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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반성폭력 운동의 국제연대 역량강화' 프로젝트,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 2012-12-24
  • 3198
 
 
상담소는 올해 특별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바로 반성폭력 운동의 국제연대를 위한 활동가들의 역량강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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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에는 여러 단체와 개인이 방문을 오고 있고, 해외에서의 방문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성폭력 관련 현황, 상담소의 반성폭력 운동과 활동 등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간 몰랐던 각 나라별 현장의 비슷한 고민과 사회의 인식에 대해 알게 되고, 해외의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와 성과를 통해 한국에서도 고민의 폭을 늘려나갈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상담소도 다른 나라의 반성폭력 운동 단체를 직접 찾아가 견문을 넓히고, 운동의 역량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경비 문제에 있어 재정 여건 상 쉽지 않아 늘 한켠에 두고만 있던 것이 올해는 한국여성재단의 여성공익단체 역량강화 지원사업 '도움닫기'의 지원을 받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나라를 방문할 지에 대해 고민하던 중 유엔(UN)의 UPR(국가별 인권정례검토, Universal Periodic Review)이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와, 특히 상담소를 자주 찾는 일본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에서 인상 깊은 경험들을 하고 왔는데, 이번 글에서는 그 중 일본 방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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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상담소로 방문을 오시는 분들은 매번 한국의 잘 갖추어진 제도에 놀라고는 했습니다. 아직 한국과 같은 성폭력 관련 특례법이나 원스톱지원센터 등 성폭력 관련 정책이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의 시스템을 연구하여 성폭력 관련 정책을 만들고자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해주고는 했습니다. 상담소에도 이러한 이유로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한국의 법률은 일본의 법률과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고, 성폭력 관련법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한국의 형법이 제정된 것이 1953년이니 지금까지 60년의 시간이 지났고 성폭력 관련법은 제정 당시의 '정조에 관한 죄'에서 시작해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현재는 많은 제개정을 거쳐 피해자의 정당한 피해 보상과 권리 구제, 가해자 처벌을 위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앞서 관련법이 제정되기도 하였으니(1907년),한국과 비슷하거나 앞서나간 형태의 정책들이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전히 형법 외의 성폭력 관련 법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여성/인권 운동 단체 활동가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에 비해 일본의 경우는 주로 변호사, 법학자, 정부부처 관계자 등 법제도의 제개정과 제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분들이 오는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반성폭력 운동 단체의 활동가들은 만나볼 기회가 없었죠.
 
지리적으로도 가까이 있고 법체계, 문화와 정서 등이 유사한 점이 많은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은 성폭력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인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일본의 반성폭력 운동 활동가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꼭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9월 4일에서 7일까지, 4박 5일의 일정으로 성문화운동팀의 마도 활동가와 부설 열림터의 공명 원장은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일본에서 어떤 분들을 만났을까요?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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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한국 최초의 성폭력 전문 상담소이자 여성단체입니다.
일본에도 분명 저희와 같은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을 터, 우리 상담소와 마찬가지로 일본 최초의 성폭력 상담소이자 여성단체인 '도쿄 강간 구원 센터(Tokyo Rape Crisis Center)'를 만났습니다.

일본은 성폭력에 대한 편견이 한국보다 더 공고한 것인지 센터의 위치는 비공개여서, '도쿄 위민즈 플라자'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날 많은 활동가 분들이 저희를 맞이해주셨고, 1982년 단체를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계속 활동하고 계신 활동가 분들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도쿄강간구원센터는 현재 초기보다 활동이 많이 축소되어 현재는 주 2회, 3시간씩 전화상담하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성폭력상담원교육에 대한 근거 법률 등이 없는 관계로 자체적으로 연 1회 정도 교육을 열어 상담활동가를 양성하고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으로, 센터의 대표분께서는 우리 상담소가 개소 준비를 하면서 활동가 들이 센터에 방문해 개소와 향후 활동을 위한 의견을 나눈 것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상담소가 1991년에 개소를 했으니 20년 이상이 지난 일을 기억하고 계신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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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본의 여성주의 쉼터 운영과 관련 운동을 알고자 여성주의를 기반으로 한 쉼터 운영과 운동을 하고 있는 '전국 여성 쉼터 네트워크'를 만났습니다. 일본의 여성 쉼터 약 60여 개소가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쉼터 네트워크는 가정폭력 방지법 제정을 이끌어낸 역사가 있고,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쉼터 생활인 등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다각적 지원, 관련 법률에 대한 제개정 운동 및 제언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일본에는 아직 성폭력 피해자만의 쉼터가 없는 관계로 현재 성폭력 피해자 전용 쉼터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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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민간의 사건지원을 알기 위해서 변호사, 의사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민간 단체 'Rape Crisis Center TSUBOMI(쯔보미)'도 방문을 했습니다.
 
 
 
특히 쯔보미의 대표인 모치즈키 아키코 변호사는 우리 상담소에 방문을 한 것을 계기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같은 피해자지원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여성운동 단체가 아닌 피해자 지원 단체이므로 전화 상담과 사건 지원, 의료 지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올해 초에 개소한 것이라 아직 지원 수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일, 예상치 못한 깜짝 손님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성폭력 생존자로서 에세이를 발간하고, 관련 활동을 하고 계신 코바야시 미카 님이 함께 있었습니다. 쯔보미의 설립 멤버로서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에 은수연 님의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가 막 출간된 후였기 때문에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코바야시 님께는 저서를 선물로 받기도 했습니다.
 
(코바야시 미카 님의 저서로는 '성폭력 피해를 입는다는 것(性犯罪被害にあうということ)',  '성폭력 피해와 싸운다는 것(性犯罪被害とたたかうということ)'이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에는 아직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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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본의 성폭력 관련 법정책을 알기 위해 현재 일본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 정책 연구에 참여 중인 게이오 대학교 법학부 '오타 타츠야' 교수를 만났습니다.
 
오타 교수도 일본 정부의 피해자 지원책 연구를 위해 정부 관계자들과 상담소를 찾아오신 적이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이전에 한국에서 유학 등을 하신 적이 있어
유창한 한국말로 일본의 성폭력 관련법의 현재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한국의 법정책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고 계셔서 한국과 일본 양측의 법이 어떤 유사점과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국은 얼마 전 성폭력 범죄에서의 친고죄 폐지가 공포되었지만 일본은 여전히 성폭력 관련법이 거의 대부분 친고죄인 관계로 오타 교수는 어서 일본에서도 친고죄가 폐지되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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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는 성별 규범을 넘나드는, '다른' 몸을 만드는 자기방어훈련이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지의 자기방어훈련 자료들을 보았는데 일본은 어떤지 알아보던 중 자기방어훈련을 전문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임팩트 도쿄(IMPACT Tokyo)'를 알게 되었습니다. 임팩트 도쿄는 아직 사무실이 없는 상황이라 도쿄강간구원센터를 만났던 '도쿄 위민즈 플라자'에서 대표님과 만났습니다.
 
'임팩트' 훈련은 여성이 자신의 바운더리를 인식하고, 설정하는 힘을 키우는 것과 실제 모델 머깅을 통해 타인(주로 자신보다 힘이 센 대상)을 이기는 몸의 경험을 직접 해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임팩트 도쿄에서는 지속적으로 '임팩트'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데, 몇 시간의 '호신술 훈련'부터 며칠에 걸친 '임팩트 실전 코스' 등 일정과 목표가 다른 코스들을 개최함으로써 다양한 대상의 대중들이 '다른 몸'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시에는 성폭력에 대한 이해 등 이론적인 부분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쉽게도 재정과 인력 등의 문제로대표님 혼자 단체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단순히 호신의 기술이 아닌 당사자 역량 강화의 부분에도 의식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관계로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출강 등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고 의욕 있는 사람을 만나 비전을 모색하려 하고, 본인도 가정폭력피해지원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는 등 여성폭력피해지원단체, 여성단체 등과의 교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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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상담소의 '욕망찾기' 사업에 쓰인 용품의 구매처이기도 한,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점 '러브 피스 클럽(Love Piece Club)'에 들렀습니다.
 
러브피스클럽은 단순히 성인용품점이 아니라 여성이 운영하는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 매장이자, 다양한 필진들로 구성된 페미니즘/LGBT 온라인 칼럼의 운영, 인터넷 라디오 '바바보시' 운영 등의 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을 위한 섹스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연다고 하는데, 아마 상담소가 진행하는 '욕망찾기'와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운영자인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 '기타하라 미노리'님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의 여성주의자들과도 교류를 하고 있고, '욕망찾기'의 기획과 진행을 담당했던 지현 님과의 인연으로 지난 여름에 상담소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러브피스클럽은 90년대 중반에 오픈을 했는데, 당시 여성이 성인용품점을 연다는 것에 주목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여성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샵이 호응을 얻고,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늘어나고, 여성을 위한 에스테틱 샵도 열게 되는 등 점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직원 분들 모두 바삐 업무를 보고 계시고 기타하라 님도 이야기 중간에 언론의 인터뷰 요청 전화가 오는 등 짧은 시간이지만 활발하게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러브피스클럽의 작은 쇼룸은 다양한 굿즈와 관련 서적 등을 아기자기하게 구비하고 있는데요, 이야기 나누는 도중에도 손님이 오셔서 물품들을 구경하고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기타하라 님과는 주로 일본의 성문화와 여성운동 등 성폭력과 반성폭력 운동을 둘러싼
일본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얼핏 생각하는 일본은 성과 관련한 산업이 발달되어 있어 성에 대해서도 개방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남성의 성에 대한 것일 뿐이며 일본 사회가 가부장적인만큼 여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억압적인 면이 크다고 합니다. 러브피스클럽과 워크숍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겠죠.
 
또한 일본은 한국에 비해 성폭력, 그리고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낮고, 관련 보도가 너무 적고 파장도 미미하다며 한국의 활발한 여성운동과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부럽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일본 젊은 세대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사회경제적으로 '출세'를 한 엘리트 여성들이
여성인권 수준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 시민단체, 특히 여성/인권단체 등에 대한 관심이 낮아 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적은 점에도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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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단체와 개인을 만나며 알차게 4박 5일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9월 초라고는 해도 일본은 여전히 더위가 가시지 않아 30도를 웃더는 무더위 속에서 (사진에서도 아시겠지만) 민소매를 입어도 땀을 뻘뻘 흘리며 낯선 곳을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생한 만큼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일본의 여러 단체 등을 방문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여성운동, 특히 반성폭력 운동의 약화였습니다.
 
한국에 성폭력 특별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우리 상담소를 비롯한 많은 반성폭력/여성 운동 단체들의 오랜 법제정 운동이 있었습니다. 현재도 역시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성폭력 관련 법정책, 성폭력 사건 진행에 있어 수사재판기관 등의 문제점 등 정부 및 관련 기관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언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성인식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대중 운동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개선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활동들은 성폭력 생존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법정책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고, 한국사회에서 성폭력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분들에게 활동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을 물어보니 모든 분들이 재정과 인력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재정은 이미 예전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반성폭력 운동을 하고자 지원하는 활동가들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성폭력 생존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정부 지원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이 없다보니 후원회원 등을 유치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제언도 하고 있던 것이 재정과 인력난으로 인해 점차 활동의 규모가 축소되어 현재는 전화 상담을 하고 사건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활동이 빠듯하다고 합니다.
 
최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 '성폭력 금지법 제정 운동'의 경우도 (한국의 '성폭력 특별법'과 같은 형태의 법률을 일본에서는 '성폭력 금지법'으로 준비 중입니다) 전국적인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연대활동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편이라고도 했습니다.
 
특히 활동가의 고령화로 인해 다음 세대로 운동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커서 한국처럼 젊은 활동가들이 계속해서 활동을 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농담처럼 "우리가 끝나면 (운동도) 끝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활동 기간이 30년이 넘은 활동가 분의 이야기는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과거에는 성폭력 관련 교육을 열거나 출강을 나가고 언론활동을 펼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다고 하지만. 현재는 전화상담조차 주 2일만 진행되거나 모든 활동가가 무급으로 자원활동을 하는 등 현실적인 조건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 생존자를 지원함과 함께 정부와 대중에 대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반면 '전국 여성 쉼터 네트워크'의 경우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 않는 등 재정적인 열악함이 크지만 '가정폭력 방지법'을 제정을 위한 전국적인 운동을 이끌어온 바 있습니다. 또한 현재까지도 관련법 제정 이후 제도화된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책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한편,
관련한 연구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어 일본의 반여성폭력 운동에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쉼터넷의 경우 전국의 여성쉼터 대부분이 네트워크에 함께하고 있고, 관련하여 의욕적으로 활동을 이끌어나가는 활동가들이 있기에 이와 같은 활발한 운동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 반성폭력 운동의 경우 연대 활동이나 적극적인 활동 주체가 적다 보니 점차 운동의 힘과 세력이 약화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담소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에 회원단체이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 등의 연대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여성/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본 활동가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운동에 대한 열정, 타 단체와 개인과의 연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중과의 소통과 지지 기반의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세상이 전혀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만, 20년이 넘게 다양한 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리 상담소와 여성운동 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분명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통해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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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를 위한 밑거름으로 일본을 방문하며 우리 상담소와 일본의 반성폭력 운동 단체들이 어떻게 만나야할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현재 일본은 성폭력에 대한 제도를 만들고, 이를 시행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20년 전 성폭력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성폭력 운동 단체의 운동이 크게 견인해온 것입니다. 그리고 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잘못된 법제도들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성폭력 관련 법의 친고죄 조항이 폐지된 것,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상담소는 법제정 운동과 올바른 법제도의 방향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니
일본의 성폭력 관련법의 제정 운동에 이를 전달함으로써 법제정 단계에서부터 위와 같은 잘못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연대하여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운동의 약화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의 제도화, 재정과 인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앞으로의 한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동을 지속시키는 동력에 대한 고민은 한국과 일본이 함께 만나 나눔으로써 반성폭력 운동의 비전과 단체/활동가들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전략을 고민해보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시아의 여성이 함께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도 있겠죠.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이번 방문은 그동안 막연히 가지고 있던 이웃 나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고 서로 만나 어떠한 교류를 할 수 있을지를 알게 된 좋은 기회였습니다. 더불어 직접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 활동가들이 다음 만남까지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나가 언젠가 서로 웃으며 신나는 활동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담소의 국제연대는 지금부터 시작이니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