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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국방부는 ‘불온서적’ 헌법소원 법무관 파면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 2009-03-24
  • 3156

국방부는 ‘불온서적’ 헌법소원 법무관 파면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국방부가 헌법을 유린하고 인권을 짓밟았다. 국방부는 지난 3월 18일,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대해 작년 10월에 헌법소원을 냈던 법무관들을 파면했다. 헌법소원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면 누구나 낼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파면이라는 가장 강력한 징계를 내리다니, 도대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우리는 인간의 존엄,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행복추구권, 재판받을 권리, 부조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항할 권리 등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깡그리 무시한 국방부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 징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법무관들에 대한 징계 사유는 황당할 따름이다. 장교의 품위를 손상했다니, 군의 위신을 실추했다니,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법무관으로서 지금 군이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국가의 최고규범을 해석하는 헌법재판소에 물어보자고 한 것은 오히려 얼마나 합리적이고 품위가 있는가? 승진과 제 앞가림에 급급한 장교들이 부지기수라고 숱한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군대에서 이런 법무관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군의 위신을 치켜 올렸는가? 복종의무 위반이라면, 군은 지금 군인들에게 그 누구도 헌법소원을 해서는 안 되며 헌법에 절대 기대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내리고 이를 복종하라고 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불온서적’을 지정하여 불황이었던 서점가에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던 국방부 장관이 위신이 깎이고 자존심 상하고 심기를 불편했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국방부 장관이 곧 군이라는 말인가? “짐이 곧 국가요”라고 하던 어느 먼 나라의 먼 옛날 왕을 흉내 낸다는 말인가?

  우리는 품위 없고 군 위신을 실추시키고 복종 의무를 위반한 장교들을 숱하게 봐 왔다. 2006년에 밝혀진 동성애자 병사 인권침해 사건에서만도 동성애자라고 알려진 병사를 데려다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증명하라며 성관계 사진을 찍어오라고 하지를 않나, 성관계 횟수를 꼬치꼬치 캐묻지를 않나, 성관계를 어떻게 했었는지 자세히 묘사하라고 하지를 않나, 황당하고 모욕적인 얘기들을 늘어놓는 장교들을 봐 왔다.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성소수자 병사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아 왔고, 국방부의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현재는 훈령으로 변경)이라는 ‘명령’을 어긴 사례도 제보받아 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들이 파면은커녕 의미 있는 징계를 받았다는 소리를 들은 바가 없다. 징계 받아야 할 자들은 감싸고 상을 줘야 할 사람들을 파면하는 국방부는 그야말로 도착적이다.

  징계권은 매우 조심히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상자들의 인생과 생명을 좌지우지할 뿐만 아니라, 징계권을 행사하는 기관의 신뢰성과 가치지향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매우 경솔하게도 ‘헌법소원’이라는 하나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구성원을 파면했다. 그것도 법무관이라는 법 전문가이자 군 인권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자들에게 어처구니없는 몽니를 부렸다.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국방부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성찰할 계기를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이 파면이라는 극단적 징계를 받게 된 꼴이다. 국방부는 이런 기회에 반성하고 성찰하지는 못할망정 권력을 남용하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그 어디에서도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는 곳은 없다. 군대라는 특수성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가진 불가침의 권리와 본질적인 자유는 침해할 수 없다. 이것은 군이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수호해야 할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자기 자신의 존재기반마저 망각하고 헌법을 농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민개병제 속에 우리 보통의 국민들로 채워져 있는 군대에서 장병과 군간부들의 인권은 온데간데없게 될 뿐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국방부가 스스로의 치졸함을 깊이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반성하여 징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보편적 인권과 헌법의 준엄한 명령이다. 품위 있는 법무관들에 대한 잔인하고 유치한 폭력을 그만 두고, 그럴 힘으로 우리 장병들의 인권을 위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보장하며, 최소한의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하고, 병사들의 인격을 존중하도록 간부들을 교육시키며, 주거환경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이 바로, 국방부가 복종해야할 국민들과 헌법의 명령이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동성애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한국성폭력상담소, 권김현영, 이영문, 진범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