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미투(#Me Too)운동,
일본과 한국의 경험나눔 & 연대
지난 12월 초에 일본 젠더법학회의 초청으로 양국의 #미투운동의 경험을 나누고 배우고자 도쿄와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일본 젠더법학회에서의 발표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2015년 3월에 리츠메이칸대학의 <법심리·사법임상센터> 프로젝트팀이 처음 우리 상담소를 방문한 이래 이 대학과 4년째 교류를 해오고 있어요. 그해 12월, 일본 젠더법학회에서 “한국의 반성폭력운동과 법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했고, 그 인연으로 2016년 6월에는 상근활동가들 일본연수 시 오사카검찰청을 방문해 그 곳의 피해자 지원시스템 견학 및 성폭력 담당검사와의 간담회를 했었지요. 또한 9월에는 서울에서 리츠메이칸대학과 우리 상담소의 공동주최로 <성폭력 피해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의 전망> 토론회를 열었어요. 2017년에는 리츠메이칸대학의 “회복적사법관에 의한 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에 다가가는 법ㆍ사회시스템의 재구축을 위한 연구팀”이 상담소를 방문해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본상담소 블로그의 내용을 참조하셔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일본 국제교류 참고글 목록 (제목을 클릭하시면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의 활동가·학자·법조인들과 반(反)성폭력 법·제도·운동을 공유하며”(2015년 12월)
*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25주면 기념 한·일 세미나] 성폭력 피해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의 전망”(2016년 9월)
#미투운동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거센 물결이지요. 일본에서도 이토 시오리 기자가 2015년 4월에 한 언론사 인턴으로 일할 당시 <도쿄방송(TBS)> 워싱턴 지국장이었던 야마구치 노리유키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고 고소를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을 했고, 시오리는 지난 해 5월 공식기자회견, 10월에는 이 사건을 밝힌 『블랙박스』라는 책을 썼지요. 이후 일본에서는 피해자들의 미투가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요. 여성운동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미투운동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에 젠더법학회에서도 이 주제의 세션이 마련된 것이지요.
일본 젠더법학회가 열린 릿쇼대학의 학회 안내문과 접수대
12월 1일, 동경시내에 있는 릿쇼대학(Rissho University)에서 일본 젠더법학회가 열렸어요. 이 학회는 성평등과 법을 주제로 연구하고 논의하는 장으로 법학·젠더·인권관련 학자들 및 변호사, 관련 인권단체 활동가 등 400여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정기 학술대회라고 합니다. 학회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이틀동안 진행되었는데, 전국적으로 200여명이 참여했어요. 첫날 오전에는 다음과 같은 주제의 다섯 개의 워크샵이 진행되었어요. (1) 미투운동의 현상과 과제에 대한 일·한비교, (2) 포르노그라피·표현의 자유·성차별 : 매키논과 코넬 논의 재검토를 통하여, (3) 생활시간 접근 × 젠더관점에서의 개혁 - 장시간 노동문제, (4) 여성을 배제하는 전통적 관습과 UN 여성차별 철폐조약, (5) 자녀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면접교섭권 – 부모합의 형성과 당사자 지원의 과제였어요.
마츠모토 카츠미 교수님의 사회로 진행된 #미투운동 세션에서 첫 번째 발제자인 저는 한국에서의 법·정책 마련의 역사적 배경과 쟁점을 50분동안 순차통역으로 발표 했어요. 저는 한국의 미투운동이 올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운동이며 이번에는 듣는 사람들이 귀와 가슴을 열었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특히 350개 여성ㆍ사회단체이 연대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활동을 중심으로 우리의 운동현황 및 전략, 의미 등을 나눴습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관련 법·정책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펜스룰이나 무고, 명예훼손 등 역고소가 문제로 드러나고 있으며, 결국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제 발제의 토론자인 리츠메이칸대학교 김성은 연구교수는 한국의 미투운동이 가능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볼 필요가 있다며 50여년이 걸린 가족법개정운동,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성폭력·가정폭력특별법제정운동,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등을 들었습니다. 그는 한국의 미투운동이 그동안 남녀간의 문제로 사소화되었던 성폭력을 공적영역으로 문제를 옮겨온 데 의미를 두었어요. 그리고 미투운동이 지난 1년여 동안 거세게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의 여성인권운동단체를 비롯한 NGO의 역할을 꼽았습니다.
#미투세션 발표자들(요시다변호사, 이토변호사, 김성은조교수, 이미경소장)과 사회자(마츠모토 교수)
두 번째 발제는 이토 카즈코 변호사의 일본 미투운동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1985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을 시작으로 2017년 형법개정 등의 역사를 짚었습니다. 그는 일본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말하는 순간 왕따를 당하는 문화가 여전하며, 남자랑 같이 밥을 먹었거나 차를 타고 가다 피해가 일어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되는 문화를 꼬집었습니다. 2017년 일본 형법이 일부 개정되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와 같이 폭행과 협박을 강간의 구성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요시다 요코 변호사는 형법에서의 동의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논의가 못되고 있으며, 스웨덴처럼 “예스”라고 해야만 동의로 보는 식으로 법이 개정되어야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어진 종합토론시간에는 한국의 미투운동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어요. 한국에서의 성폭력 관련 법과 제도에 관한 질문과 함께 어떻게 수만명의 시민들이 집회에 함께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며 부러워하기도 했어요. 미투 세션에는 50여명의 참여자들이 함께했는데, 법대 교수를 비롯한 변호사들이 주로였고, 한국유학생과 교포등도 몇분 오셔서 반가웠습니다. 무엇보다 2015년에 한국의 반성폭력운동에 대해 발표할 때와 비교해서 참여자 수의 변화 만이 아니라, 질문 내용도 다양하고 구체적이어서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종합 심포지움으로 “성매매와 인권, 평등” 주제로 심포지움이 열렸는데, 여자고등학생의 성적이용(JK비지니스), AV포르노 출연강요 등이 올해 들어 더 심각해졌다고 해요. 일본에도 성매매방지법이 있는데 성교만 금지하고 성교 이외의 성행위는 사실상 합법화상태라고합니다. 정부는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성풍속 영업에 대해서는 아직 젠더문제로서 인식하지 못한다는 거지요. 젠더연구계 일부에서는 성매매를 성의 상업적 착취,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보는 전통적 입장이 아니라, 성매매를 직업의 하나로 승인하고 당사자 모두를 비범죄화시키자는 주장도 있다고 해요. 성매매와 관련한 해외사례로 네덜란드ㆍ독일은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고, 스웨덴ㆍ캐나다는 성구매자를 처벌함으로써 수요를 차단하고 있음이 소개되었어요. 이번 심포지움은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발생하고 있는 피해를 감소시키고 젠더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법적 접근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되었다고합니다.
학회 첫 날은 아침 9시 30분부터 시작해 저녁 5시 30분까지 각 세션을 마무리를 하고, 6시부터 리셉션이 이어졌습니다. 릿쇼대학 부총장의 환영인사로 시작된 행사는 공식적이면서도 정겨운 자리였습니다. 리셉션 초반에 한국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제게도 인사말을 할 기회를 주셔 한국과 일본의 미투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변화를 향한 피해자들의 용기와 이에 조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많이 닮아 있으며 앞으로 양국이 다양한 형태로 연대해갈 것을 제안했어요.
젠더법학회 학술대회 첫날을 마치고 리셉션 장에서 일본팀 참석자들과 함께
두 번째 날은 제가 일본 시민단체에서 주최하는 #미투 토론회에 가느라 학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는데, 오전 세션은 개별 연구자들의 발표로, (1) 가부장제 폐지와 국제사법, 민법상의 성과 호칭상의 성-이중 성의 개념으로부터 성과 가족, (2) 약물을 이용한 강간 : 국제인권과 비즈니스 및 여성에대한폭력철폐선언의 관점에서, (3) 일본의 복지법 및 가족법에서 보여지는 한부모가정의 가족상의 파악과 그 변천과정 분석 등이 있었답니다. 오후에는 “미디어와 젠더”를 주제로 논의들이 이어졌는데 우리나라 기자의 발표도 있었다고해요. 일본에서도 SNS의 활성화로 젠더평등을 추진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가 홍보 동영상이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여성을 성적 스테레오타입화한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이 인터넷에서 백래쉬를 받고 있어 결국 피해자가 해외로 피신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이토 시오리님도 지금 일본을 떠나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지요).
12월 2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과 <전시 성폭력 문제 연락 협의회> 공동주최로 와세다 대학에서 열린 세계성폭력추방주간 기념 “세계에 확산되는 #미투와 일본” 토론회에 다녀왔어요. 마침 일본에 와있는 기간에 NGO에서 주최하는 미투 토론회가 열리는지라 정말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지요. 와세다 전철역에서 내리니 제 앞에 한 여성분이 원전반대 그림이 그려진 천가방을 메고 가시는데 웬지 그 토론회에 가시는 것 같아 여쭤봤더니 맞더라고요^^. 역시 성평등은 평화와 친환경과 맞닿아 있음을 새삼 느꼈지요.
세계성폭력추방주간 기념 <세계로 확산되는 #미투와 일본> 세미나 현수막과 150여명의 참석자들
세미나의 첫 발제자는 한국의 중앙대학교 이나영 교수였어요. 그는 페미니즘의 거대한 물결 속에 #미투운동이 있으며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는 여성주의 명제가 아직도 유효함을 강조했어요.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활동과 각 대학의 미투, 중ㆍ고등학교의 미투 등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짚어주었지요. 두 번째 발제자인 일본 국제기독교 대학 4학년인 후쿠다 가즈코는 스웨덴의 미투운동을 소개하면서 스웨덴이 평등한 나라라고 해도 사실 여성의 삶에서는 아직 불평등과 성폭력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어요. 세 번째 발제자는 성폭력피해 당사자이면서 현재 상담기관에서 활동하는 일본 분이었어요. 아직도 일본 내에 피해를 과소평가 하며 피해자 의심과 비난이 많고, 특히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태라고 지적했어요. 네 번째 발표자는 성폭력구원센터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었는데, 이 센타는 2012년부터 국가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데 24시간 위기상담 및 원스톱지원센타의 기능을 하고 있답니다. 이 분은 경찰 신고율이 아직도 매우 낮은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성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어요. 2017년에 성폭력 관련 형법이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폭행과 협박을 강간의 구성요건으로 보고 있음이 문제라고 강조했어요. 마지막 발제자는 아시아자료센터의 NPO할동가인데 현행 헌법 24조(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보장)가 여성과 아동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만든 주범인 가부장제도 폐지 및 삶의 방식에 대한 차별금지 및 젠더적 관점의 근거가 되는 조문인데 이를 집권당인 자민당에서 개헌을 하려한다고 해요. 자민당의 초안을 보면 입헌주의를 뒤집으려하는 문제가 있다며 모든 면에서 인권이 제약될 우려가 있어서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일본에서는 이토 시오리의 미투에 이어 재무성 차관이 성추행으로 사직을 한 사건이 있었고, 한 의과대학 입학시험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점수가 높은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떨어진 사실이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다고해요. 또한 일본의 전통 운동인 스모경기에서 심판이 건강악화로 쓰러지자 관중이었던 여성간호사가 경기장으로 뛰어올라가 응급조치를 해서 생명을 구했다고 해요. 이 사건으로 그동안 여성에게 금지되었던 스모경기장 링안에 응급조치 이유로라도 여성이 올라갈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합니다. 세계 강대국에 속하는 일본이 아직도 여성에게 얼마나 차별적인 시선을 두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들이지요. 총 4시간에 걸친 세미나의 종합토론에서 저에게 토론의 기회를 주셔서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느낀점과 제언들을 간략하게 발언했어요. 마지막으로 제19회 성폭력추방주간기념 일본 운동단체들의 성명서 낭독이 있었어요. 그리고 내년 3.8세계여성의날에 집회를 열기로 하고 세미나를 마쳤답니다. 이어진 뒷풀이는 와세다 대학 근처의 작은 카페겸 음식점에서 진행되었는데, 삼삼오오 토론들이 이어졌어요. 지난 10월에 우리상담소에 이토 시오리와 함께 오셨던 양징자 선생님께서 십여분의 일본 활동가들을 모아 즉석 강의를 요청하셔서 20여분간 한국의 반성폭력운동과 미투운동을 소개하고 연대를 다지는 정겨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분들 중 두분이 내년 3월에 우리 상담소를 방문하시기로 했어요.
#미투 토론회를 주최한 일본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여성단체들과의 뒷풀이를 마치고 밤늦게 교토로 이동해서 월요일 오후 5시부터는 리츠메이칸대학의 “회복적사법관에 의한 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에 다가가는 법ㆍ사회시스템의 재구축”프로젝트 팀의 정기 세미나에서 “한국의 미투운동의 과제와 도전”을 주제로 발표했어요. 발표에 이어 법학, 심리학, 과학정책 분야의 교수와 연구원 등 30여명의 참석자들과 열띤 질의와 응답, 토론을 했어요. 주요 질문내용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시 성폭력피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 활동, 남성 피해자들의 미투운동 참여 여부, 정치분야의 미투 중 보수계가 없는 이유, 성적자기결정권의 개념, 온라인 상 2차 피해, 낙태죄와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의 여성권리와의 연관성 및 의미, 시장화된 가해자 변호사 문제, 미투운동에서 지목된 가해자들은 진정어린 반성을 하는지 등 이었어요.
12월 6일 오전에는 요시다변호사님의 섭외와 나고야 대학의 요시카와 아야코님의 통역 및 안내로 교토 성폭력상담소를 방문했어요. 건물입구에서 한 남성분을 만났는데, 교토부의 건강복지국 가정지원과의 오코노 토요카츠 주임님이 우리들이 상담소를 방문한다고 해서 배석하러 왔다고 해 조금 생경한 느낌이었지요. 건물 3층에는 교토 성폭력상담소가 있었고, 4층에는 이 상담소가 운영하는 SARA(Sexual assault Recovery Associate) 사무실이 있었어요. 이날 우리를 맞아서 상담소 활동을 소개해 주신 분은 수토 유미코님인데 반성폭력운동 15년차 활동가로, 그 전문성과 열정을 단박에 알 수 있게 해준 분이셨어요.
교토 성폭력상담소와 SARA의 안내 책자들
교토 성폭력상담소는 1995년에 여성주의 관점에서 만들어져 운영하고 있으며 성폭력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 억압구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해요. 2015년 8월부터는 교토부로부터 교토SARA를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1,750만엔(한화 약 1억 7천만원 정도)이 중앙정부와 교토부에서 지원되고 있답니다. 이 예산은 교토 성폭력상담소가 아닌 교토SARA의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수토 유미코님과 저는 정부의 재정지원 및 제도화과정에서 운동단체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음을 공감하면서 어떻게 시민들의 참여와 후원을 늘려갈 지를 함께 논의했어요.
수토님은 아직 성폭력피해자 지원법이 없어서 법적 근거가 없지만 현재 야당에서 법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 앞으로 법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어요. 교토SARA는 피해자에게 종합적 지원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홍보활동을 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깨트리고 성폭력없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목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특히 110년만에 형법개정이 되었지만 (1) 아직도 폭행과 협박을 범죄구성요건으로 보고 있다는 점, (2) 피해자 지원법이 없는 문제, (3) 공소시효 정기 및 연장 등이 당면과제라는 설명을 해주셨어요. 다행히 부칙에서 3년 후 개정이 가능하다고 되어있어서 그 때는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어요. 교토의 변호사들이 무료로 성폭력 피해자 법률상담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숫자가 매우 적고 젊은 변호사와 남성들의 참여를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하네요.
교토SARA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수토 유미토, 오코노 토요카츠, 요시카와 아야코님과 함께
일주일간의 일본 출장을 통해 #미투운동은 일본과 한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고, 단지 드러나는 양상은 각국의 문화와 여성운동의 세력화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한국의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집회 때마다 수천에서 수만 명이 함께해 강력한 변화를 촉구하는 역동이 있지만, 일본 또한 잠재적인 기운들이 퍼져나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세계적으로 가장 늦게까지 성폭력 친고죄를 고수하던 두 나라가 각기 2013, 2017년에 친고죄를 폐지했고, 이제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과 협박의 유무에 두고 최협의설의 입장을 취하는 공통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매우 중요한 의제로 남아있습니다. 무고죄나 명예훼손죄 등 성폭력 역고소 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은 큰 문제로 여길 정도가 아니라는 차이는 있지만, 성폭력 2차 피해가 매우 심각한 피해자 인권침해 문제로 남아있는 것도 공통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양국의 운동현장 활동가와 학자들과의 철학과 노하우를 나누며 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지속해야 함을 새삼 다지는 힘찬 연대의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나눔과 배움의 자리에 초대해주신 리츠메이칸대학의 마츠모토 교수, 김성은 조교수, 요시다 변호사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리츠메이칸대학교 Global Innovation 연구기구 소속 김성은 조교수와 나고야대학의 요시카와 아야코 연구원의 통역 및 도움으로 이미경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