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지난 29일, 보신각에서는 제2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 축제 ‘생존자랑대회’가 열렸습니다. 2021년 제1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 축제에서는 ‘죽은 자가 돌아왔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친족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죽음 같은 삶에서 살아 돌아왔음을 만천하에 알렸는데요. 지난해는 살아 돌아왔음을 알렸다면, 올해는 죽었다 다시 살아 돌아온 피해생존자들이 분노와 슬픔을 잠시 뒤로 한 채 사랑했던 각자의 삶을 자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멕시코의 망자의 날 주요 인물인 ‘칼라베라 카트리나’를 컨셉으로 한 만큼 해골가면과 화려한 의상, 그리고 꽃 장식으로 꾸민 참여자들이 모였습니다. 때로는 울컥하기도 하고, 환하게 웃기도 했던 행사의 현장을 담아봤습니다!
오전 10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공폐단단’ 단체의 활동가들이 행사 준비를 위해 보신각에 모였습니다.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의 기록을 담은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부터 ‘나는 안전합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 등의 성폭력 생존기를 담은 책들을 전시하고, 준비한 가면을 정리하였는데요. 행사 시간인 12시가 다가오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며, 책을 펼쳐보기도 하고 자신의 드레스코드와 맞는 가면을 골라가기도 하였습니다!
참여자들은 피켓에 자신 또는 피해생존자들에게 하고싶었던 말들을 적기도 하고,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살아있어 고마워”, “괜찮아 혼자가 아니야”, “끝까지 싸운다” 등의 피켓 속 메시지는 그동안 피해생존자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집회가 시작되고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는데요. 지금까지 잘 살아온 자신에 대한 격려와 칭찬, 가해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를 침묵했고 방치했던 주변인과 사회에 대한 일침 등 많은 발언이 진행됐습니다.
이후 1부 발언이 마친 후에는 단막극 형식의 퍼포먼스가 이어졌고, 퍼포먼스에서는 그동안 침묵하며 삶을 견뎌온 피해자들이 ‘생존자’가 됨으로써 세상에 나의 생존을 알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퍼포먼스의 끝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작성한 피켓의 메시지를 낭독하는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피해생존자들은 과거의 자신을 위로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자신의 삶을 응원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다른 참가자들의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연대발언도 이어졌습니다. 행사를 지켜보며,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져 온 폭력과 묵인 속에서 고통 받아온 피해생존자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일상 회복에 있어서 공동체의 연대와 목소리가 중요함을 한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행진이 이어졌는데요. 화려한 단풍 아래, 화려한 의상으로 거리를 행진하며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친족성폭력 본질은 폭력이다”, “가족을 고발한다”, “국가를 고발한다. 피해자 인권보장하라”, “친족성폭력 우리가 멈춘다” 목소리 높여 크게 외쳤습니다!, 적극적으로 동의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친족성폭력 문제에 대해 한번 더 인식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요. 이번 집회에서의 외침처럼 친족성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되고 친족성폭력을 묵인하고 방치하는 일이 더이상 발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후 행진에서 돌아온 후에 몇 차례 발언이 더 이어진 후, 싱어송라이터 ‘이랑’ 님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랑님의 노래처럼, 우리의 외침들이 전해져 세상이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생존자랑대회’라는 타이틀처럼, 이번 행사는 피해생존자가 일상으로 회복하고, ‘생존’을 ‘자랑’하는동시에 사람들이 모여 피해자들의 고통과 슬픔의 공감하고 연대하는 ‘생존자랑’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고, 또 이를 위해 사회가 바뀔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만큼, 저 역시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공소시효 폐지를 위해 움직이겠습니다! 또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정기시위(매.마.토)가 진행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후기는 자원활동가 기자단 '틈' 은화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