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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후기] 2019 차별잇수다 보고회 <말하는 우리, 커지는 용기>
  •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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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6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 에서 올 한해동안 진행했던 차별잇수다를 결산하는 자리 <말하는 우리, 커지는 용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차별잇수다는 차별경험을 모여 이야기 하고 지지와 공감을 보내고 변화지점을 함께 모색하는 워크숍인데요, 20194월부터 12월까지 크고 작은 모임과 행사에서 총 39회 진행했습니다. 결산보고회는 워크숍 촉진자로 차별잇수다를 진행했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전략조직팀활동가들이 발표하고, 해당 조직에서 토론하며 의미를 되짚고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입니다. 차별잇수다 프로그램이 진행되게 된 배경, 경과부터 말하기의 의미, 차별잇수다가 남긴 과제까지 차제연 소속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일의 행사에는 차제연 전략조직팀에서 활동하는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가 발표로 참여했습니다.



 

누구나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지만, ‘어떤 일(차별경험)인데?’ 라는 물음에 답변하기 쉽지 않다. 내가 겪은 일이 차별일까 싶기도 하고,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되어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은 폭력으로 와닿지 않기에 그 상황을 다시 짚어보며 별일 아닐 수도 있지’, ‘나 때문일까처럼 자신을 탓하면서 몸과 마음을 위축시킨다. 그러나 차별경험을 이야기 할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이 마련된다면 어떨까?” (자료집 발췌)

 

차별 경험을 쉽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촉진자로 활동했던 차제연 전략조직팀 활동가들은 참가자들에게 불편했고 상처가 되어 남아 있는 경험을 이야기 해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들도 있었던 한편,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소환하는 나의 이야기가 생겨 이어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고, 말하기 보다 듣기에 더 초점을 맞춰 참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역차별불편함사이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점은 차별금지법제정 활동가들, 반차별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에게 '차별'을 더 촘촘히 설명해야할 필요를 느끼게 했습니다. ‘불편함 또는 상처차별에 대한 법적 개념사이에서 차별에 대하여 설명할 언어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차별금지법이 었어서 우리가 차별을/피해를 당했다는 게 아니라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차별을 겪었고, 어떤 대응을 하고 싶었는데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이런 시도가 가능하겠다는 방향으로, 차별잇수다 자체가 대안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료집 발췌)

 

차별잇수다는 차별경험을 말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다시 짜보고, 변화를 상상해보는 흐름으로 전개됩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참가자들은 지지와 공감을 보내기도 하고, 충분히 잘했다고 격려하기도 하고, 이런 대응은 어떻냐고 제안하기도 하고, 어떠한 법과 사회의 변화가 필요한지 의견을 냅니다. 옆 사람들에게 전달했던 활동지가 빼곡한 글자와 스티커로 본인에게 돌아올 때는 하나의 편지를 받는 것 같죠. 차별 경험을 함께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끈끈한 연대의 마음이 들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고 생각하지 못한 내용 인식이 바뀌기도 합니다.

 

2019824-25일 부산에서 진행되었던 지역 차제연 워크숍에서는 지역 차제연 안에 장애인, 여성 등 여러 영역을 어떻게 넘나들며 운동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한 고민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교차성 운동이 실제로 어떤 의제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더 많은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고민인 것이다” (자료집 발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지난 2013년에 진행했던 을들의 이어말하기에 이어 2019차별잇수다역시 교차적 말하기의 시도였습니다. 차별잇수다를 진행하면서 한 개인의 생애 안에서 어떻게 복합적인 권력이 작용하는지, 차별이 작동하는지 볼 수도 있었고, 여러 정체성과 위치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더 긴밀하게 모색하는 데 까지 나아가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내년 2020년 버전의 차별잇수다에는 이러한 고민과 아쉬움들이 더 녹아들어가겠죠. 반차별 감수성을 함께 높이는 차별잇수다, 내년에도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네요!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