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8월의 특집기획-온라인게임과 여성 1
8월의 특집기획-온라인게임과 여성
온라인게임 해보셨어요?
여자친구들에겐 온라인게임 얘기를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왠지 안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지난 5월 "사이버성폭력"에 이어, 8월의 특집기획으로 또 한번 사이버공간 탐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여성게이머들의 경험을 통해 온라인게임 세계에서의 젠더문제를 조명해봅니다.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상담소 지킴이 출신 허은하님이 아주 많이 고생해주셨습니다.
-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허은하(지킴이 8기, lenin@freechal.com)
들어가며
미국의 블리자드(Blizzard)社는 전세계 스타크래프트 판매량의 1/3을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였으며, 한국인은 세계 스타크래프트 10위권 순위 내에서 60~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현상은 프로게이머와 게임평론가, 게임 해설가라는 신종직업을 탄생시켰으며, 전세계 게임매니아들에게 한국시장의 환상을 심어주어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국내에 입국하려는 해외 매니아들의 입국러시가 연일 계속(한창완,2000)되도록 하였다. 이에 스타크래프트(스타크래프트(starcraft)와 확장팩 스타크래프트 브러드워(starcraft broodwar))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매개로 필자는 여성 게이머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맥락들을 관찰함으로써 게임 문화 내의 젠더 불평등 구조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이는 게임 속에서의 사회적 관계가 물리적 현실에서의 관계의 양상을 모의(simulation)하기 때문에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사이버스페이스는 인간의 문화와 가치 속에서 존재한다는 점에서 물리적 현실 즉, 젠더화된 사회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필자는 연구 대상자 섭외 과정에서 야후(http://kr.yahoo.com)라는 검색엔진을 이용하였는데 일단 야후에 등록된 스타크래프트 길드 380개 중에서 무작위로 40개 정도의 길드 사이트를 섭렵한 다음, 각 길드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여성 게이머의 이메일(E-Mail)로 인터뷰 요청을 하였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인터뷰 대상자들은 총 7명으로 이 중 연구자료로 사용한 내용은 6가지 사례이다.
젠더화된 네트워크 구조 속에서 여성 게이머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맥락들
1. 스타크래프트 진입 경로
필자는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대표되는 스타크래프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게임에 대한 여성 게이머의 선호나 다른 매개 유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게임에서의 인터페이스(Interface)가 단축키를 누르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등의 재빠른 움직임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시뮬레이션 게임 환경에 지속적으로 접근이 차단 및 배제되어 왔던 여성들(교지편집위원회,2000)이 현실적으로 게임으로의 처음 진입을 가장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의 친밀한 남성이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는다면 여성 게이머들은 남성 사용자들에 맞게 개발된 공격적이고 순발력을 요하는 인터페이스에 진입하여 적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여성 게이머들이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진입하게 되는 경로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일 수 있다.
저는 게임이란 게임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이런 제가 스타에 한동안 심취해서 승을 올리는데 연연하게 된 이유는 제 남자친구 때문입니다. 남자친구와는 고2때부터 사귀게 되었는데 저희가 대학교 들어갔던 그 해 스타크래프트라는 것이 조금씩 등장을 하면서 피시방이라는 새로운 장이 생겨나더군여. 그 당시만 해도 동네에 피시방은 손에도 꼽지 못할 정도였지만요. 컴공을 전공하고, 컴에 관련된 모든 것에 무척 호기심이나 능력도 뛰어났던 애인이 그의 친구 몇 명과 스타를 시작하더군여. 나중엔 데이트하는 시간조차 쪼개어서 심취해하더라구여...처음엔 그냥 저 역시 피시방에 따라가서 통신이나 인터넷 등을 하면서 애인이 게임을 하는 것을 봤죠. 머~ 저런 게임을 하나 하는 생각으로요. 근데 그렇게 데이트 중에 게임방을 가는 수가 늘어나니까 나중엔 화가 나더군여.(웃음) 그래도 이해해야지 했지만 말이죠. 그래서 도대체 뭐 길래 저 정도로 좋아들 하나 하구 가르쳐 달라구 했죠. 순전히 애인과의 취미공유를 위해서 배운 셈이었죠. 하다보니 참 흥미롭더군요. 나중엔 애인 없을 때 혼자 피시방에 가고 했답니다.(사례 2)
남친이 스타크 고수였으니까 먼발치서 우와~ 나도 조로케 잘해봤으면~ 하는 맘에서 시작해쪄.. ^^;; 글다보니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더 몬하거 .....(사례 5)
인터뷰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 게이머들은 남자 친구로 인해 스타크래프트에 진입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남성에게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축적하면서도 남성주도 및 남성중심의 놀이문화에 여성들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여성 주체적인 노력에 의하는 것보다 남성을 통하는 것이 훨씬 기능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음을 여성 게이머들이 체득한 결과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 아이디(Identification) 선택 과정
아이디는 게이머 자신의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는데, 이는 아이디를 통한 게이머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아이디가 사회적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즉, 일련의 아이디가 한 게이머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용되면 아이디는 사회성을 획득하게 되고, 결국 아이디가 게이머를 대체하게 된다(최정윤,2000).
제 이름을 한타로 쳐서 나오는 영어 아이디는 성별을 예측하기 힘들게 합니다. 따라서 그런 중성적인 아이디를 선호합니다. 여성적인 아이디로 초창기에는 만들었는데, 베틀넷에서 '고(go, 시작을 의미-필자)'는 안하고, 계속 귀찮게 질문을 해서요. 제게 게임을 가르쳐 준 놈은 남자인데, 아이디가 ==prettywoman==입니다. (직접 적어줌) 걔도 자꾸 시달려서 아이디를 바꿨어요. 글구 베틀넷 들어가면 으례히 여자라고 생각을 안 합디다. 어느 날은 제가 여자라고 했더니 웃는 표시(스마일리 혹은 이모티콘-연구자)를 하고 나서 자신도 여자라도 장난치더군요. 그리고 베틀넷 들어가면, 나머지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릴 때 그냥 1nom(男)이라고 씁니다. 여자가 들어와 있다거나 여자가 들어올 수도 있음을 전혀 예상하지 않는 거죠. 제가 게임 도중 여자라고 하면, 갑자기 지원군을 막 보냅니다. 제가 더 잘하는 경우에도 보호해 준답시고 그러죠. 결국은 걔 때문에 걔가 방어를 못 해서 진 적도 많아요.(인터뷰 대상자 1)
저는 길드 아이디를 선호합니다. 모두 뒤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나 다이아나를 쓰구요. 길드명이 신을 죽인 자들이기에 deicide 뒤에 신의 이름을 붙여 넣게 되어 있거든요. 길드가 원하는 뜻으로 풀이를 하자면 달의 여신을 죽인 자가 되게 됩니다. 좀 섬뜩한가요? 처음에 연습용 아디 뒤에 걸을 붙였을 때 그 때 당시엔 스타크를 하는 여성분들이 없었기 때문에 걸이라고 게임 전에 말을 하면 욕도 많이 들었었고 자신들도 여자라고 맞장구를 치더라고요. 아이디는 저의 베넷(베틀넷의 줄임말-연구자)에서의 또 다른 이름이였기에 이쁜 것을 많이 선호했습니다.(사례 3)
게임에서의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는 아이디는 자신이 선호하는 문자들을 조합하여 자율적으로 창조해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필자가 만나 본 여성 게이머들은 대부분 아이디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그 아이디를 만든 후의 일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는 소위 여성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아이디를 만들었을 경우, 남성 게이머들의 집중을 받게 되어 게임진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여성 게이머 자체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왔던 경험들에 의해서였다. 가령, 남성 게이머라고 할지라도 위의 사례 1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여성적인 아이디를 만들었을 경우는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에서 요구하는 익명적인 공간에서도 이미 젠더화된 아이디는 현실에서의 맥락에서와 연속선상에서 검열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