법적지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초 피해가 확인된 피해자들의 추가 유포 등의 사건 조사 시 불필요한 피해자 조사를 금지하는 것이나 디지털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료법률구조금 상향 등의 피해자권리보장을 위한 제도보완과 수사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성폭력의 특성상 다수의 가해자들이 개입되어 있을 때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피해자 개인이 감당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피해의 규모를 확인하고 삭제지원을 요청하고, 거액의 변호사 선임 비용이 소요되는 등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너무나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조주빈 등 주요 가해자들의 제대로 된 처벌이 피해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피해자 개인의 삶에 있어 텔레그램성착취 사건은 너무 큰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미치고 있습니다. 더욱이 계속해서 확인되는 추가 피해는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거나 개명을 해도, 주변 지인이나 가족 등을 통해서 위협해오는 가해자들이 많고, 온라인 상에서 텔레그램성착취 피해 촬영물이 검색되거나 유통되는 상황은 여전합니다.
박사 조주빈이나 갓갓 문형욱 등 주요/최초 가해자들이 만들어 낸 피해의 사슬은 피해자들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텔레그램 성착취사건의 주요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피해촬영물에 대한 유포나 유포 협박죄의 무게를 더 무겁게 하는 근거가 될 것이고 당장 피해자들이 겪는 추가 피해를 막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는 디지털 성폭력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남기는지 직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누구도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더 이상의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우리는 더 나아진 제대로 된 판결을, 더 많은 확실한 처벌을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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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발언문 4>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엄벌촉구 탄원서
조주빈, 이0민, 강0무, 천0진, 장0호, 임0식은 6월 1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사건 피고인들입니다. 이들은 ‘박사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조직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계속적 ·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며 서로 증폭시켜 왔음에도 하나같이 이를 부인하고 축소,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에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외 000명은 이들을 ‘박사방 범죄조직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들’로 칭하고 이들을 엄벌할 것을 촉구하는 탄원을 제출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2019년 11월, 텔레그램 내에서 수십, 수백, 수만 명이 공범이 돼 무법적 ‘성착취 세계’를 구축했다는 사실이 한겨레의 <텔레그램에서 퍼지는 성착취> 기획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텔레그램이라는 공간에서 ‘박사방’을 운영했던 피고인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신상을 캤고, 아동 청소년을 비롯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어 유포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성착취물을 유포할 때 항상 피해 여성들의 신상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이런 피고인들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성착취물을 본 남성들은 공개된 피해자의 주소와 함께 집단 성폭행을 암시하는 댓글을 달았고, 공개된 피해자 집 주변 가게에 왔다며 인증샷을 올리며 피해자들을 위협해 극심한 고통과 공포에 짓눌리도록 만들었습니다*.
*[한겨레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첫 보도 후 바로 신상이 털렸다
피고인들은 이러한 행동을 단순한 음란물의 제작과 구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피고인들이 한 행동은 실재하는 사람을 실시간으로 사냥하고 지배하고 착취해 동등한 동료 시민, 인간이 아니라 존엄을 잃은 노예로 전락시키는 행위였습니다. 이들은 지배 행위를 전시하고 확산하면서 매우 조직화되고 체계화된 방식으로 여성들을 착취했고 이를 하나의 양식으로 만들어 범죄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피고인들의 ‘노예’를 만들고 착취하는 행위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3년 동안 지속, 발달, 확산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사기관과 사법제도를 기만하며 업신여기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고인 조주빈은 ‘나는 신고해도 잡히지 않고, 수사기관도 별것 아니다’는 허세를 피해자와 관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피해자에게 수사 기관 내부를 찍어오도록 조종했습니다. 피고인들은 반항하면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피해자들을 위협했으며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는 특정하여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이름이 올라오게 명령했고, 영상을 더 보고자 했던 수없이 많은 공범들은 수사를 훼방하고 사법을 비웃으며 그 명령을 수행했습니다. 이들의 검거를 온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을 때 이들은 협력하여 수사 정보를 공유했으며, 법과 제도와 권리에 기반한 사회적 제재를 무력화시켜왔습니다*.
*[한겨레<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능욕 댓글에 집 주변 인증샷…피해여성 ‘공포의 나날’
수사기관과 엄정한 사법제도를 기만하는 피고인들의 이러한 태도는 재판을 받고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4월 20일 재판에서 피고인 천0진의 변호사는 “거짓말하고 있다”, “피해자와 교제하는 사이였다”라며 피해자에 대해 거짓되게 진술 하였습니다. 같은 날 피고인 조주빈의 변호사는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5월 4일 재판 때는 검사와 재판부의 수차례 주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실명을 여러 차례 노출시켰습니다. 피고인들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일말의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이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피고인들은 자신들을 수사기관의 압박 수사에 의해 짓눌린 희생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조주빈은 5월 4일에 진행된 재판에서 자신은 수사기관에서 준 대본을 받아 적었을 뿐이고, 수사기관에 의하여 밝혀진 진실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수사기관에서 의도를 가지고 기소한 것이라 진술하며 수사기관을 기만하였습니다. 피고인 천0진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고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위법과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조금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동영상은 절대 없앨 수 없고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은 저 아이가 언제 자살할지를 놓고 내기들을 하면서 키득대며 "걸x", "뻔뻔한 x"이란 욕을 해댑니다.” 피해자 어머니가 눈물로 써주신 문장입니다. 아직 피해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번 유포되면 상품이 되어 오랫동안 유통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 때문에 피해자들은 지금도 유포된 것을 지우기 위해 매일 검색하고, 삭제를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삭제 지원 기관은 수십 명의 인원을 긴급 충원해야 했을 정도로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입힌 피해가 막대합니다.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상 파괴와 고통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비참합니다. 피해자들은 피해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 해고를 당했고 또한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처해있습니다. 이처럼 영상의 유포 문제는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재도 지속되고, 앞으로도 지속되며, 피해자의 인간적, 사회적 생존의 걸음걸음에 크나큰 좌절과 장벽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해자들이 하루라도 제대로 숨 쉬고 제대로 잘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피고인들을 엄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생계 위협과 학업의 중단, 주변으로부터의 2차 피해와 위협, 심리적 불안과 트라우마 증상들은 가해자에게 엄벌을 내리는 것을 통해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워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 외에는 어느 것으로도 치유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를 뒤흔든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자양분으로 해서 자라난 사건입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웰컴 투 비디오' 웹사이트를 통해 약 128만 명의 회원(유료회원 4천여 명)에게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수입, 판매, 유포한 손정우는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는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고, 17년 동안 불법 촬영물 유포, 강간 모의 등 성폭력 범죄를 전시, 조장하면서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던 소라넷에 대해서는 운영자 4명 중 단 한 명만이 처벌되었습니다. 사법부가 방조, 방치하는 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진화해왔고, 이 피해는 셀 수 없는 개별의 피해자들에게 셀 수 없는 피해로 전가되었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피고인들의 2심 선고를 앞두고 지금 우리 사회는 성착취 가해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성착취 범죄는 반드시 검거되어 처벌될 것이며,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성착취 범죄에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 이 사건 피고인들과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을 수많은 가해자들의 동조자들에게 그리고 이 순간에도 가슴을 졸이며 사법부의 엄벌 판단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피해자들에게 선언하여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여성을 협박하고 착취하는 것으로 만들어낸 성착취 영상물의 판매, 유포에 대한 법원의 엄밀한 인식과 피해자 인권을 고려한 선고는 향후 이와 같은 범죄를 줄이고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출발선입니다. 피고인들에 대해 우리 법률이 정하는 가장 무거운 형을 선고하시어 피해자들이 향후 이 사건을 딛고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하며 위와 같은 탄원을 존경하는 재판부에 제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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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우리는 더 나아간 판결을 원한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오늘 6월 1일, 조주빈 외 5인의 2심이 종료되었다. 2019년 11월 본격적으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이 공론화되고 1년 반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은 전국적인 공분 속에 수사가 진행되었다. 작년 3월 25일 박사 조주빈이 검거된 뒤로 강훈(부따), 이원호(이기야), 문형욱(갓갓), 안승진(코태), 남경읍 등 주요 운영진이 잇따라 검거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하는 이들이 과연 이들 뿐인가.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n번방 이용자 1만5천 명의 신상 정보도 입수하여 1천여 명을 ‘n번방’과 관련하여 수사하였다. 단속한 인원 중 149명이 공무원이었는데, 이들 중에는 군인·군무원, 교사, 경찰·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이 있었다. 이 단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n번방의 가해자들은 유별난 괴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의 누군가이며, 조주빈을 비롯한 주요 운영진들은 그 일부를 대표하는 인물들일 뿐이란 것이다.
우리가 조주빈에 대한 엄벌을 요구한 것 그리고 오늘의 판결을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피해자에게 네가 얼마나 문란한지 주변에 소문을 내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협박이 되는 것, 피해촬영물을 소비하겠다고 26만 명의 가해자들이 몰려든 것, 피해 촬영물이 금전 거래가 되는 재화가 될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 피해자가 모두 여성인 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문화가 만연하고 이것이 쉽게 용인되는 성차별적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성들은 이미 유사한 범죄에, 가해에 오랜 시간 무수히 당해왔고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은 단지 그 차별과 폭력을 영리화 하고 조직화 할 정도로 악랄하였을 뿐이다.
일찍이 n번방 가해자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200만 명이 동참하였고, 이번 2심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에는 8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하였다. 이 8천명, 200만 명의 시민이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것은 단지 그들만을 단죄하고자 함은 아닐 것이다. 이들 뒤로 숨어있는 수많은 성착취 가해자는 물론이고 그들의 가해를 가능하게 한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로 잡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을것이다.
오늘의 판결은 단지 조주빈이라는 한 사람 뿐만 아니라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구조와 문화를 엄벌하는 계기가 되어야 했다.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피해자와 사회에 미친 악영향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행한 범죄가 여성폭력임을 명백히 하며 최소한 감형만은 없어야 했다. 재판부와 사법부는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을 감형 없이 엄벌하고, 추가 가해자들을 계속 수사 및 검거하여,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여성에 대한 성착취가 용인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여성을 품평화하고 대상화하는 문화를 비롯한 모든 여성혐오가 허락되지 않는 사회임을 명백히 하기를 바란다. 그 시작점이 되었어야 하나 그러지 못한 오늘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간 판결을, 더 나아간 사회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