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21대 국회는 반드시 발의안을 통과시켜라!
: 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 아동‧청소년 대상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법안에 부쳐
지난 2월 6일 친족 관계에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성폭력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이 박주민 의원 대표로 발의되었다. 양정숙, 소병철 의원 대표 발의 법안에 이어 21대 국회에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와 관련한 세 번째 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법안 발의를 환영한다.
생존자들은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가정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정상가족주의가 공고한 사회, 아동‧청소년‧청년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권리 보장이 미비하여 원가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친족성폭력 피해자가 친족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하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 따르면 친족성폭력 상담 전체 건수 중 55.2%가 피해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상담을 했으며(2019년 통계), 57.9%가 공소시효가 도과되었다(2021년 통계).
그러나 이 발의안 역시 2022년 소병철 의원 대표 발의 개정안처럼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배제 대상을 아동‧청소년(만 19세 미만)으로만 한정지었다는 한계가 있다. 2021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 따르면, 전체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11.8%는 19세 이상이다. 어릴 때 시작된 피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진 것 외에 4촌 이내 혈족 또는 결혼으로 형성된 가족들과 성인이 된 이후 생활공간을 공유하게 되었을 때 새롭게 피해를 입는 경우다. ‘가족’을 고발한다는 사회적 낙인과 그에 따른 2차피해는 아동‧청소년 피해자뿐 아니라 성인 피해자에게도 똑같이 작용한다. 성폭력 피해자마다 각자의 상황과 지지 자원, 가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성폭력을 인지하고 대응을 결심하는 시기와 속도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모든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된다는 우려를 표한다. 그러나 이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만 13세 미만의 사람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 성폭력 피해자일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특례 조항을 두고 있다. 그리고 「성폭력특별법」에 명시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및 추행은 13세 미만이나 장애인 대상 성폭력과 똑같은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친족성폭력에 관해 공소시효를 폐지해도 법적 형평성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성폭력 생존자들의 말하기로 성폭력 공소시효 연장 또는 폐지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2021년, 프랑스에서는 한 법학자가 저서를 통해 유명 정치학자인 아버지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며 친족성폭력을 의미하는 해시태그 운동(#MeTooInceste)이 일어났고 그 결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공소시효가 피해자가 18세가 된 이후 30년으로 연장되었다. 또한, 미국에서도 공소시효 폐지의 움직임이 주정부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고 작년, 연방법은 미성년자 성범죄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폐지했다. 2021년 UN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강간에 관한 특별보고서>는 강간에 관한 법적 소송 절차를 개시하는 데 공소시효가 있어서는 안 되며 강간에 관한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은 2021년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공소시효 폐지에 관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고, 11월에는 친족성폭력의 실상을 고발하고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생존기념축제 집회를 열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생존자들의 용기 있는 말하기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에 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회에서는 그 어떤 발의안도 통과되지 않고 계류중에 있다. 21대 국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21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올해 안으로 발의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생존자들과 함께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에 관한 연대와 말하기를 이어갈 것이다.
2023년 2월 16일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