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페미니스트를 고용해서 죄송합니다”? #게임계_내_사상검증OUT
- 여성혐오에 무릎 꿇는 게임업계,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인가 -
또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국산 인디게임 ‘크로노아크’가 블랙 컨슈머들의 타겟이 됐다. 일러스트레이터가 개인 SNS에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 등에서 진행된 여성 살해 규탄·대책 촉구 ‘보랏빛 행진’에 관한 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다. 지난 2월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일러스트를 당장 갈아치워라.”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크로노아크’ 개발자 이형주는 머리 박고 사죄하는 사진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 개발자는 ‘논란이 되는’ 여성 노동자의 작업물을 모두 교체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한 검토를 통해’ 일러스트 및 그 외의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게임업계에서 여성 노동자의 개인 SNS를 사찰하고 업무와 무관한 정치적 입장을 근거로 작업물 교체, 계약 해지, 사과문 작성 강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해온 지 벌써 4년째다. 2016년 넥슨은 여성 성우가 페미니즘 사이트를 후원하고 받은 티셔츠 사진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당 성우를 교체했다. 이후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페미니즘을 반사회적 혐오 사상으로 규정하고 페미니스트 노동자를 마녀사냥 하는 노동권 침해 사건이 우후죽순 이어졌다. 게임업계 여성 노동자들은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르기만 해도 사이버불링과 직업적 불이익에 맞닥뜨렸다. 심지어는 게임업계에 페미니스트 작가 등의 명단을 추린 소위 ‘블랙리스트’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헌법상 명시된 기본권인 노동의 권리,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뿐 아니라 게임업계 내 남성중심적 문화와 성차별적 구조를 보여준다. ‘2017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게임 이용률은 65.5%, 남성은 75%로 한국에서 여성 게임이용자는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남성을 과대대표하는 블랙 컨슈머들은 ‘소비자의 권리’라는 엉뚱한 명분을 내세워 여성 인권에 관한 모든 표현과 참여를 검열하고 있고, 게임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시장 논리를 내세워 여성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조치를 반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성 게임이용자는 전혀 게임사에서 고려하는 고객층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으며, 고용 관계가 불안정한 프리랜서 여성 노동자가 가장 먼저 퇴출·배제되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상검증 피해자들은 ‘여성프리랜서일러스트레이터연대(WIFIU)’,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이하 디콘지회)’ 등을 조직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며 불의에 맞서고 있다. 그중 일부는 회사의 불공정행위를 인정받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각 회사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 등의 이유로 신고인과 용역계약체결을 거부하거나 신고인을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와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규제력이 없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사상검증과 업무 배제를 중단하라!
피해자들의 작업물을 복구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라!
국회와 정부는 게임계 내 사상검증을 규제하고 피해복구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2020년 2월 12일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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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2020년 2월 10일자, 게임업계 '사상검증' 또?…개발자 '머리 박고 사과'
http://m.nocutnews.co.kr/news/5286673#_enliple
WEBIN, 2019년 12월 23일자, 전국여성노조, 디콘지회 등 19개 단체와 함께 "게임업계 사상검증 규탄" 기자회견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