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 2012-09-05
- 3495
<기자회견문>
서울중앙지방법원 김용두 판사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여성노동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규탄 및
직장내 성희롱 사용자 책임 인정 촉구 기자회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자는 2011년 1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성희롱 및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였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당한 사실을 인정받았다. 이후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11월 2일 성희롱 피해자를 징계해고 한 사실에 대하여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금양물류 대표이사 임OO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하였으며 같은 달 24일 근로복지공단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증세 등과 관련하여 본 사안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검찰, 근로복지공단이 모두 직장내 성희롱을 인정하여도 피해자는 2012년 2월 1일, 해고된 지 16개월이 지나서야 원직복직 할 수 있었다. 그 동안 피해자는 텐트 하나에 몸을 맡기고 현대자동차의 용역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천막 철거 위협, 극한의 날씨와 싸우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가족부 앞에서 원직복직을 요구하였다.
이 모든 싸움과 그 속에서 누적된 피해자의 고통은 현대자동차도 폐업한 금양물류도 이후 가해자를 포함하여 금양물류 사원 전체를 고용 승계한 형진기업에서도 모두 성희롱 피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가해자 2인과 금양물류 대표이사, 현대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민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김용두 판사는 다시 한 번 피해자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할 판결을 내렸다. 가해자 2인에게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금양물류 대표이사와 현대자동차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 땅 수많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권리를 송두리째 앗아 가버린 심각한 판결이다. 우선 법원은 성희롱 피해자를 해고한 금양물류 대표이사에게 사용자 또는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다. 주식회사에서 일어난 일은 주식회사 법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 판결의 취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인정하고 있는 양벌규정을 무시함으로서 직장내 성희롱을 용인한 대표이사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실제 본 사건과 관련하여 금양물류 사장은 성희롱 피해자를 징계 해고 한 행위로 형사 처벌을 받은 바 있음에도 김용두 판사는 그에게 가해자로서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
또한 본 판결은 현대자동차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성희롱 피해를 당했을 때 원청 사용자는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현대자동차는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작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국회의원 사무실을 직접 돌며 ‘금양물류 성희롱 주장 사건에 관하여'라는 문건을 배포하며 피해자에 대해 근거없는 악의적 소문을 유포,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본 판결은 가해자들이 사적인 수단을 통하여 근무시간 외에 가해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청 현대자동차에게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성희롱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볼모로 은밀한 공간에서 사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 법은 사업주가 성희롱예방교육을 1년에 한번 이상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지난 14년 간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으며 이것만 보더라도 현대자동차는 관리 감독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명확한데 판결문에서는 “예측 가능성” 운운하며 현대자동차의 책임 없애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 판결은 문자와 음성 녹음 외 가해자들의 육체적 성희롱, 언어적 성희롱 주장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성희롱 사건은 물리적인 증거가 남는 경우가 많지 않고 권력관계의 상급자가 가해자일 때, 주변 동료들이 증인으로 나서기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일관성 있는 주장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수많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들에게 법적해결을 포기하라는 것에 다름없다.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와 가해자 당사자들만의 우발적인 갈등이 아니다.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위계질서와 성별 권력관계가 작용하여 피해자는 성폭력적인 상황을 거부하거나 저항하기 어렵게 만들며, 이러한 점을 노린 가해자들의 폭력행위가 속출하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때문에 성희롱 피해의 산업재해로 승인의 의미는 성희롱이 일터에서 경험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 또한 성적인 폭력이 피해자들의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요소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성희롱을 개인들 간의 분쟁으로 축소시키면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의 노동권을 비롯하여, 유사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는 판결이다. 이에 우리는 항소를 진행하며 본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밝힌다. 본 판결은 우리가 지원하는 피해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 땅 성희롱 피해자 모두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희롱 피해자를 모함하고 관리감독 소홀히 한 현대자동차의 책임을 인정하라!
성희롱 피해자를 해고하고 가해자를 비호한 금양물류 사장의 책임을 인정하라!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권리를 부정한 판결을 규탄한다!
2012년 9월 4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지원대책위원회
(노동자연대다함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신당 여성위원회, 통합진보당 여성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