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왜 여성 일자리를 공격하는가?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 정규직전환 투쟁 지지와 연대를 위한 여성/여성노동자 합동기자회견 :
자회사가 그렇게 좋으면 이강래 사장, 이낙연 총리부터!
○ 일시 : 7월 11일 11시
○ 장소 :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
○ 주최 : 서울여성회, 전국여성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 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전국여성노조,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 주관 :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010-9036-4363)
<기자회견 순서>
○ 투쟁 발언 :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 투쟁 발언 : 황옥미 (홈플러스 일반노조 전략조직국장)
○ 투쟁 발언 : 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 투쟁 발언 : 김금숙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
○ 투쟁 발언 : 류은숙 (서울여성회)
○ 투쟁 발언 : 톨게이트 해고 여성 노동자 (민주일반연맹)
○ 기자회견문 낭독 : 봉혜영 민노총여성위원장 ,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 금속노조 투쟁사업장 조합원
[기자회견문]
한국도로공사에서 대량 해고된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도 과거에는 한국도로공사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이었다. 한국표준 직업분류 3213번. ‘수금 및 관련 사무원’으로 분류되는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은 1998년 정리해고법으로 점차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2007년 파견법 제정으로 인해 합법적으로 파견이 가능한 직종이 되었다. 2000년대 초반의 구조조정에 이어 2009년 이명박 정권 시절에 톨게이트 수납노동자 전원이 민간 위탁으로 전환되어, 현재 각 고속도로 톨게이트에는 354개 외주업체에 6500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상시지속 업무인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을 한국도로공사가 외주화 시킨 이유는 2년 이후에도 고용을 유지해야 하기에 고용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약속했었고 우리는 믿었으나, 이제 와서 문재인 정부는 한국도로공사를 통해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에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2013년 톨게이트요금수납노동자 529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통해 1심과 2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바도 있고 대법원 판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극히 정당한 요구이다. 법원에서 조차 부당하게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의 지위를 원래대로 복귀하라고 했으나, 도로공사는 이를 거부하고 자회사 전환이라는 꼼수를 부리며 하루 아침에 이를 거부한 1500명을 해고해 버리고, 이낙연 총리는 공공기관 지정 운운하며 해고된 노동자들을 조롱하고 있다.
우리 여성들이 해고된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유는 지금의 투쟁이 이전의 정권과 다름없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에 저항하는 것이며, 동시에 현 시기 여성노동자들의 일자리의 질을 바꾸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2007년 파견법 제정으로 파견 가능한 업종을 명시하면서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그 대부분은 여성들이었다. 음식조리, 소매 판매, 보험영업, 정규교육 이외 준 교육 전문가, 개인정보 취급, 간병. 보육 등 개인 보호, 전화 판매, 건물 청소, 창작 및 공연 예술... 연령과 학력에 구분 없이 여성들이 주로 하던 일자리 대부분은 파견 허용 업종이 되었고, 비정규직이 된 여성일자리의 고용불안은 여성일자리의 특징이 되었다.
또한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일자리는 여성의 저임금을 낳았다. 여성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는 비교가 가능한 정규직도, 남성도 부족하기에 근기법이 보장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임금인상 효과도 없이 매번 최저임금만큼만 유지되고 있다. 100대 64.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남성과 여성의 성별임금격차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이 사회에 살아가는 여성시민으로서 절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희망적인 투쟁의 경험이 있다. 지난 7월 1일. 홈플러스에서는 무기계약직 사원 1만4천283명을 정규직으로 발령함으로 전체 임직원 2만3천여명 중 99%인 2만2천900여명이 정규직이 됐다. 홈플러스의 정규직 전환은 순식간에 이루어진 경영진의 결단이 아니다. 2007년,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비정규직이 된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을 시작으로, 지난한 투쟁과 노조 조직화로 12년이 지나 전원 정규직 전환이라는 결실을 만들어 낸 것이다. 2007년 이후 이랜드 투쟁은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상징이 되어 ‘여성은 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사회적으로 던졌다면, 지금시기 해고된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무늬만 정규직. 온갖 꼼수를 부리는 문재인 정부와 기업의 비정규직 양산 정책을 여성들의 투쟁으로 돌파하는. 여성이 시작하고 여성이 끝을 내는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지난 한 해 미투 위드유 운동으로 자매애를 다지며 투쟁해 왔다. 이제 그 투쟁은 페이 미투, 평등한 일터를 향한 투쟁으로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해고자가 되어 거리로 나온 1500명 한국도로공사 소속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그들 대부분은 여성이다. 때로는 어머니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부차적인 노동력으로 여겨지며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강요받았지만 이젠 그 굴레를 스스로 깨트릴 것이다. 여성노동자의 이름을 당당하게 되찾고 정규직 전환, 저임금 타파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미투 운동을 통해 바꾸고자 싶어 했던 성평등한 사회, 성평등한 일터를 향한 사회로의 큰 걸음이 될 것이다. 이에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여성, 여성노동자들은 해고된 노동자들이 완전한 정규직 쟁취를 위한 투쟁에 함께하며 또다른 위드유 운동으로 연대의 힘을 키워나갈 것을 알리는 바이다.
- 자회사 필요 없다. 한국도로공사는 직접 고용 이행하라
- 청와대가 주범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도로공사 뒤에 숨지 말고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켜라
- 왜 여성 일자리를 공격하는가? 양질의 여성일자리 여성들이 쟁취하자
- 자회사, 공공기관 지정 필요 없다. 직접 고용 쟁취하자
- 미투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페이 미투(평등 임금)다. 직접 고용 쟁취하자
2019년 7월 11일
여성/여성노동자 합동기자회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발언문1:여성 비정규직 양산하는 성차별적 조치는 미투에 대한 역행이다
신아(한국성폭력상담소)
노동은 비정규, 성희롱은 정규. 여성들의 노동은 비정규이지만, 여성에 대한 직장내성희롱은 정상적인 질서처럼 공고하게 퍼져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했던 집담회 제목이었습니다.
집담회 패널로 모셨던 여성 노동자는 직장의 권력 구조가 성폭력의 구조임을 지적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처우에는 관심이 없는 원청 임원 출신인 남성 사장, 원청에서 온 소수의 남성 정규직 관리자 그리고 다수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위계 구조. 성별화되어 있는 이 위계 구조에서 소수의 남성 관리자들이 관리와 통제의 이름으로 인권침해와 성희롱을 일삼았습니다. 간접 고용과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지위는 회식자리에서 동료를 성희롱하는 남성 관리자에게 ‘그만하시라’고 대응 했을 때 모욕과 보복성 괴롭힘을 겪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고용미승계 라는 합법적인 형태의, 사실상의 해고를 당해야하는 이유였습니다.
노동은 비정규, 성희롱은 정규 집담회 패널로 모셨었던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미고용승계에 맞서 4년 1개월간 싸운 끝에 복직했다는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눈 것도 잠시, 한국도로공사는 ‘간접 고용 형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악화되어 왔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였지만 현재 354개 외주업체에 6500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도로공사에 소속된 노동자가 맞다는 사실이 1심, 2심에서 확인되었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무색하게 한국도로공사는 정부의 모순적인 입장에 기대어 ‘직접고용의 방법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제시한 근거는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과 톨게이트를 점차 없애는 스마트톨링이 국정 과제로 제시되었다는 점입니다. 외주를 통해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원청의 경제적 이익을 산출하고, 관리자는 대부분 남성이고, 은퇴한 남성 임원의 ’자리‘를 보장해주는 정관예우를 통해 유지되는 자회사, 그 자회사의 정규직 수납원이 되라(간접고용 노동자가 되어라)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실상이었습니까? 이낙연 총리는 “(도로공사) 자회사는 종전보다 임금을 평균 30% 인상하고 정년을 1년 연장하는 등 직원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해 자회사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기만적인 말장난일 뿐입니다.
미투 운동의 많은 목소리들은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이기도 했습니다. 가해자들은 남성 상사, 사장, 관리자였고, 피해자들은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 수습사원,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상사의 평가에 따라 재계약, 정규직 전환과 같은 안정적으로 조직에서 살아남는 문제가 달려있었고 이 취약성을 가해자는 이용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때 여성이 ‘성폭력을 말할 권리’ ‘안전하게 문제제기할 권리’ ‘정의롭게 문제해결할 권리’ 역시 보장될 수 없습니다. 여성노동자의 지위가 열악할 때, 침묵할 수 밖에 없는 구조는 계속됩니다. 회사가 여성 노동자 간접 고용을 통해 유지하는 이익은 단지 회사의 경제적인 이익 뿐만 아니라 공고한 남성연대의 유지에도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비용을 이유로 여성 노동자의 지위를 악화시키는 시도들은 결과적으로 남성중심적 경제 권력을 공고하게 만드는 시도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합리적 비용 절감이 성차별과 성폭력의 토대였습니다.
미투 이후, 성폭력은 권력관계의 문제이며 성별권력관계가 변화해야 한다고 외쳐왔고 정부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여성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 퇴행과 역행에 비추어 볼 때 정부도 공공기관도 성폭력, 성차별, 성평등에 대해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여성노동자의 지위를 악화시키는 역사는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성노동자들의 미투에 제대로 응답할 것으로 요구합니다.
댓글(1)
톨게이트 여성노동자에 대해 검색하다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귀한 일 하십니다.
그런데 혹시 톨게이트 수납하시는 분들 중에 남성 노동자도 있긴 하신건가요?
40이 훌쩍 넘었지만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여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