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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후기] 시민이 지켜낸 여성가족부, 걸림돌 장관은 빠지고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라
  • 2023-05-31
  • 1150

출범 전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정책으로 내걸며 성평등 후퇴를 일으킨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되는 시점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퇴행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국의 900여개 여성, 시민, 노동, 인권, 종교, 환경단체들이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을 꾸렸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는 지난 2월 국회 본 회의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제외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되며 일단락 된 상항인데요. 그렇지만 그동안 퇴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5월 16일, 뜨거운 태양열이 정수리 위를 달궜던 날 많은 활동가들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으로 모인 이유입니다.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 1년 기자회견] 시민이 지켜낸 여성가족부, 걸림돌 장관은 빠지고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라

○ 일시 장소: 2023년 5월 16일(화) 오전 11시/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 주최 :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전국 902개 단체)
○ 참석 : 여가부 폐지 저지 전국행동 소속 단체 및 개인 100여 명
○ 프로그램(※사회 :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참가단체 발언
1. 오경진(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2. 이정아(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3. 최나눔(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
4. 임지영(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국내연대팀장)
5. 노헬레나(한국여성노동자회 연대사업국장)
6. 온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
7.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 기자회견문 낭독
- 박수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 지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
- 이민진(공공운수노조 여성부장)
- 민현정(여가부 폐지 저지 강원행동,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
▲ 퍼포먼스

기자회견 참석 단위와 참가자들은 여성들의 노동, 교육, 경제, 정치, 돌봄 등 삶 전반에서 이루어진 윤석열 정부의 퇴행 및 혐오 정치를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퇴와 여성가족부 본연의 책무인 성평등 실현 두 가지를 요구하였습니다.

[기자회견문]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 1시민이 지켜낸 여성가족부, 걸림돌 장관은 빠지고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었다. 윤 정부는 출범 당시 국정과제를 통해 상생공정’, ‘약자와의 동행을 표방했다. 그러나 그 주장이 무색하게 지난 1년 사이 노동, 복지, 외교,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전반적인 정부 정책과 기조가 심각하게 퇴행했고 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대선 시기부터 한국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성평등 전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추진하고, 국가 성평등 정책과 추진체계를 무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앙 정부의 여가부 폐지기조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 추진체계 또한 축소되었고, 정부 정책에서 여성은 지워지고, ‘성평등은 삭제됐다. 구조적 성차별을 해결해야 할 국가는 자신의 책무를 방기했고, 이는 곧 여성들의 노동, 교육, 경제, 정치, 돌봄 등 삶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한편
, 윤석열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인 김현숙 장관은 인사청문회부터 꾸준히 여성가족부 폐지에 동의하며 이를 추진했다. 이는 국가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의 최고 책임자로서, 성평등 가치를 확산하고 구조적 성차별 해소를 위해 힘써야할 책임부처 장관으로서의 직무 유기에 다름 없다. 여성가족부가 독립 부처로 존재했기에 가져온 입법권과 예산편성권 등 실질적 권한이 축소되는 부처 폐지안에 대해 지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 “여성가족부의 정책과 업무는 축소되거나 약화되지 않을 것”(UPR, 유엔인권이사회 제4차 국가별 정례 인권 검토 본심의 당시 여가부 답변)이라며 사실을 왜곡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되고 집행되던 버터나이프크루사업을 여당 국회의원의 전화 한 통으로 충분한 근거나 검토도 없이 중단하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 위원회의 심의확정 절차를 거쳐 발표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의 비동의간음죄개정 검토 과제를 번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인하대 성폭력 사건, 신당역 여성노동자 살해사건과 같은 명백한 젠더 기반 여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젠더폭력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김현숙 장관은 여성폭력이 아니라며 구조에 대한 무지와 무책임함을 드러냈다. 이렇듯 김현숙 장관은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정하고 성차별을 여성과 남성 간 젠더갈등으로 틀 짓는 혐오정치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등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오히려 성평등에 걸림돌이 되는 행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절망적인 퇴행 속에서도 시민들은 정부와 장관 주도로 여성가족부라는 국가 성평등 정책 추진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을 두고 보지 않았다
. 수많은 시민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입장을 정부에, 국회에 전달하고 부처 폐지가 아닌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를 요구해왔다. 결국 지난 2, 국회 본회의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제외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시도가 한 차례 일단락되었다. 시민들의 힘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은 성격차지수
146개국 중 99(세계경제포럼, 2022), 여성의원 비율 129(국제의회연맹, 2022), 성별임금격차 OECD 국가 중 최고(31.1%, OECD) 등의 국제 통계가 말해주듯이 여전히 성차별이 만연하고, 사회변화에 따라 성폭력의 양상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 이후 여성 고용은 열악해지고 비가시화된 돌봄노동은 여성에게 더욱 편중되고 있으며, 여성 및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성차별적인 한국 사회구조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따라서 여성가족부는 폐지가 아니라 강화되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전담부처로서 기능과 집행력 강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성평등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 강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성주류화(gender-mainstreaming), 노동시장의 성차별 해소, 여성(젠더)폭력 피해자 보호 및 예방 강화, 누구나 돌볼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돌봄 정책,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지원을 위한 가족정책, 아동·청소년의 인권 보호와 권리보장 강화 등 본연의 책무를 다하여 한국사회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하나, 성평등에 걸림돌이 되는 직무유기 여성가족부 장관 필요 없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사퇴하라!
하나, 여성가족부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구조적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본연의 책무를 다하여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라!

2023
516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전국 902개 단체)


단체 및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운동의 성과와 의미를 짚었습니다.

발언1
윤석열 정부 취임 후 1년 많은 것이 변화했습니다.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대표되는 잘못된 정책 방향 아래, 각 부처·지자체 정책에서는 ‘여성’과 ‘성평등’ 이 급속도로 지워지고, 역차별 담론과 여성정책 부정세력이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며, 사회통합과 연대의 언어는 차별과 배제의 언어로 치환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으로 ‘국격’을 높이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만, 국내외에서 평가하는 한국정부의 ‘국격’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대선 시기부터 외신들은 대통령의 안티페미니즘 선동에 앞다투어 큰 우려를 표했고요. 외신기자간담회에서도 국제 최하위인 성평등 지수 속에서도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는 의도에 관한 질문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유엔 국가별정례인권검토,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여가부 폐지 시도를 우려하였습니다. <여가부폐지저지전국행동> 연대체로 함께하는 900개가 넘는 국내시민사회단체들, 작년 4월 여가부폐지 반대 긴급성명에 연대한 116개 국제들과 외신을 비롯한 국제사회, 유엔까지 여가부 폐지 시도를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으나, 오직 정부만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가부 폐지가 옳다’는 주장만 1년째 되풀이하고 있는 셈입니다.

성평등정책 전담부처의 수립은 성평등 정책을 견인해온 여성운동의 끊임없는 노력과 궤를 같이합니다. 각 부처에 산발적으로 편재되어 있던 여성정책을 국가 성평등 비전 아래 통합적으로 연결시키고 여성을 인구생산의 도구 혹은 선별적 복지 수혜자로 한정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권실현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목적에서, ‘성평등 전담부처 신설’은 1990년대 중요한 여성운동 의제로 자리했습니다. 성평등 전담기구 필요성을 명시한 베이징행동강령(1995) 등을 활용한 여성운동의 요구에 따라 2001년 여성부가 신설되었습니다. 정부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꺼내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SNS 상 단순한 7글자가 아니라, 지금까지 여성운동과 수많은 시민의 힘으로 조금씩 진전시켜 온 성평등의 궤적을 한 순간에 원점으로 되돌리고 나아가 그 근간을 흔들어놓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1년, 시민들은 ‘여가부 폐지’를 저지하는 운동에 마음으로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 결과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안이 올해 2월 그 내용이 삭제된 채 통과되었습니다. 성평등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시도에 저항하여 시민들은 놀라운 연대의 힘을 보여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요구합니다. 아무런 근거 없는 선거용 표몰이 공약을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국가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고 이끌어야 할 정부부처의 수장이, 그 근간을 흔드는 일에 나서서 함께한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시기 바랍니다.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자체 성평등 추진체계의 퇴행에 대해 짚었습니다. 

발언2.


여성가족부는 주요 성평등정책 컨트롤타워로서, 각 부처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포함하여 광역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그 영향력을 갖고 제대로 된 일을 하라!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앞세웠던 윤석열 정부 1년.. 


물론 여성가족부폐지 시도뿐만 아니라 전분야에서의 정책비전 없음의 무능과 독선으로 갈팡질팡하는 민낯을 드러냈다. 이 무능에 편승한 현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숙은 공무직으로써 ‘여성가족부폐지’도 자신의 역할이라는, 도대체 이게 뭔 소린지 모를 언설로 시작하더니 정책적 정체성과 추진방향을 상실한 채 시간을 보내버렸다.


‘여성가족부폐지’라는 무리수를 자신의 역할로 인지한 이상 그림을 만들어내려다보니 폐지됨으로써 발생하게 될 정책적 리스크는 무엇이 될 것인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장관으로써 마땅히 해야할 역할이 꼬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러는 동안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엄연히 중앙부처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여성가족부폐지를 기정사실화하며 앞장서서 기존 부서명과 업무를 수정하거나 폐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부서명 또는 추진체계에서 ‘여성’, ‘성평등‘을 삭제하는 비근한 예로써 강릉시는 인구가족과, 거제시 가족정책과, 속초시의 가족지원과로 그리고 서울시는 성평등 삭제한 자리에 양성평등을, 충청북도는 여성을 삭제한 자리에 양성평등가족을, 대구광역시의 기존 여성가족재단은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이라는 곳으로 통폐합되어 여성가족본부가 되어버렸다. 대전광역시는 성인지정책담당관실이 복지국 산하 여성가족청소년과로, 울산광역시는 여성이 빠진 자리에 복지가족진흥서비스원이, 경상북도는 여성정책전담부서가 아이여성행복 산하 여성가족행복과다. 


여성가족부 또한 겨우 껍데기만 뒤집어쓰고는 3차양성평등기본계획안에서 여성, 젠더기반폭력 등등 기존 정책용어가 빠지는 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해석남녀’라는 기발한 용어로 진즉에 대체했다. ‘여성’ ‘성평등’ ‘젠더정책’에 대한 무지가 이런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김현숙장관은 나름 전문가이자 정치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다. 최소한 현 시대상황 정도는 이해할 경험이 있다는데서 그러하다. 다만 맥락없이 불거진 여성가족부폐지가 불러온 무리수에서 시작된 퇴행이다.


그러기에 김현숙 장관은 모르고 저지르는 것 보다 더 나쁘다. 아니라면 답해야 할 것이다.
- 여성폭력 성폭력 가정폭력이라는 명백한 정책용어가 굳이 필요치 않은 안전한 사회가 되었는가!
- 이를 통틀어 젠더기반 폭력이 소멸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목표는 이제 시절 지난 사회가 되었는가!
- 우리의 일자리가 여성이어서 남성이어서가 아니라 함께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는가! 그 무엇이 해결되었기에 정책과제에서 여성, 젠더, 성평등을, 심지어 성폭력 가정폭력이라는 용어가 금기어처럼 되는 것인가!
-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 비전으로 삼았던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는 2022년을 기점으로 실현되었기에 김현숙 장관은 이제 보건복지부업무에 기웃거리고 있는건가! 


느리긴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성평등에 관한 인식확산이나 그에 대한 감수성을 확대해가는 동인이 되도록 행정추진체계 강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던 참이다. 이는 여성만을 또는 남성을 배제하는 것을 정책적 고려라고 보는 것이 아닌, 수많은 개인의 차이가 집단의 차별이 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함께 살아갈 기반을 구축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인식의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소한 성평등 정책 분야의 최고 결정권을 가진 자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 얼마나 퇴행적이며 국제사회에서조차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쯤은 부끄러워해야 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여성가족부와 새로운 장관에게 바라건대, 전국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이미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장관의 권한으로 점검하라! 또한 정부 주요부처 및 기관인 교육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대검찰청, 경찰청, 국방부 등에 설치된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여성가족부와 부처별 정책협업 체계라는 점에서 진전된 추진체계로 기대해왔다. 이에 대해 협의체를 통해 부처별 해당 업무위축은 없는가 살펴야 한다. 이는 정부정책 전 분야에서의 성평등사회 실현에 관한 주요 목표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가늠자이기에 그러하다. 


누군가에 기대 또는 누군가를 배제하는 뺄셈의 정치공학적 얄팍함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전망하는 무식한 용기는 이제 내려 놓길 간절히 바라며 발언을 마친다.


최나눔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여성폭력에서 '여성'을, 젠더 관점을 지우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발언3. 
‘여성폭력’을 ‘폭력’으로 호도하는 정부는 ‘여성’ 지우기를 멈춰라!


대한민국 성인 여성 3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 이상의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합니다. 대한민국 강력범죄 중 여성 피해율은 86%에 달합니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가 2022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6명이었으며 살인 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225명이었습니다. 최소 1.17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성들이 목숨을 위협받고 살해당하는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라고 공언한 대통령답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여성의 현실을 개인적인 문제로 축소 시키며 모든 국가 정책에서 ‘여성’ 지우기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해 장관에 임명됐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인하대학교 성폭력 사망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력’ 아니고 성폭력 사건”이며,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여성과 남성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사건의 본질을 지우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서 ‘젠더’와 ‘성평등’은 실종되었으며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의 6대 핵심 과제에서도 ‘여성’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현행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법무부의 반대 의견으로 이를 철회했습니다. 법무부는 성폭력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무고죄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협소한 성폭력의 정의로 인해 피해를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여성폭력 피해자를 불신하는 통념을 강화·확산하는 것입니다. 신당역 여성 살해 사건 발생 후 정부와 국회가 쏟아낸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정부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정부는 누구의 곁에 있는 것입니까?


‘여성폭력’은 수십 년간 피해 여성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법적 용어이자 정책용어입니다. 국가가 ‘여성폭력’을 호도하려 해도 여성·시민들은 미투운동을 지나왔기에, 여성폭력이 ‘남녀갈등’이 아닌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여성살해를 비롯한 여성폭력은 성평등 실현을 통해 근절됩니다. 성평등 전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분명히 그 소임을 수행하십시오. 정부가 진정으로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관련 모든 제도를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여성폭력에 관해 제대로 된 관점을 갖추고 강력한 성평등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집행하는 것입니다!


임지영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국내연대팀장은 윤석열 정부의 '2015 한일합의'에 대한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발언4.
 
태평양 전쟁 말기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의 일본 점령지에서 전쟁에 동원되어 성노예 생활을 한 수많은 여성들이 있다. 이들 중 많은 피해자들은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채 집단 학살을 당하거나 타지에서 떠돌아야 했다. 구사일생 귀국한 피해자들조차 한국 사회에서조차 외면당하고 피해사실을 숨겨야 했다. 여성에 대한 조직적 성착취, 성폭력, 성적 학대를 저지른 일본 정부와 일본군은 지금까지 사실인정에 기반한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배상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1991년 오랜 침묵을 깨고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 피해자가 처참한 인권침해의 경험을 증언하며 일본정부를 향해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이런 피해자의 용기와 정대협을 비롯한 여성인권단체들과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의 결과 1993년 6월 11일 ‘일제하일본군위안부에대한생활안정지원법’이 제정되었고, 비로소 피해자 돌봄과 지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일이 국가의 마땅한 책임이 되었다. 이에 따라 역대 여가부 장관들의 취임사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치유 등 관련 내용이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현숙 장관 취임사에는 한 마디도 등장하지 않았다. 2023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에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국제회의 예산도 감축되거나 빠져있었다. 그나마 여성가족부가 폐지된다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돌봄, 지원, 미래세대를 위한 기림과 계승은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들의 거센 항의와 국제사회의 비판, 국민들의 심판으로 파탄난 ‘2015 한일합의’를 준수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법적배상이 아닌 위로금 10억엔으로 화해치유재단 설립, 이를 조건으로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협조와 국제사회에서 비난, 비방 자제,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약속한 ‘2015 한일합의’는 피해자 중심 원칙을 위반한 굴욕적, 정치적 합의였다. 국내외 시민들의 거센 반발과 국제사회의 지적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은 여성가족부에 의해 2019년 공식 해산되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2015 한일합의 정신 준수’를 천명하며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는 일본 정부의 편을 들고 있다. 정의연은 지난 3월 31일 여성가족부에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잔여금에 대한 계획을 공개질의 하면서 ‘한일합의 정신 준수’의 의미를 따져 물었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처분계획서는 없다고 답변하면서도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하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의견 수렴과 외교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처분방안을 마련한다는 어불성설 영혼 없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용수 피해생존자는 작년 6월 김현숙 장관을 만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가부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수요시위에 참석하셔서 피해자를 우롱하는 화해치유재단의 위로금은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라고 호통쳤다. 우리는 경고한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요구에 반하여 화해치유재단 해산 잔여금을 활용하고, ‘2015 한일합의’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모두 끝났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와 명예회복을 말로만 하지 말고, 가해자의 책임인정과 법적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라. 피해자들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는 극우 역사부정세력의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적극 노력하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알리고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한 기림·교육 사업을 보다 강화하라. 성평등과 인권의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여성가족부 장관 필요 없다. 능력도 없고 생각도 없고 자신도 없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더 이상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여성들의 전진에 걸림돌이 되지 말고 지금 당장 물러나라!


노헬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연대사업국장은 장시간 노동 개악을 비롯해 여성노동 퇴행을 짚었습니다. 

발언5.


작년 6월,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전부 개정 되었습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노동시장에 진입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여성이 경력단절 자체를 겪지 않을 수 있도록 예방하는 성격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자료에 따르면 해당 법안의 방향성은 사라지고, 다시 경력단절 가능성이 높은 여성과 기업 대상으로만 지원하겠다는 내용만이 담겨있습니다.


올해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23 업무추진계획을 살펴보면 더 가관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한 사회 실현’을 삭제하고,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과제로 두었습니다. 또 양육 및 돌봄 관련 내용을 ‘저출산·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미래인재 양성’ 목표 하에 배치하였습니다. 성평등에서 양성평등으로의 후퇴, 그리고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이 아니라 미래인재 양성으로서의 관점으로 여성노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며, 두 가지 다 현 정부의 문제적인 관점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펼치는 정책을 살펴보면, 가족주의를 기반으로 두며 여성노동자의 폭을 기혼 맞벌이 여성으로 좁혀놨습니다. 기혼 여성노동자 중심으로만 정책을 펼쳐 여성노동자를 ‘어머니’로 환원하고, 돌봄을 평등하게 분담하고 돌볼 권리에 대한 논의는 소멸시킵니다. 이로 인해 남성생계부양자, 여성돌봄전담자 모델이 더 강화될 것은 명백해보입니다. 이러한 편견을 바탕으로 여성노동자들은 고용과정에서 미래의 돌봄전담자로 여겨져 고용상 성차별을 겪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현 정부는 장시간 노동 개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장시간노동이 보편화된다면, 여성노동자들이 가사와 돌봄을 전담하는 상황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돌봄을 병행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체제에서 일자리를 잃고 초단시간 노동으로 내몰리기 쉽습니다. 현재의 장시간 노동 개악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정책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성가족부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정부의 이러한 문제적인 정책 및 관점이 나왔을 때, 여성가족부는 이를 기획하고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여가부는 이러한 의무를 손 놓은 채 방관하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을 예방하고자 하는 시도, 구조적인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들이 성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법의 방향성은 무색하게 됐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제기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에서 여성가족부의 정책방향은 여성노동자의 독립성과 개별성이 모조리 삭제된 채 오로지 가족안에서 돌봄을 전담하며 시간빈곤에 허덕이며 일하는 여성만이 남아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을 가족 내부에서 찾게 만들고, 여성들이 능력을 키워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라는 정책방향성의 후퇴를 조장하는 여성가족부를 여성노동자들은 원하지 않습니다. 부처가 제기능을 하기 위해선 관점부터 다시 잡아야 합니다. 여성정책을 저출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활용하지 말고, 여성노동자의 인력을 개발시켜 활용하는 개념으로 보지 말고,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구조적 차별이 무엇인지부터 직시하십시오.


온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는 정상성을 강화하는 가족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발언6.

지난해 10월 6일 윤석열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여 여성가족부 업무를 이관하는 ㅔ계획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김현숙 장관은 여성가족부 장관의 역할을 부여받았음에도,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추진체계로서 독립부처의 지위를 상실하고 인구·가족 정책 수단으로 종속되는 이 같은 개편안을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주장을 확산하였습니다.


여성가족부 업무가 생애주기별 인구정책의 하위 분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여기는 이 같은 주장은, 젠더 관계를 정치적인 권력 구조의 문제로 보지 못하고, 남성과 여성을 대등한 지위의 인구집단의 한 종류로만 여기는 젠더 관점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 여성 혐오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지칭하는 김현숙 장관의 행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성평등 부서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인구문제를 운운하는 태도는, 여성이 국가의 인구정책 필요에 따라 신체와 재생산의 권리를 침해당해 온 역사. 임신·출산과 돌봄·가사 노동을 위한 수단으로써 국가의 통제와 차별을 받아 온 역사. 여전히 진행형인 그 뿌리 깊은 성차별의 역사를 상기시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이 다했다고 말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강화하는 이 성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이 아닙니까?
 
윤석열 정부와 김현숙 장관의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추진체계와 정책을 끊임없이 퇴행시키면서, 인구문제를 해결하고 가족 지원을 증진하겠다고 면피성 주장을 합니다. 어불성설입니다. 왜냐하면, 사회 구성원이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 것과 친밀한 관계를 지원하고 증진하는 것은 성평등을 위한 노력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인구문제의 원인은 돌봄을 불가능하게 하는 노동환경, 불평등한 돌봄,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의 부재, 혐오와 폭력과 같은 부정의한 사회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의의 근간에는 성차별 구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올해 3월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과제와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여성에게 부과된 돌봄 책임 완화, 성평등한 일터 조성, 포괄적인 성·재생산권 보장, 젠더폭력 피해 구제와 예방 등의 성평등 제고를 위한 목표와 추진 과제를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결혼·출산·양육 지원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결국 출산의 주체인 가임기 여성을 인구문제의 원인이자 정책의 관리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상정하고 지원하는 가족은 가부장적인 ‘정상가족’뿐입니다. 지난해 9월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제시되었던 혼인·혈연 외 가족 형태의 제도적 인정을 위한 정책 과제를 철회했습니다. 게다가 국가의 돌봄 책임을 방기하고 가족에 돌봄을 떠넘기는 방식의 협소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지원조차 ‘정상가족’ 통념에 갇혀 있습니다. 기존 영아수당과 양육수당을 개편하면서 양육 주체를 부모로만 상정하는 ‘부모급여’ 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도 잘 나타납니다. 이렇게 정책에서 가부장적 정상가족주의가 강화되면, 기존 가족구조에서 차별과 배제를 겪어 온 시민들은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평등 정책은 결코 인구나 가족 정책에 종속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인구와 가족 정책을 비롯한 모든 사회정책이 성평등 추진체계와의 협업 안에서 젠더 관점에 기반하여 추진되어야만 더 많은 시민의 삶을 포괄하고, 증진하는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폭넓은 비전을 가진 제대로 된 여성가족부가 들어서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를 촉구합니다.


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윤석열 정부의 청년 여성 지우기에 대해서 발언하였습니다.

발언7.
 
2021년 10월 20일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청년에게 윤석열표 공정을 약속한다”면서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강화를 청년정책으로 발표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 하여 실망감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캠프에서 청년정책을 총괄자는 “성범죄에 한해선 무고의 형량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청년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이것이 청년의 입장임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청년정책을 총괄한 이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22년 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은 10대 정책을 발표하며 “‘가족’ 우선 정책이 아닌 ‘여성’ 우대 정책 위주의 불공정 정책을 다수 양산”했다며,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청년들과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별도 부처를 설립할 것” 이라며 여가부 폐지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김현숙 장관은 2022년 청문회에서“인구·가족·아동 문제를 챙기며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젠더갈등과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풀어나갈 수 있는 부처의 새로운 역할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말했습니다. 청년 그 중에서도 남성 청년의 입장으로서, 남성 청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으로서 여성가족부 폐지가 고안된 것입니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한 문제적인 지점은 여성가족부 문제를 비롯한 성평등을 성별 이해관계의 문제로 협소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차별/성폭력 해소를 비롯한 성평등 목표를 보편적인 의제가 아니라 ‘불공정 수혜’의 문제로 취급하고, 여성청년을 수혜자 - 남성청년을 피해자로 가정한 뒤에, 그렇게 가정된 ‘남성청년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정치를 젠더 갈라치기 정치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젠더 갈라치기 정치는 남성청년을 성평등 반대세력으로 선동, 조직했으며, 여성청년들을 침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사회적 소수자로서 여성의 관점, 경험, 이야기를 부정했고 사회에 들리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안전문제이고 성폭력이지 여성폭력이 아니다”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 김현숙 장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사망 사건, 김현숙 장관)
“여성은 구조적으로 차별받는 존재라고 얘기하는데, 물론 우리 세대에는 유리천장이 존재했지만 20대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김현숙 장관)
 
왜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되고 성폭력의 피해를 입는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이것은 구조적인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기인한 젠더폭력이라는 말을 책임있는 주체들에게 듣지 못했습니다. 채용성차별, 경력단절 등 청년여성들이 겪는 일상의 성차별은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 1년, 그리고 당선을 위해 정치적 세력을 확장하던 그 시간만큼 우리의 이야기가 부정되고 축소되고 왜곡되고, 우리의 말하기는 의심과 공격 앞에 놓이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얼마전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던 10대여성 청소년이 자살했고 그 배경에 우울증갤러리에서 우울증을 가진 1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성착취가 빈번했다는 제보가 이루어졌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우울증갤러리’ 등 사이버 공간에서 청소년 대상 범죄가 확산함에 따라 임상심리사를 배치하고 모니터링에 나서는 등 청소년 정신건강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우울증 여성 꼬시기’ ‘우울증 여자 먹버’ 같은 검색어가 자동완성됩니다. 문제는 ‘우울증’이라는 정신건강 그 자체가 아니라 ‘우울증’을 가진 10대 여성들을 ‘함부로 해도 될 것 같은’ ‘쉽게 자줄 것 같은’ 이유로 데이트 폭력, 강간, 성착취 등의 타겟으로 삼은 권력과 문화에 있습니다. 범죄에 노출된 것입니까 범죄의 타겟이 된 것입니까? 구조적 성차별과 여성혐오가 여전히 없는 문제입니까? 
 
공정의 사전적 뜻은 공평하고 올바른 것인데, 공정의 이름으로 차별과 혐오, 능력주의와 각자도생을 세계관을 키우기만 하는 정치에 단연코 희망은 없습니다. 사회적 소수자들을 말하지 못하게 하고, 혐오와 차별을 외치는 역할만을 청년에게 부여하는 정치에 미래는 없습니다. 여성청년에게도 없고, 남성청년에게도 없습니다. 청년들의 불안과 팍팍한 삶을 정치인들이 자주 말하곤 하는데, 우리의 삶이 팍팍한 이유는 경제적인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삶과 사회의 비전은 차별이 아니라 평등에, 혐오가 아니라 환대에, 돌봄과 연대에 있음은 자명합니다. 성평등 없이 좋은 세상은 불가능합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성가족부는 청년의 이름으로 하는 퇴행을 멈추십시오. 성평등 정책적 현장으로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들으십시오. 시민이 지켜낸 여성가족부의 역할은 분명하게 성평등에 있습니다.


"호외요 호외!" 외치는 소리와 함께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여성가족부 본연의 역할에 맞는 새로운 장관을 요구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