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8월의 특집기획-온라인게임과 여성 3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6. 길드에서의 상호작용
물리적 세계의 특성을 모의하는 게임 설계와 게이머들 사이의 상호 작용적 게임 행위는 게임을 사회적 특성을 가진 공동체로 만들었으며 이러한 사회성은 다시 게이머들이 느끼는 게임에서의 현실감을 강화한다. 다시 말하면, 정형화된 스토리라인 없이 게이머의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은 길드(Guild)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형성시켰다(편집부,1999).
제 애인과 친구 다섯 정도가 창설을 했죠. 처음엔 서투르게 몇 명이서 만든 길드였지만 이젠 정식 홈페이지도 있고 베넷(베틀넷의 줄임말-필자) 에서의 굳힘 역시 탄탄하게 되었죠. 머, 저야 옆에 있다가 친구들이 만든 길드에 그냥 가입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대부분은 길드 가입을 위한 엄격한 테스트를 봐야 합니다. 즉 일정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가입을 할 수 있고, 활동하는 것들을 그리고 정보들을 같이 공유하죠.(사례 2)
그러나 인터넷에 공식 홈페이지를 올리지 않는 길드까지 합한다면, 엄청난 수의 길드가 현재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자가 야후라는 검색엔진을 통해 무작위로 40여곳을 추출하여 만난 여성 게이머 중 길드 마스터가 여성인 경우는 단 한 곳뿐이었다. 그리고 그 길드장이라는 역할도 기존의 남성 길드장이 군대를 가게 되어서 갑작스럽게 위임받게 된 지위였다. 더 나아가 길드원들은 남성 길드장에게 기대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즉, 인간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관계 지향적인 성역할을 여성 길드장인 사례 3에게 희망하고 있었고, 사례 3 또한 그러한 기대수위에서 길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저는 길드 마스터임에도 불구하고 겜 실력이 형편없습니다. 물론 전적도 민망하고요. 그래서 다른 길드와 길드전을 할때도 "마스터 맞아요? 전적이.." "여자가 마스터네? 알만하군.." 이런 소리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성격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고요...제가 워낙 유별날지도 모르지만 길드원들이 길드에 관심이 없을 때. 제 말을 무시할 때 정말 힘들어요. 여자라고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같은 소리를 해도 남자가 하면 말을 듣고 제가 하면 본체 만체 할 때가 많았어요. 마스터직을 맡게 될 때부터 그렇게 됐어요. 결국엔 게임을 해서 정정당당히 마스터직을 맡게 됐지만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잘 지내요. 정말 좋은 친구로 동생으로 누나로...고민들도 많이 상담하고 그런 답니다. 제일 관심을 많이 갖고 애착을 많이 두는 그리고 홍일점이였던 저를 예전 마스터분이 군대에 가시면서 저한테 물려주시고 가셨어요. 길드원들도 많이 찬성했었고요. 여자로서 한 길드에서 게임은 잘 하진 못해도 의미를 가지게 해주죠.(사례 3)
그리고 길드에 속한 여성 게이머들의 지위는 남성 고수 이상의 전적을 축적하더라도, 소위 양민으로 불리는 일반 남성 게이머들과 유사한 대우를 받고 있었으며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연구 대상자들도 뚜렷한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사례 4와 사례 5는 수적으로 길드 내의 여성 게이머들이 적은 상황에서 자신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대우-가령, 공주 대접-에 대해서 만족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강요되는 성역할에 대해서 특별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 하고 있었다.
길드에선 서로 몇 번 뵙기도 하고 그랬어서 특히 여자가 전적이 꽤 되니까 다른 곳에 가서도 우리 길드에 잘하는 여자 있다고 말들 하구 계시구. 또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시선도 스타에 있어서 꽤 자리매김 했나 보구나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특별한 혜택은 없던 거 같은데...그리고 여성분이 몇 분 계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근데 초반에 조금 하시다가 거의 안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야 아직도 그 길드에 제 친구들과 애인이 있고, 저 역시 무난히 길드 활동을 하고 있기에 길드 분 다수가 절 기억하시고 있죠. 큰 지위는 없고 그냥 좋은 동생. 누나로 기억합니다.,,. 전체 회원 수에서 여성의 비율은 10%도 되지 않고 있고요.(사례 2)
제가 이곳 경리하기 전엔 자동차공업소에서 경리를 하고있었거든요, 그곳에서 수리 접수받으면서 손님들과 가끔 얘기를 하곤하져. 시골엔 아직까지 젊은 분들이 차를 모는 경우가 적어서 젊은 분이 오는일이 적거든요... ^^;; 그날 아주 젊고, 키 크시고, 인상도 좋으시고, 성격도 좋아보이시는 남자분 께서 오셨었습니다. 얘기를 하고싶었져 ^^;; 그래서 꺼낸 얘기가 Starcraft이고 차 수리 하는 동안에 아주 오랜만에 재밌게 스타에 대한 얘기를 했던거같습니다. 그리고 차 수리가 끝난후 손님께서 그냥 가시더라구요... 얼마나 서운하던지...T_T 그렇게 가시는줄 알았는데 다시 들어와서는 "저희 길드 체널 알려드리까여?" 오오~~* 바로 이거다.. 하늘이 주신 기회이구나 싶었죠. "저희 체널은 주로 밤에 활동을 많이하거든요.." 그때는 아직 집에 컴이 있는 상태가 아니였어요. 또 그때는 제가 따로 활동하고 있던 체널이 있었으니까요. (brood war kor-1500 처음 체널 활동 시작했던곳 ^^; 처음으로 공주대접 받던곳 ^^;;;) 1달 정도는 못갔던거같습니다. 그렇게 잊혀질때즈음... 남자친구와 헤어지게되었고 T0T 그때 마침 그 분이 주고 간 쪽지가 가방에 있던게 눈에 띄더라구요. brood war kor-1500에서 스타 하다가 그 분이 주고간 체널에 몇 번을 가봤는데 사람이 없더라구요..그렇게 몇주 더 지난 후에서야 그 체널에 사람이 있음을 확인하고 놀러갔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무지 친절하게 대해주시더라구요.. 우선 매너가 있어보여 인상깊었습니다. 여자라고 하니깐 더 친절해지시더군요 ^^;; (참고로 우리 길드엔 제가 가기전에 29살 언니 한분만 계셨습니다) 그리구나서 "논산사시는분 계세요?" 라는 질문에 어떤 분 아디를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그후에 그 분 찾아서 자주 갔었고요...^^ 아직 집에 컴이 없던 저로서는 그쪽 길드 홈페이지에 활동을 자주했습니당.. 가끔 체널가서 얘기하고... 그렇게 친해지고나서 저한테 길드 가입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때 마침 컴을 사게됬고, 그래서 길드 가입을 하게되었져 ^^ ..(사례 4)
지위는 특별나게 엄씀미다.. 저는 겜만 할줄 아는 컴맹이 아니기 때문에 홈피를 만든것이구여... 그래서 웹마가 된것이구여... -_-;;;; 베넷에서.. 또 .. 길드에서는 여자가 귀함미다.. 특별대우 받을수 있슴미다.. 노력만 한다면.. 공주처럼 떠 받들게 댈수도 있슴미다.. ^^;;; 여자라고 특별난 건 엄씀미다.. 그저.. 여자라는 이유로.. 거친대우는 안 받슴미다.. ^^;;;(사례 5)
이렇듯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네트워크 게임을 매개로 맺어진 길드 활동에 있어서도 현실세계의 조직 구성의 논리가 그들 길드의 모델이 되고 있었다.
7. 전략 및 전술 정보격차의 확대
전략은 전쟁의 일반적인 흐름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에서의 전략은 기본적인 몇 가지 타입의 빌드 오더(build order)와 진행방향을 포함한다. 게이머는 일단 게임을 시작할 때 상대팀과 자기 팀의 전적, 또는 선택한 종족에 따라 1차 전략을 수립한다. 수비 위주로 가면서 업그레이드를 통한 소량의 강력한 유닛 생산을 목표로 할 것인지, 연속적 공격 위주의 전략을 택할 것인지 또는 생산할 수 있는 유닛 중 어느 한 가지를 주력 유닛으로 택하는 것 등도 핵심적 전략이라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빌드 오더 또한 전략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편집부,1999).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지속적인 고민으로 서로의 경험 및 정보를 공유했을 때,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즉 같은 길드의 사회적 자본 확보를 위해서 길드는 돈을 지불하고 유명한 길드에게 가르침을 받거나 대전을 치루는 등의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 게이머들은 대부분 전략 및 전술을 남성 게이머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성은 게임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어렸을 때부터 사회화되거나 역사적으로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빌드 오더만 보는 것으로는 남성 게이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전략은 책을 보기도 하지만, 주로 남자애들한테 얻죠. 스타크도 걔네들이 가르쳐 줬으니까. 베틀넷에서 걔네들과 팀플할려면 저 또한 잘해야 하기 때문에 꼭 가르쳐줍니다. 남자애들이 없다면 별다른 방도는 없죠...제 친구 중 혼자 스타크 하겠다는 애는 저보다 진도가 느리더군요. 옆에서 누가 계속적으로 가르쳐 주고 당사자도 열심히 해야 되요....게임을 하면서 게임방에 있는 사람들 가령, 아르바이트생, 겜방 주인 아저씨, 그 겜방에 많이 오는 사람들이랑 자연스럽게 친해집니다. 주인 아저씨와 아르바이트생은 여러모로 서비스 해 주고, 여러 전략도 알려주고, 겜방에 오는 사람들이랑은 가끔 같이 붙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전략도 배우고요...(사례 1)
주로 길드 내 길원들에게 많이 배워요. 저보다 적응 능력과 반응이 더 뛰어난 오빠들에게 받지요. 프로게이머한테 전수 받은 적도 있었는데 제 생각에는 저희 길드에서 절 많이 알려주는 오빠가 더 쉽고 자세하고 더 잘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다른 길드 홈피에 가서 전략 게시판도 가끔 들려보기도 하고요. 타 길드분들이 저희 채널에 와서 길드전을 원할 때 제 프로필을 보고선 "길드 마스터 맞아요?" 란 소릴 많이 합니다. (사례 3)
어떠한 전략이 있다면 그것은 길드 내에서만 공유되는게 아니지요. 빌드는 퍼지고 퍼지면서 사람들이 알아서 그 빌더를 사용하고 새로운 빌더가 나오는 것이니깐요...남자들은 여자들을 많이 가르쳐 줬다고 봐요. 그래서 지금의 여성 게이머가 실력이 월등한 거구요. 전략은 거의 스타에서 고수라는 애들 붙잡고 많이 배우고 얻었어요. 아는 사람 중에서 고수가 하는 겜을 구경한 다음 제가 약간만 변경해서 하는 거죠.(사례 6)
또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서 누적되는 전적은 프로 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욕구, 다른 게이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인해 게이머들에게 게임의 목표로 점차적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적을 우수하게 높힌 게이머가 프로 게이머와 친밀한 관계일 경우, 그것은 길드 내에서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 되었다(부르디외,1995). 따라서 여성 게이머들은 남자 친구나 아는 남성 게이머가 고수가 아닌 경우, 전적을 높힐 수 있는 전략 및 전술 정보를 얻는 경로가 협소했으며, 이는 결국 전적의 가속화에 차질을 가져와 정보빈자인 여성들은 게임을 못 한다는 인식을 초래하고 있었다.
전 길드에 속해 있지 않아요. 남자애들만 드글거릴 거 같아서 테스트를 안 받고 있죠. 근데 제 동생이 엘카 길드라서 길드 얘기는 많이 드는 편이죠...제 동생이 엘카 길드를 만든 데비리(길드 내에서 알려진 실력자-연구자)를 한번 이겼더니, 제 동생에게 매일 멜이 오더군요. 싸부, 한수 가르침을 부탁합니다. (웃음) 그리고 데비리가 엘카를 만들자 제 동생을 거의 스카웃 해 갔죠. 거기서 걔는 별다른 일은 안 해요. 아예 안 한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걔에게 아직까지도 편지가 오고 있고요, 걔는 그 길드와 다른 길드에서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어서 일을 전혀 안 해도 되는 거라고 할 수 있죠.(사례 1)
나가며
사이버스페이스는 디지털 연결에 의해 개인에게 권한이 부여되는 사람들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양미연,1998) 그러나 미사일의 탄도 계산을 빨리 하려는 계획 하에 만들어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과 전쟁시에 통신망을 이용하기 위해 고안된 인터넷의 역사적 근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이버스페이스를 둘러싼 관계들은 기본적으로 남성의 관심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되어 왔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에로티시즘 관련 영역이나 게임, 컴퓨터 게임, 컴퓨터 대화 등의 사이버스페이스는 이미 남성들에 의해 선점되었다는 것(박형준,1997)이며, 이러한 시공간의 구조화를 사회적 권력관계 속에서 구성되고 재구성되는 실천의 산물(하비,1994)이라고 본 하비(D. Harvey)의 통찰력은 타당하다. 따라서 현재 사이버스페이스는 그것의 비물질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젠더화되어 있으며,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윤세정,1999). 가령, 현실 공간의 교육에 대해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SEGA관계자가 어떻게 하든 여아들로 하여금 4세 이전에 컴퓨터를 포함한 각종 기계에 관심을 끌게 못한다면, 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밝힌 사실(유홍림,1999)도 이와 연관된 문맥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사이버스페이스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문화, 지식 그리고 가치들 속에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이버스페이스와 물리적 세계와의 연관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게임 중에서도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정보격차를 이미 내재하고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유용하는 여성 게이머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게임을 하고, 전략 및 전술 정보를 공유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지와 관련한 다차원적인 상황들을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그리하여 행해진 연구 대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이버스페이스 및 전략 시뮬레이션에서 여성이 더욱더 배제되고 남성이 주도적인 세력으로 그 지위를 굳히게 되는 중요한 맥락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여성 게이머들은 처음부터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을 남성들을 통해 진입한 다음 남성 게이머들에게 관심 받을 수 없는 젠더리스(genderless)한 아이디를 선택하였고, 남성의 시선으로만 재현된 유닛들을 이용하여 각종 상징폭력이 난무하는 베틀넷, 게임방, 길드라는 공간에서 남성이라는 존재가 없이는 전략 및 전술 정보 체화가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이렇게 소외를 유발하고 모욕감을 주는 젠더화된 네트워크 구조는 여성들로 하여금 사이버스페이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결국 주변화되게 하는 주요 기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여성 게이머들이 경험하는 맥락들은 역으로 성별정치학을 변화시키기 위한 여성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윤세정,1999)을 필연화시킬 수 있는 맥락들을 제공할 수도 있다. 물론 여성들의 집단적인 움직임만으로 여성과 기술을 둘러싼 사회적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단순화된 낙관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이버스페이스 및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대안적 정보를 생산해내려 실천하는 사이버 걸들의 에너지와 개입의 필요성이 증대한 것은 그들의 정치적 실천이나 전략들과 연결된 변화의 기대는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선영,1999). 이는 양성 평등적인 게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이전과 확연히 다른 인터페이스적인 게임이 개발되어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구성 및 재구성되고 있는 성별권력관계를 유연하게 만들 생산적인 힘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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