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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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기본권에 역행할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 IMC게임즈의 페미니즘 사상검증 입장 공지를 규탄하며
[논평]
헌법과 기본권에 역행할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 IMC게임즈의 페미니즘 사상검증 입장 공지를 규탄하며
넥슨에서 유통하는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 제작사 IMC게임즈 대표 김학규가 자사 직원의 사회정치적 '입장을 정확히 알'기 위해 해당 직원과의 면담을 진행하며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 SNS에서 특정 계정을 팔로우한 이유, 특정 내용의 트윗을 리트윗/공감 한 이유 등을 질의한 것은 명백한 사상검증이다. 심지어 김학규 대표는 홈페이지 상 공지로 해당 직원의 실명을 밝히며 '지속적이고 전사적인 교육을 비롯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사실상 직원들에 대한 사상검증 및 검열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행위이다. 판례에 따르면 '내심적 자유, 즉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절대적 자유'이며,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양심실현의 자유는 '타인의 기본권이나 다른 헌법적 질서와 저촉되는 경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을 뿐이다.
이 사건에서 해당 직원이 한국여성민우회, 페미디아 등 페미니즘 단체를 팔로우하고 여성 인권에 대한 트윗을 리트윗/공감 한 것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다른 헌법적 질서와 저촉되는 행위가 아니다. 사기업이 노동자의 사상을 검증, 판별, 검열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사익을 위하여 법률에 의하지 않고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와 같은 행위를 용인한다면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고 헌법 상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 사상검증 및 검열의 대상이 된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는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분노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억압하겠다는 뜻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운동도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라 규정할 것인가? 김학규 대표는 마치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이 존재하고 이를 '메갈과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러한 태도야말로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논의와 투쟁을 막는 것은 본인이 성차별 및 성폭력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다.
IMC게임즈와 넥슨은 노동자에 대한 사상검증 및 검열을 즉시 중단하고 이미 자행된 인권침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시정하여야 한다. 또한 김학규 대표는 스스로 성인권 감수성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번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본인의 책임을 져야 한다. 게임업계는 유저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부당해고, 사상검증 등 노동권 침해 행위를 반복해온 관행을 성찰하고 이와 같은 인권침해 사안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2018.03.27.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