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국가인권위원장이 웬말인가
– 윤석열 대통령은 안창호 국가인위원회 위원장 지명 즉각 철회하라!
8월 12일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신임 국가인권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지난 7월 23일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5명의 후보자를 추천한 사실이 보도된 후, 인권시민사회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특히 지명된 후보자 중 안창호, 김태훈 두 사람은 다른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를 이끌어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으로 인해 규탄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기본적·보편적 인권을 지지하고 보호하며 향상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자리에 가장 부적합한 인물인 안창호 후보자를 최종후보로 지명했다. ‘모든 사람의 존엄, 평등, 자유가 보장되는 인권사회 실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사명을 무력화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인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평등기구의 제도적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운영과 구성의 독립성 보장 ▲충분한 인적, 재정적 지원 ▲사회 다양성 반영 ▲쉬운 접근성이다. 인권시민사회의 투쟁의 결과로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 권력에 휘둘리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고 또 겪고 있지만, 이러한 국제기준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독립기구의 위상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와 원칙만은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요건이 갖추어질 때 한국의 인권정책을 총괄하면서 인권침해 피해자의 권리보호와 예방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한국사회의 인권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미있는 정책 권고를 해 나갈 수 있다. 그렇기에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과 다양성 반영은 기구의 핵심이자 존재의 이유라 할 수 있다.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보자. 과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후보자가 사회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권리를 보호하고, 보편적 인권을 수호하는 독립적 평등기구의 장이 될 자격이 있는가. 안창호 후보자는 기독교 복음적 가치를 구현하고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기 위해 모인 기독 법조인 단체 ‘복음법률가회’를 창립한 인물이다. ‘차별금지법 바로알기 아카데미’에 직접 출연하여 거짓정보를 바탕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선전하는데 앞장서왔다. 본인의 저서에 기록한 성소수자 혐오표현들은 부러 언급하지 않겠다. 그가 국가인권위원장 후보로 지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수자의 권리를 부정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들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상황이 참담할 따름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암흑기라 불리우던 현병철 위원장 시기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없는 인권위’였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이미 김용원, 이충상 두 인권위원이 차별과 혐오 선동에 앞장서는 언행으로 인권위 파행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창호 후보자의 임명은 기존 국가인권위의 운영 원칙마저 위협받을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의 권고 이행을 위해 앞장서야할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표자로서 ‘보편적 평등권’과 제도화를 반대하는 인물을 임명한다는 것은 인권을 퇴행시키는 것을 넘어서, 인권의 핵심 원칙을 아예 삭제하려는 것과 다름 없다.
한국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아직 제정되지 못하였다. 인종차별금지법도 없고, 성소수자 차별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법과 제도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은 십수년째 끊이지 않고 있는 국제사회로부터의 권고,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시민들의 높은 제정 요구로 계속 확인되어 왔다. 이러한 국제적·국내적 요구를 실현하는데 앞장 서는 것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 본연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국가 권력으로부터 최대한 독립성을 유지하며 공공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온 사회적 소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제도영역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것은 전혀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다. 정치가 인권을 외면하며 차별과 불평등에 앞장서 온 시간만큼 국가인권위원회의 고립된 위상 또한 계속되어 왔다. ‘모든 사람의 존엄, 평등, 자유가 보장되는 인권사회 실현’은 국가인권위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새겨야 할 사명이다. 그런데 부끄럼조차 없이 인권의 제도적 보루마저 무너뜨리려 하는가. 안창호 후보는 국가인권위원장이 될 자격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지명 즉각 철회하라.
2024년 8월 1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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