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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기자회견] 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규탄 기자회견
  • 2024-04-30
  • 564

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규탄 기자회견


● 일시 : 2024. 4. 23.(화) 11:00

● 장소 :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 주관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 주최 : 제4차 NAP를 규탄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

● 진행 : 사회 - 박한희(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발언  

1. 장서연(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2. 소주(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HIV/AIDS 인권행동 알)

3. 이태희(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4. 몽(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운동사랑방)

5. 나현필(인권정책대응모임, 국제민주연대)

기자회견문 낭독



#발언1. 장서연(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인권이 실종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거부한다,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된 성소수자 인권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라!

안녕하세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장서연 변호사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은 인권정책에 관한 범국가적 종합계획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국정 과제를 철저히 외면하여 왔습니다. 1차, 2차, 3차 기본계획에서도 성소수자 인권 계획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제4차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성소수자 인권과제를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이제는 시늉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애초에 2023년부터 시행되는 제4차 기본계획을 작년에 수립발표 해야 했지만, 계속 미루다가 지각 발표를 하였고, 초안에 대한 인권단체의 비판과 수정요구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무신경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지개행동은 이미 여러 차례 NAP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최소한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인권법규를 준수하고, 이미 여러 국제인권조약기구가 반복적으로 한국정부에게 권고한 내용들을 국가 인권정책 기본계획에 포함시키라고 요구하였습니다.

1)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적으로 규정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2) 동성커플이 경제적, 사회적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법률 마련, 3)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사건에서 성전환수술, 혼인여부와 관련된 요건 삭제, 4) 건강보험 포함한 트랜스젠더의 의료접근권 보장, 5) 군형법 추행죄 폐지, 6) 다양한 성정체성에 관한 포괄적인 성교육 프로그램 개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은 유엔 국제인권조약기구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권고를 한 사항들입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국제인권규약을 위반하면서 이를 완전히 묵살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법규를 국내법으로 구체화하라는 NAP 목적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소관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한 제4차 기본계획안에서 핵심과제로 삼았던 ‘성소수자 지원체계 강화’에 관한 내용은 법무부 계획안에서 명확한 이유 없이 전부 삭제가 되었습니다. 성소수자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보건복지부가 매년 실시하는 자살정신건강 실태조사에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 항목을 추가하여 성소수자를 정부 정신보건 정책 내에서 가시화하도록 한 것과 위기상황 성소수자에 대한 쉼터 이용 지원 방안 마련과 같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NAP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을 완전히 지워버림으로써 그 악의를 드러내고, 인권을 증진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서 어떠한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을 뿐입니다. 무지개행동은 인권이 실종된 윤석열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단호히 거부하며, 한국정부에게 제대로 된 성소수자 인권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발언 2. 소주(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HIV/AIDS 인권행동 알)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HIV/AIDS인권행동 알에서 활동하는 소주입니다. HIV/AIDS 인권증진의 의지를 찾아보기 힘든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NAP를 규탄합니다.

제4차 NAP에 HIV/AIDS에 관련한 내용은 의료차별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겨우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정부가 HIV감염인이 겪는 의료차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는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HIV감염인 의료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계획으로써 의료인 대상 교육과 대국민 대상 홍보 및 캠페인만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미 진행되어왔던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보완해서 더 강력한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의료차별의 문제는 단순히 어떤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잘못으로 개별적 책임을 묻기만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가 점점 더 사고팔 수 있는 것으로 상품화되며 공공성이 약해지고 있는 보건의료체계가 HIV감염인에 대한 진료거부와 차별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정부는 HIV감염인과 에이즈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와 의료차별의 큰 책임이 국가와 정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잘못을 인정한 후 정부는 소수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차별이 허용되고 방치되는 지금의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HIV감염인 및 에이즈환자가 겪는 인권침해와 차별은 의료기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기업과 일터에서 HIV감염인 노동자는 부당해고와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고, 미등록 HIV감염인과 난민 HIV감염인 등은 치료제에 대한 접근이 너무 어려워 치료 그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여성 HIV감염인에 대한 성적낙인은 중첩되어 곱절로 가해지고, 성소수자와 에이즈에 대한 혐오는 너무나도 견고하게 연결되어 우리 사회의 낙인문제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HIV감염인의 콘돔없는 성행위를 처벌해 HIV감염인을 범죄화하는 에이즈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죄는 아직도 존치되고 있으며, 포괄적 성교육과 차별금지법의 실현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국가와 정부는 법제도적 보완과 구조적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HIV/AIDS에 대한 낙인과 혐오가 구조적/사회적으로 작동하는 지금, HIV감염인 등의 단순히 어떤 집단에게 제공되는 어떠한 ‘서비스’, ‘처우’만 들여다보는 것은 국가적인 인권정책 계획으로서 너무나도 어설프고 무책임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어떤 집단이나 계층이 어떤 구조속에서 그러한 고통을 겪는 것인지를 분석하고 국가와 정부가 직접 자신에게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여 구조적 변화를 꾀해야만 비로소 무려 국가적 인권정책 계획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아닐까 합니다. 지금의 제4차 NAP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될지도 심각하게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정부가 인권정책에 대해 진심을 보이기를 촉구합니다.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으로 인권증진을 위한 행동을 이행하기를 촉구합니다. 국가의 역할과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갉아먹는 권력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우리의 투쟁에 응답해, NAP를 재논의하고 구체적으로 보완하고 강화하여 NAP의 실효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구체적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인권침해와 차별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십시오. 정부의 반성과 성찰없이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발언3. 이태희(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안녕하세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태희 활동가입니다. 

지난 3월 27일,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이 발표되었습니다. 수립과정에서부터 수립시기의 지연, 형식적인 시민사회 간담회의 진행과 ‘여성’세션에 여성가족부의 불참, 성소수자 혐오단체들에게 부여된 과도한 발언권 등 문제가 많았던 이번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내용을 보면서 이 내용이 실질적으로 앞으로의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시키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과제는 누락되었고,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차용되었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그 이름에서 보이다시피 한국의 사이버성폭력/디지털성범죄에 대응하며 사이버성폭력피해자지원을 하는 단체입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이 문제가 젠더폭력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영상 속 신체가 어떤 위치에 존재하는가, 어떻게 소비되고 왜 확산되는가, 이 폭력을 둘러싼 권력구조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이분법적 사고로만 읽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권력구조, 젠더구조를 마주하고 들여다봐야하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는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차용하였습니다. 

앞으로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계획서가 여성폭력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 안에서 어떻게 젠더구조를 없애버리고 있는지 뻔히 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계획 내 여성폭력 대응강화 및 예방환경 조성 파트에서 “권력형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범죄 등 5대 폭력의 여성피해자에게 일어나는 복합적인 폭력피해에 대한 통합지원을 위해 통합 사례관리의 시범사업 추진”이라는 계획 속에 실질적으로 일어난 일은 무엇입니까. 2024 여성가족부의 여성폭력피해자직접지원 예산 삭감과 무분별하게 추진된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들의 통폐합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해온 지역의 상담소가 문을 닫기도하고, 피해자들이 다른 지원기관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혼란이 야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장기적인 로드맵 없이, 현장에서 직접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단체와의 소통 없이 사업의 효율화를 근거로 제시하며 추진된 통폐합에서 우리는 정말 여성폭력피해자의 피해회복과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현 윤석열 정부 하에서의 인권의 퇴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 제5차 전원위원회에서는 일부 위원들의 강한 반대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대한민국 제9차 정부 보고서 심의를 위한 독립보고서(안) 채택>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였습니다. 이 독립보고서는 올해 5월에 있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 심의 과정에서 당사국의 인권 현황에 대한 명확한 정보와 분석, 관점을 제공하여, 위원회 위원들이 인권적 관점으로 사안을 깊이 판단하고, 권고를 함에 있어 중요 참고자료로 기능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독립보고서에 일본군성노예제문제와 차별금지법의 내용이 들어있어 일부 상임위의 반인권적 발언과 함께 통과되지 못한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통과된 보고서에는 결국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촉구 내용은 빠지게 되었습니다. 

현 정권 아래에서 계속해서 젠더구조가 삭제되고, 인권이 후퇴하는 상황들을 목격하면서 개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규탄합니다. 인권도 평등도 없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합니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는 젠더구조 탈정치화 그만 시키고, 성소수자 배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배제 그만하고 성평등 정치 실현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발언4. 몽(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우려, 유감, 규탄. 

윤석열 정부의 제4차 국가인권기본계획과 그에 담긴 정책 기조에 대한 인권시민사회 진영의 우려를 압축하는 단어들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발표된 제3차 NAP에는 평등권 보장을 위해 1) 차별 관련한 국내 법제도를 연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 2) 그리고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다양한 차별금지 사유와 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율함으로써 입법적 공백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차별의 피해를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차별금지법 뿐만 아니라 ’적당히‘와 ’나중에‘로 점철된 3차 NAP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의 ’약속 파산‘을 규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정부의 한계와 과오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등장한 윤석열 정부, 자유, 인권, 법치를 부르지는 윤석열 정부의 인권에 대한 비전과 역량이 이것 뿐입니까? 차별 관련 국내 법・제도 개선하겠지만,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 국회 논의 시, 합리적 의견 제시” 달랑 한 줄로 표현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거의 정지화면처럼 ‘멈춤’ 상태일뿐만 아니라, 무능이 보여줄 수 있는 결과의 최대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인권의 중요힘 축으로서 평등권 실현에 대헤 ‘척’이라도 했던 역대 보수 정권과 비교헤도 퇴행은 뚜렷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법무부 법무자문위원회 산하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법안을 마련하기라도 했습니다. 제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2-2016)에도 차별금지법이 포함됐습니다. 국정과제에 차별금지법을 포함했던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법무부 내 차별금지법 TF 운영를 운영하며 마찬가지로 법안을 논의라도 했습니다. 

국정과제에서도 포함시키지 않고, NAP에서 계획했던 차별금지법에 대해 멈춤 상태로 있었던 문재인 정권을, 지금 윤석열 정부가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침묵으로 자신의 무능을 증명했던 이전 정권보다, 윤석열 정권의 인권 정책은 자유, 인권, 법치를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정운영에 동원하며 왜곡한다는 점에서 기만적이고 더 무능합니다. 제3차 NAP의 내용을 ‘복붙‘하는 기능조차 잃어버린 듯한 모습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약자를 챙기는 것이 자신의 정치라고 망합니다.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최약자층부터 정부가 사각지대 없이 찾아내어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걸 약자복지라고 당당하게 공언랬습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겠다는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은 채로, 시민들이 모이고 말할 집회시위의 권리를 통제한 채로 자유가 증진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권의 폭압을 자유라 부르길 거부합니다. 구조적 성차별이 무엇인지 알기를 거부하고, 평등과 자유가 대치되는 것처럼 취급한 채로 인권 증진이나 약자 복지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권을 ‘챙겨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정권의 권위주의가 바로 인권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목합니다. 법의 지배, 법치는 법으로 국민을 가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를 법의 지배 아래 통제 되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법치가 가장 만저 적용되어야 할 대상이 바로 윤삭열 정부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국가인권기본계획에 포함시키고, 모든 이들이 평등하다는 헌법의 원칙을 실현할 책임, 그리고 이를 어떤 계획으로 해 나갈지에 대한 ‘설명 책임’을 실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깨닫기 바랍니다.





 [기자회견문] 

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인권정책기본계획 규탄한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헌법의 기본권과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국내 이행을 위하여 정부가 수립하는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이다. 1993년 비엔나에서 유엔 주최로 개최된 세계인권회의에서 채택된 비엔나 선언 및 행동계획 각 국에 인권NAP 수립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제1차 계획을 수립한 이래 5년 주기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 및 시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허울뿐인 이름에 불과할뿐, 실질적으로 국가의 인권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오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제1차 및 2차 계획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된 제3차 계획 역시 인권시민사회의 의견을 형식적인 수준에서 반영하고 차별금지법 등 핵심적인 인권의 과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초안에 있던 성소수자, 병력에 대한 항목은 삭제되는 등,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3월 26일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최종안을 발표했다. 5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이번 제4차 계획은 원래 2022년부터 논의되어 2023년부터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1년이나 지연된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인권에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만이 아니다. 지난 해 8월 법무부가 공개한 초안은 ‘성소수자’라는 단어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병력차별의 대표적인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해서도 실질적 대책이 아닌 홍보 캠페인 등 표면적 수준에 그치었다. 

이러한 초안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법무부는 간담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한다 하였다. 그러나 이는 말뿐이었다. 간담회는 제한된 시간 내에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집회시위의 권리 파트에 경찰청이 불참하고, 여성 인권 파트에 여성가족부가 불참하는 등 관련 정부부처의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임신중지 등에 반대하며 혐오를 선동해 온 보수개신교 단체가 시민사회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인권의 원칙에 오히려 반하는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초안보다 더욱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없으며 온라인 혐오표현 대책에 한 단어가 들어있을 뿐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거듭 권고해 온 탈시설에 대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거주시설 장애인 인권 보호라는 역행하는 정책만 들어가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나날이 후퇴하는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경찰과 지자체에 의한 집회의 자유 침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국회의 논의 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는 한 줄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초안에 있던 ‘성평등’이라는 문구가 모두 ‘양성평등’으로 바뀌었다. 성평등이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한다며 성교육을 반대하고 성평등 도서를 공공도서관에서 모두 제외시키려는 보수개신교 단체의 반인권적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비동의간음죄가 없고 디지털성범죄를 여성이 아닌 디지털 시대 인권으로 넣은 초안에 대한 비판은 하나도 수정하지 않은채, 양성평등으로의 후퇴만을 받아들인 최종안은, 정부가 누구의 목소리만을 듣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할 것이다.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우리 정부의 인권정책방향을 제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개된 내용을 보건대, 윤석열 정부의 인권정책방향은 분명하다. 인권과 평등, 존엄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고, 그저 형식적인 과제만을 몇개 내세우고 심지어 혐오에 동조하여 후퇴된 정책을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미 인권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적대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였지만 지금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 의도를 드러낸 것에 인권시민사회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인권정책기본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국회,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규탄하는 바이다.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국무회의를 거쳐 곧 시행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것이 정부의 인권정책을 실질화하는 역할로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정부에 요구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 국가의 인권정책방향을 재논의하고 계획을 다시 수립하라. 이를 위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관한 법률 제정을 포함한 제도개선에 나서라. 정부가 몇 장의 문서로 소수자의 존재를 지운다 해도 존엄한 시민들의 삶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정부가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며 남겨지고 후퇴된 인권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다. 

2024. 4. 23.

제4차 NAP를 규탄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 일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외 44개 단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가족구성권연구소 외 167개 단체)

인권정책대응모임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HIV/AIDS인권행동 알,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가족구성권연구소,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녹색당,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인권교육센터 들, 정치하는엄마들, 진보당 인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