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오늘 새벽,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로 공천된 조수진 변호사가 사퇴하였습니다.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성폭력 수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강간 통념’을 적극 활용하라고 홍보한 조수진 변호사가 국민을 대표할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를 계속 내왔습니다.(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 3월19일 성명 참고) 오늘 오전 11시에도 정치하는엄마들 외 61개 단체가 함께하여 조수진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고,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참여할 계획이었습니다.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기자회견은 취소되었지만, 기자회견에서 낭독하고자 했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앞으로도 남은 과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퇴의 변이 충분하지 않을 뿐더러,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2차 가해한 인물들이 여전히 후보로 등록하였으며, 여성 후보자 공천 비율은 10% 대로 저조합니다. 앞으로도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사건 가해자 시장의 문제와 후보 검증 과정에서의 성평등 부재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주시할 것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오래 전부터 상업화된 성폭력 가해자 변호사 시장을 비판해 왔습니다. 조수진 변호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내용들은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 변호 전문' 변호사들의 전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 변호 전문'을 자처하는 변호사들은 고액의 수임료를 받기 위해,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무죄 또는 감형을 받고 싶어 하는 가해자들의 입맛에 맞춰, 앞장 서서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피해자를 괴롭히며 2차 피해를 유발해왔습니다. 피해자의 과거를 캐고, SNS를 뒤지고, 사생활을 까발리고, 평판을 흠내고, 말 꼬투리를 잡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를 거짓말쟁이, 문란한 여성, 속된 말로 '꽃뱀'으로 몰아가는 것이 '성폭력 가해자 변호 전문' 변호사들의 주된 전략입니다. 때로는 더 많은 수임료를 챙기기 위해 가해자가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 등에 명예훼손, 무고 등 보복성 역고소를 하도록 부추기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성폭력 가해자 변호 전문' 변호사들은 무죄 방면이 어려울 때는 감형이라도 받기 위해 피해자에게 집요하게 합의를 종용하고,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가해자가 피해자 지원단체에 감경 목적 후원을 하거나 형사공탁특례 제도를 악용해 기습공탁을 하도록 조언합니다. 이렇게 돈으로 감형을 산 가해자들은 심지어 판결 선고 후 피해자 지원단체에 후원금 반환을 요청하거나 피해자보다 먼저 공탁금을 회수해가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성폭력 가해자 대신 반성문을 써주는 업체가 있다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성폭력 가해자 변호 전문' 변호사들은 이런 전략으로 얻어낸 이른바 '승소 사례'를 홍보해, 더 많은 성폭력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 '돈만 내면 처벌 받지 않을 수 있다', '운이 나빠서 처벌당했다.'라고 생각하도록 조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폭력 사건 관련 내용과 자료를 공개하고, 가해자 관점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의심, 비난하는 여론을 조성하며, 광범위한 2차 피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미 미투운동을 비롯해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피해자다움'이란 없다고 밝혀졌음에도 잘못된 성폭력 통념을 재확산하고 강화하며 성폭력 피해자에게 다시금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 '성폭력 가해자 변호 전문' 변호사가 수사·재판기관과 우리 사회에 퍼뜨리고 있는 독입니다. 다가올 제22대 국회는 사법 정의와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업이 많습니다. 형법 제297조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해야 합니다. '성폭력 가해자 변호 전문' 변호사들이 '피고인 방어권'을 명목으로 저지르는 심각한 2차 가해를 막고 성폭력 피해자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제도와 예산을 축소하고 지속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하고 있는 현 정부를 견제해야 합니다. 성폭력의 뿌리가 되는 차별과 혐오를 없애기 위해 차별금지/평등법을 제정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시행해야 합니다. 국민을 대표하여 이러한 중차대한 과업을 맡아야 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성폭력 가해자가 더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현했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생각하는 '강간 통념'을 활용하라고 홍보하며 활동해온 '성폭력 가해자 변호 전문' 변호사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구호 외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조수진 변호사는 당장 사퇴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 더불어민주당은 성폭력 공천 멈추고, 성평등 정치 실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