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모, 명예는 이미 스스로 훼손했다
- 이형모는 명예훼손 역고소를 철회하고 반성하라


성추행 가해 사건으로 지난 9월 사임했던 시민의 신문 전 사장 이형모가 지난 9일 시민의 신문 기자와 노조간부에게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가해자들의 단계를 고스란히 밟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개탄한다. 가해자들의 많은 경우, 처음에는 자신의 행동을 시인하고 사과하고 반성을 다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변명과 호소를 내비치다가 더욱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를 모함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안타깝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성추행 범죄를 자연스러운 행동인 양, 호의적인 격려의 표현인 양 착각하는 바를 반성하고 교정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다.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주변의 공모집단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반납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은 가해자의 호소에 기꺼이 동참한다. 가해자가 살아남는 법,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와 주변인을 호령하며 유유히 이 ‘난관’을 빠져나가는 법. 그들은 이런 것을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가해자들이 명예훼손 역고소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조력자들이 있어서다.
이번 이형모 사건도 마찬가지다. 성폭력 가해는 사소한 실수다, ‘그만한 일로’ 이 인물을 제재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다 등 비호하는 사람들이 가해자에게 누울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조직보위론, 중요한 인물론 등을 펴며 가해자를 동정하고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무화시키는 행위는 명백한 2차 가해다.

이번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내용은 언론 보도를 통해 짤막하게 내용이 전해졌다.
첫 번째 지적할 내용은 ‘이미 끝난 일을 갖고’ 대목이다. 이미 종결되었다는 건 성폭력이 아니라고 결론났었단 말인가?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안다. 그러나 이형모는 소송을 통해 ‘사실의 인정’ 조차 끝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이는 어렵게 성폭력을 문제 삼고 문제제기했던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또한 당시 문제의식을 느끼고, 가해자에게 반성 및 사과할 것을 촉구하였던 많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이형모는 왜곡 선전을 중단하고 본인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을 약속했던 시점으로 돌아가라. 명예는 이미 스스로 여러 차례 훼손했다. 그리고 더욱 훼손하고 있는 중이다. 누구보고 책임지라 하는가?

둘째, ‘기자’이자 시민의 신문의 ‘직원’인 사람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는 점 또한 비열하다. 이형모는 시민의 신문 직원들, 기자들을 법적 수단으로 압박함으로써 정당한 문제제기와 싸움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형모는 시민의 신문 기자들이 사실 검증 없이 기사를 썼다고 말하다가 성폭력은 주관적 판단의 문제라고 말하다가, 경영권 관련된 음모가 있다고 말하다가 양수겸장의 진을 치고 있다.
시민의 신문 전 사장이 성폭력 가해로 대표직을 사임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 후 사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고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또한 시민의 신문 기사는 부당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사회적인 의미를 짚는 차원에서 쓰인 정당한 보도이다. 본인이 사과하고 물러났던 일에 대해서, 그 이후 발생했던 여파와 그 문제점에 대해서 기자들이 보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그렇다면 시민의 신문 외에 성명서를 냈던 단체, 다른 언론사 기자 모두에게 소송을 제기하라!

자신의 성폭력을 반성하지 않고 2차 가해와 소송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에 공분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다.


2007년 1월 12일
서울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