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적폐세력은 차별과 혐오를 멈추고, 정부는 흔들림 없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과 혐오는 정당화될 수 없다
최근 일부 혐오세력이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왜곡시키고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조장‧선동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이 세력들은 올해 하반기 성평등 개헌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에서 열린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장에서 토론회 진행을 방해했으며, 지난 11월 16일에는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 공청회를 사실상 무산시키다시피 했다. 이와 같이 이들은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의견을 수렴해 가는 논의과정에 참여하여 견해를 피력하기보다 토론회 등을 무산시키며 자신들과 다른 논리와 입장을 전면적으로 봉쇄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폭력이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국회와 정부가 이들 일부 혐오세력의 목소리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말에 있었던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헌법 개정안의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요구가 있었고, 지난 12월 15일에는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에서의 ‘성평등’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수정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 세력의 요구는 결국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헌법상의 평등원칙과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갈 곳을 잃은 적폐세력들이 국면을 전환하고 세를 결집하기 위하여 가장 약한 고리인 여성, 젠더 이슈를 공격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
‘양성평등’은 2014년 5월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정책용어로 사용됐다. ‘양성평등기본법’의 기본이념은 우리사회의 극심한 성차별과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다. 양성평등기본법 제2조는 ‘개인의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위 법 3조는 ‘양성평등’을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UN 및 OECD 등의 국제기구를 비롯한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양성평등과 성평등은 성불평등에 대한 반대어로 여성정책을 통해 해결코자 했던 성불평등 문제가 해결된 상태를 의미한다. 성평등은 양성평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전혀 개선되지 않는 성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프레임이다.
그럼에도 위 세력은 ‘양성평등’과 ‘성평등’의 정의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성평등’ 용어를 사용하면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도식화된 등식을 사용하여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주장은 청산되어야 할 과거 정부의 여성정책 관련 적폐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2015년 대전광역시가 성소수자 인권보호와 지원에 관한 조항을 담은 ‘성평등 조례’ 제정을 하자, 여성가족부가 나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개념이나 정책은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났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거 정부의 행태는 성불평등과 성차별을 해소하여 성평등, 양성평등을 달성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방기한 것으로서 명백히 청산되어야 할 적폐이다. 또한, 이 문제에 관하여 앞서 논의를 거친 많은 나라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배제, 혐오 등을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 위반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비록 법률상 ‘양성평등’의 정의가 ‘성평등’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는 위와 같이 혐오와 차별조장 세력이 왜곡하여 사용할 뿐 아니라, 성차별 시정을 위한 정책들을 남성에게도 확장하여 남성과 여성의 양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식으로 오용되어 법의 기본취지를 무색케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성차별을 심화시키는 역작용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그러므로 촛불을 지켜온 여성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이 정부는 ‘양성평등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그 법 명칭을 개정하고,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성평등’ 정책은 우리사회의 성별로 인한 불평등과 차별, 혐오와 배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개인의 권리측면에서 볼 때, ‘성평등’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이며, 어떤 이유로도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국민주권과 대의제 정신에 충실하게 주권자인 시민들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성차별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흔들림없이 ‘성평등’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모든 국민들이 성불평등과 차별, 혐오와 배제를 겪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성평등 정책 전담부서로서 정책의 근본원칙과 내용을 명확히 하며 흔들림 없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과거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한 적폐를 청산하는 것임과 동시에 국민들에 대한 봉사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온전히 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2017년 12월 20일 예정된 양성평등기본계획 발표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성평등 실현을 강력히 원하는 우리 모두는 성평등기본계획이 본래의 목적대로 실현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2017년 12월 18일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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