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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성명/논평] 기억의 이어말하기 - 제1634차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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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는 여성들을 성적 도구로 삼거나 비인격적 전리품으로 만드는 제국주의 국가의 기획된 전시 성폭력이었다. 국가의 입맛에 맞는 ‘남성성’을 구획하고 ‘전투력 유지’를 위해 여성혐오와 차별, 존엄성 말살을 동력 삼아 전쟁의 수행 도구로 이용했다. 종전 이후 살아 돌아와 자신의 삶을 이어가며, 어느 지역에서라도 존재했던 여성 차별과 혐오에 침묵으로 생존자로 살아온 여성들이 있었다. 김학순 님을 비롯한 일본군성노예제를 증언하고 피해생존자로 나선 여성들의 용기에 존경과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다.

일본 제국주의의 성노예제 운용을 폭로하고 증언한 여성들은 국제사회에 일본 책임을 물었다. 한국 정부에는 피해자를 보호할 것과 가해자 국가에 책임을 요구하며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해 왔다. 한국 피해생존자들의 싸움에는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반성폭력, 반제국주의를 외치는 시민, 민중들이 함께 해왔다.

일본은 전범 국가로서 제대로 진상규명, 법적 배상, 사회와 역사적 기록 교육 등을 하지 않았다. 일본은 지금까지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한 일곱 가지 중 그 어떤 것도 이행하지 않았다. 여전히 일본의 보수 주류 기득권은 제국주의적 야심을 호시탐탐 키우고 있으며, 일본의 보수우익은 차별과 혐오를 갱신하면서 대대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할 한국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며 한미일 연합 공중·해상훈련을 진행하고, 일본 군마현에서 강행한 ‘강제 동원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도 대응하지 않는 등 일본의 동아시아 패권을 꿈꾸는 행태에 협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나서며, 강간죄 개정을 반대하고,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일방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다.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부실 사업'이라 이름지으며, 24년간 운영되어 온 민간의 고용평등상담실은 지원제도를 폐지했다. 2023년 길 가던 여성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범죄, 증오범죄가 출몰하자 도심에 장갑차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정부이기도 하다. 강력 범죄를 앞세우면서 일상의 성폭력은 지우고 있고, 피해자를 내세우면서도 피해자가 살아갈 토양을 없애고 있다. 이 땅의 성평등을 넓혀온 여성 시민들과 NGO의 분투를 지우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 정치판에 팽배한 무책임하고 편의적인 태도가 이미 사회, 정책, 법, 문화 전반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외면한 채 맥락을 배제하고 삭제하는 방식으로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고 있다. ‘위안부'가 자발적인 매춘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류석춘 전 교수는 법원으로부터 ‘학문의 자유’로 무죄를 받았다. 서울시는 작가 임옥상의 성폭력 사실을 내세워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를 기습 강제 철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혐오 세력으로부터 수요시위를 보호해달라는 진정을 기각했다. 전쟁 성폭력인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며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오던 노력을 조각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생존자와 그가 속한 공동체가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회복에 다가가고, 공동체의 성찰과 평화를 앞당기는 장면을 숱하게 보아왔다. 진실규명, 가해자의 책임 이행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공식적인 사과나 처벌은 사회적 역량의 지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지금의 한국 정부는 다시 전쟁으로, 전시 상태로 치달으려 하는 듯하다. 반성폭력, 성폭력, 반전, 반제국주의, 평화를 향한 투쟁을 꺾으려 하는가.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싸운다. 함께 외친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진상규명하라. 한국 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 활동을 인권 문제로 보호하고 자국의 책임을 다하라. 한일 양국 정부의 책임 있고 정의로운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매주 수요일 이곳에 모일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일본 정부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하나. 일본 정부는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역사 왜곡을 중단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2015 한일 합의를 폐기하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정의롭게 해결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모욕과 혐오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수요시위를 보장하라!


2024년 2월 7일

제163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및 한국성폭력상담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