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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안대응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개별사례의 구체적인 쟁점을 알리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공동성명/논평]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B대령의 상고심 판결에 대한 입장
  • 2023-05-18
  • 1613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B대령의 상고심 판결에 대한 입장] 


피해로부터 13년만에 이뤄진 가해자 중 한명인 B대령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 당연한 결과다. 

군 당국은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의 안전한 군 복무를 위해 2차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라.    

 


2010년 임관된지 4개월이 된 해군 초임 장교가 직속상관인 A소령과 당시 함장이었던 B대령으로부터 잇달아 성폭력을 겪었다. 13년이 흐른 오늘, 대법원은 B대령의 성폭력 가해를 유죄로 최종 확정 판결하였다. 


2017년 해군 수사기관의 설득 끝에 피해자는 용기내어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 A소령과 B대령을 고소하였다. 2018년 1심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A소령과 B대령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8년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같은해 11월 2심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A소령과 B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2022년 3월,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는 A소령에 대해서는 폭행협박이 없었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여 무죄를 확정하였고,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는 B대령에게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며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렸다. A소령과 B대령에게 각각 다른 판결이 내려진 이후  B대령은 2023년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오늘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최종 징역 8년형이 확정되었다. 두 명의 가해자 중 한 명의 유죄만 인정된 결과이지만, 피해자의 고소 이후 6년동안 싸워 이뤄낸 의미있는 결과이다.



‘남자 경험을 알려준다’며 가해를 정당화 한 A소령은 폭행협박이 없어 

법의 판단에서는 무죄가 되었지만 성폭력 가해를 한 사실은 자명하다.  


함정근무를 시작한지 5개월만에 직속상관 A소령으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성소수자인 피해자는 이후 지속적인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최고 책임자였던 함장 B대령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오히려 B대령으로부터 또 다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군대 조직 문화와 성차별과 동성애혐오가 만연한 군 조직내에서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은 성폭력 피해의 빌미가 되었다. A소령은 성폭력을 가하면서 “너가 남자랑 관계를 제대로 안 해봐서 그런것 아니냐”, “남자 경험을 알려준다”라며 자신의 가해를 정당화했다. 


A소령은 2022년 3월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의 상고 기각 판결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군인등간강치상죄와 군인등강제추행치상죄의 성립요건인 폭행협박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고등군사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는 A소령의 직속부하로 지휘, 감독하는 관계에 있고,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성관계에 대한 동의를 한 바 없으며, 피해자가 A소령을 두려워하고 주눅이 들어 있었던 하급자였음에도 특별한 계기없이 A소령을 이성으로 생각하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할 사정이 생겼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며, 위력을 행사하여 A소령이 피해자를 성폭력한 것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서술했다. 피해자가 겪은 성폭력 피해가 인정되지만 현행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에는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최협의설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판결이다.   


현재 A소령은 군인등강간치상죄와 군인등강제추행치상죄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근거로 해군 내에서 이뤄진 징계성 전역처분과 진급낙천처분에 대해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A소령에 대한 전역처분이 취소되고 원복되어 다시 해군으로 돌아온다면, 피해자가 겪을 추가적인 고통과 군대 내에서 발생할 2차 피해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함장이라는 최고지휘관에게 부여된 책임을 방기하고 추가적인 성폭력을 가한 B대령, 

군대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대책마련의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2022년 B대령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취지로 환송한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는 피해자는 당시 군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초급 장교로서 최고 지휘관인 B대령의 지시에 절대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지위에 있었던 점, 성폭력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하여 이를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유형력의 행사, 즉 폭행협박이 동반된 성폭력으로 판단했다. 특히 A소령에 의한 성폭력으로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직후 무력해진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한 상황 또한 유형력의 행사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후 이뤄진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이번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서도 인용되었다. 


B대령은 피해자가 근무하는 함정의 함장으로 지휘관의 위치였다. 지휘관은 사건 발생시 관련 훈령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및 피해구제를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책임도 있다. 그러나 B대령은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방기하는것을 넘어 추가적인 성폭력을 가했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군대 문화에서 함정 내 유일한 여군이었던 피해자에게 내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지휘관으로부터의 추가적인 피해는 ‘영혼이 빠져나가는것 같은’ 절망감을 남겼다. B대령은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의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기는 커녕 또 다시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시간이 성폭력 가해로부터 13년, 피해자 고소 이후 6년이나 있었지만 B대령은 끝끝내 자신의 가해행위를 부정하였다. 


B대령의 이와 같은 행태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발생과 이후 대처, 주변인과 상급지휘관의 임무 등 군 내부 시스템의 보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과 점검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이 공론화 된 이후에도 군대 내 성폭력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2022년 7월 1일 개정 군사법원법이 시행된 이후, 민간법원으로 이관된 군인관련 범죄의 92%는 성폭력 범죄로, 이 중 피해자가 군인이거나 군무원인 사건은 40%에 달했다. 이는 그간 제대로 신고조차도 되지 않았던 군대 내 성폭력 범죄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사법적 해결에 나선 피해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사건의 피해자처럼 민간 여성인권단체의 지원을 받아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심리 및 의료지원을 병행하며 지난한 사건해결과정을 거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앞으로 군대 내부와 외부, 민-관 지원체계가 피해자의 사건해결과정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모색하는 다양한협력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국방부를 포함한 각 군에서 훈령과 매뉴얼, 지침에 담긴 성폭력 사건 발생과 대처, 예방과 조치에 대한 촘촘하고 실질적인 실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군대 내 구성원 전체의 실천 의지도 필요하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을 보더라도 여전히 군대 내 훈령과 여러 성폭력 관련 대책,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을 알 수 있다. 직속 상관에 보고해도 은페되거나, 가해자와의 합의를 종용하거나, 오히려 해결 시스템 과정 내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피해자를 탓하는 추가적인 2차 피해를 겪는 등의 사례가 그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과 제도도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작동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성폭력 문제가 피해자와 가해자, 연루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 군의 문제로 인식하고 지금 당장 스스로의 변화부터 꾀해야한다.       


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 동료 군인들에 대한 존중과 애정으로 이 모든 과정을 묵묵히 견딘 피해자가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앞으로 후배 여군들이 이런 상황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여군 비율은 1만 4천명정도로 전체 간부의 7.4% 수준이다. 앞으로 국방부는 인구감소에 따른 병력자원의 부족 등의 이유로 여군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점차 확대될 여성군인의 지위를 정당하게 보장하고, 같은 동료 군인으로 여군들을 대하는 문화가 확대될 때 군대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이번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여군 성폭력사건의 B대령의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발판삼아 군대 내 성폭력 사안 해결의 다양한 실천이 확산되기를 촉구한다. 군인으로서 지금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피해자의 안전한 군 복무를 위해 2차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2023. 5. 18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