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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세계 커밍아웃의 날 군형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국방부는 평등의 문을 열어라>
  • 2021-10-12
  • 928

세계 커밍아웃의 날 군형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 국방부는 평등의 문을 열어라

일시 : 2021년 10월 11일 오전 11시
장소 : 국방부 앞

공동주최 : 기본소득당 베이직페미, 국회의원 용혜인,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움: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한국성폭력상담소), 군인권센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언니네트워크, 유니브페미,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한국성폭력상담소 발언문]

피해를 분류, 서열화, 은폐, 조작하는 성폭력 대책?
형법, 군형법, 군사법원법 전면 개정을 촉구한다
 
2021년 8월 3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군인의 성범죄, 사망사건 등 일정 범죄의 경우 1심부터 일반 법원이 재판하도록 하는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2021년 공군과 해군 여성 부사관이 성폭력 피해 이후 사망하게 된 사건이 발생하고 군, 정부, 입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일부 언론과 여론은 “성폭력 문제는 이제 개선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 대한민국 군대는 달라지는 것인가? ‘사람’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복무하는 곳, 성별 정체성, 성적지향, 나이, 가족 및 혼인 여부, 출신 지역이나 학력, 병력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아니하고, 위협적인 일을 겪으면 즉각 신고하고 보호받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침묵, 은폐, 죽음을 낳았던 구조를 살펴보자. 군대 내에서 여성이자 부사관은 이중적 차별상태로, 상부보고를 즉각해도 군대 내 문제해결 순위에서 후순위였다는 점이 이번 사건들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군 내 여군들이 겪는 일상적 ‘성희롱’, ‘성차별’은 신고-심의-조치-통계-예방 체계조차 제대로 없다. 민간법원으로 이양되는 형법과 군형법상 강간과 강제추행은 어떤가. 구성요건상 최협의 폭행협박을 따진다. 해군 성소수자 여군이 겪었던 두 상관에 의한 성폭력은 ‘저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며 고등군사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4년 넘게 대법원 계류중이다. 성차별, 성희롱이 일상인 조직문화, 성폭력 판단의 가부장적 기준, 수사 재판과정의 구조적 2차 피해는 피해자의 피해를 분류하고, 서열화하고, 은폐한다.

 군은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수사중이다”라며 수사가 해결해줄 거라 답하지만, 정작 공군 이중사 사건에서 문제해결을 제일 지연시켰던 군 수사 라인은 그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군 수뇌부는 성범죄의 민간군사법원 이양이 큰 변화라고 강변하지만, 평시 군사법원 폐지가 필요하다고 의결안을 상정했던 국방부 민관군 협의회에서 ‘군의 특수성, 군인들의 사기 저하, 지휘권 위협’을 이유로 강력하게 이를 반대했다. 형법, 군형법이 ‘인정’하는 성폭력 범죄만 겨우 열외로 하고, 군 수뇌부가 가진 지휘권과 위계서열, 기강문화는 조금의 균열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군대 내 성폭력을 규정하는 군형법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 중 92조의 6은 민간 법원으로 이양되지 않는다. 군형법 제92조의6, ‘항문성교 등 그 밖의 추행’으로 모호하게 합의한 동성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조항. 피해자가 없어도 범죄자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없는 피해를 조작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민간법원으로 이양되지 않고, ‘군 특수성’을 쥔 군수사기관과 군사법원이 관할한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유엔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 사회권위원회, 자유권위원회 등이 폐지를 꾸준히 권고해왔고, 위헌심판도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 군은 이 조항을 열렬히 지키고 있고, 국회는 법개정을 하지 않는다.
 
군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아니면 일각의 문제제기와 논란을 잠재우고, 일부 피해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성폭력만 부산스럽게 대응하고 – 그 자리에서 군 내부의 기강과 권력 체계를, 가부장성과 성별 위계구조를 고수하고자 하는가?

육군은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해 심신장애를 어거지로 규정짓고 전역 결정을 했다. 전역 취소소송 소송에서 육군은 고 변희수 하사의 복무능력과 노동권을 일방적으로 분류, 서열화, 은폐, 조작하며 변론을 전개했다. 고 변희수 하사의 법률대리인은 “군의 변론 자체가 변희수 하사를 향한 거대한 2차 가해였다”고 일갈한다.

군형법 92조의 6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청구 소송에서도, 성폭력 사건과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대응에서도, 성폭력 예방 대책에서도 대한민국 군대는 실존하는 군인들의 삶, 소수자로 드러나고 피해자가 된 구성원들의 인권을 분류, 서열화, 은폐, 조작하며 군의 반인권성을 고수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군형법 제92조의 6을 폐지하라!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라!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라!
형법, 군형법, 군사법원법을 전면 개정하라!
 
국방부와 각 군에 촉구한다.
평등의 문을 열어라!
우리 사회는 이제 합리적 이유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사회로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 군대도 ‘열외’일 수 없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발언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혜인입니다.

10월 11일 오늘은 세계 커밍아웃의 날입니다. 세계 커밍아웃의 날은 1987년 10월 11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게이-레즈비언 권리 행진’을 기념하여 제안된 날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커밍아웃의 날이든 아니든 누구나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곧바로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존재'가 되어 차별과 혐오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는 동성 간 사랑을 법적으로 ‘추행’으로 분류하고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바로 군형법 제92조의6입니다. 한국의 군형법 제92조에 해당하는 추행죄는 미국의 법을 참고해 1962년 만들어진 것인데, 정작 미국은 1993년 이 조항을 폐지했습니다. 영국, 독일, 현재 징병제인 이스라엘에도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형사처벌하는 법은 없습니다. UN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제92조의6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2014년과 2017년에 폐지안이 발의되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그 사이 2016년 육군 색출 사건이 있었고, A대위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반인권적인 심문을 받고 범법자가 되어 재판에 서야 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이 기능해온 약 60년 동안, 수많은 군인들이 이 조항에 의해 사생활을 추궁당하고, 회유와 거짓진술을 강제당하고, 폐쇄병동으로 보내졌습니다. 최근 5년간 군형법 제92조의6 관련 통계를 살펴본 결과 이는 누군가에게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일이며, 여군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국회도, 국방부도 책임을 느끼고 움직여야 하는 지금 여기의 문제인 것입니다.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성소수자의 존재가 아니라 낮은 군인의 인권과 처우입니다. 성폭력 사건들에는 보여주기식 수사와 제 식구 감싸는 판결로 대응하면서,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처벌하는 군 자신이야말로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커밍아웃이라는 말은 ‘벽장 밖으로 나오다’라는 영어 문장에서 유래했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 차별이 만연한 환경에서 한 사람의 커밍아웃은 그 사람의 의지와 용기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어두고 벽장 밖으로 나오라고 종용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고, 오래된 동성애 혐오의 벽을 넘어 국방부가, 국회가 벽장 밖으로 나와야 할 때입니다. 성소수자 군인이 아닌 국방부가 평등의 문을 열 때, 비로소 세계 커밍아웃의 날을 기쁘게 기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제가 발의했던 21대 국회의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을 다시 발의하고자 합니다. 지난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군 혁신의 핵심은 인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이 또다시 말에 그치지 않도록, 이번에는 꼭 발의와 통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베이직페미 발언문]

베이직페미 노서영 위원장입니다.

2017년 5월, 이곳 국방부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하며 "나도 잡아가라"고 외쳤습니다. 육군이 군형법 92조의6에 의거해 성소수자 군인 색출작전을 펼쳤고, 형사처벌한 때였습니다. 징병제 국가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는 한 시민을 그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범죄자로 만들던 때였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60년 된 92조의6은 여전히 항문성교와 동성애를 동일시하며 추행죄를 정의함으로써 군대 내 동성애자를 탄압하는 악법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A대위가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은 통과되지 못한 채 4년이 흘렀습니다. 

소위 '남성성'을 지키는 것이 곧 사기, 명예, 권력을 지키는 것이라 믿어지는 군에서 작년 1월에는 트랜스젠더 군인이 성별확정을 인정받지 못해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강제전역되었습니다. 국방부와 육군은 부당한 강제전역 처분을 정당화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또 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했습니다. 그리고 4개월 전, 다시 이곳에서 우리는 공군 성폭력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국방부에 책임을 물어야 했습니다. 대통령이 엄중수사를 지시했고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설치되었지만, 지난 주 알려진 바와 같이 군은 결국 책임자 중 누구도 형사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군이 지키겠다 맹세한 것들을 다 지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고작 어떤 '남성성' 하나를 보호하고 강요하느라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던 A대위는 왜 형사처벌을 받고, 고 변희수 하사는 왜 강제전역 조치를 당하며, 피해자를 사망하게 만든 공군 성폭력 사건 초동수사 지휘라인 책임자들은 왜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는 것인지 국방부는 답해야 합니다. 

오늘은 세계 커밍아웃의 날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커밍아웃은 언제 어디서든 쉽지 않지만, 커밍아웃이 범죄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그래서 이번 커밍아웃의 날에는 국방부가 불평등의 벽장에서 문을 열고 나오기를 촉구합니다. 제92조의6 폐지를 비롯한 군형법 개정이 초석이 될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군대가 60년 동안 열지 않은 평등의 문을 반드시 열어냈으면 좋겠습니다. 더는 어떤 시민도 부정당하고 회유당하고 분노와 두려움에 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커밍아웃의 날을 모두가 함께 기념하는 날까지, 더 나아가 모두의 성별이나 성적지향을 공개하고 기념할 필요가 없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