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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안대응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개별사례의 구체적인 쟁점을 알리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수원살인사건, 안일하게 대처한 국가가 살인자다! 단순성폭행, 부부싸움이면 여성은 죽어도 되는가!

 

[성명서]

 

수원살인사건, 안일하게 대처한 국가가 살인자다!

단순성폭행, 부부싸움이면 여성은 죽어도 되는가!

 

 

지난 4월 1일, 귀가하던 여성이 납치 후 성폭행, 살인을 당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더 끔찍한 것은 이에 대한 경찰대응이 적절하지도, 신속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중부서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112 신고가 15초 정도로 짧아 신고장소를 알아내기 어려웠다”, “신고에서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다”, “신고접수 직후 상가와 불 켜진 주택을 탐문조사했다”라고 말하는 등 수사에는 마치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발생 근 열흘이 지난 지금 이 모든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모든 안일한 대처 이면에 여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여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성폭행인 줄 알았다”, “부부싸움인 줄 알았다?” 이번 사건은 잘못된 통념과 관행의 합작품이다!

 

수원중부서는 피의자 검거 이후, 경기경찰청에 “단순 성폭행 사건”으로 보고하였다. 모든 성폭행 사건은 성폭행 사건이다. 명명백백한 범죄라는 것이다. 무엇을 근거로 “단순”하고 아니고를 구분하는가. 그리고 그 구분이 달라지면 범죄의 처리도 달라진다는 건가.

 

우리는 가해자와 아는 사이였다는 이유로,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재판으로 대변되는 공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의심당하면서, 2차, 3차 피해를 당하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번 대처행태를 보며, 이 사건이 “모르는 사람에 의해, 늦은 시간에, 죽을 힘을 다해 저항해야” 성폭력으로 확실하게 인정받는 이 사회의 성폭력 통념에 부합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피해자가 참혹하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나아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애원, 테잎 붙이는 소리 등이 들리는 신고내용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아는 사람인데..”, “부부싸움 같은데.....?”라고 대꾸한 부분에 이르면 분노를 넘어 절망하게 된다.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라면, “부부싸움”이라면 이토록 안일하게 대처해도 된다는 건가.

 

정확한 통계조차 없어서 언론보도만을 집계해서 발표한 자료만으로도, 여성폭력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숫자는 지난 3년간 209명이다. 미수를 포함하면 299명, 주변 가족 등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347명이다. 경악스럽다는 말도 부족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는 최소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가정폭력, 성폭력으로 살해당하고 있는지 현황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국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일하게 대처해온 국가가 살인자다!

 

우리는 이 모든 엉망진창인 대처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소한 것’과 ‘심각한 것’으로, 가해자와 아는 사이인지 아닌지, 집안에서 발생했는지 집 밖에서 발생했는지를 끊임없이 구분하고, 피해자의 진실성을 의심하면서 피해자에게 모든 범죄사실의 입증을 요구해왔던 우리 사회의 관행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안다. 결국, 이번 수원살인사건은 이러한 잘못된 통념과 관행의 합작품에 다름 아니다.

 

지속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는 이 국가에서 여성은 설 자리가 없다. 아니, 살 수가 없다.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보장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일진데, 여성은 대체 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 이번 수원 사건의 제2의 살인자는 여성폭력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해온 국가다.

 

본 단체들은 소중한 생명을 이렇게 보내면서 망연자실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성폭력범죄를 대하는 공권력의 안일한 대처, 여성폭력을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이를 뒷받침하는 가부장적 인식을 바로잡을 때까지, 그리하여 여성폭력을 완전히 근절할 때까지 국가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통탄과 분노와 슬픔으로, 삼가 피해자의 명복을 빈다.

 

 

 

2012. 4. 9.

 

수원살인사건 여성긴급행동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