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2024년 10월 5일 <가자지구 집단학살 1년 이스라엘 규탄 전국 집중 행동의 날 :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연대자> 참여 후기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전쟁은 점점 지역을 넓혀가고, 하루하루 날짜를 더해가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살해되고 있습니다. 이런 학살은 미국과 영국 등이 이스라엘을 묵인해주면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무기를 수출하며 이스라엘의 학살과 세계 곳곳의 전쟁에 일조하고 있지요. 그렇기에 이스라엘의 학살을 멈추기 위해서는 각국의 전쟁 중단 요구와 압박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집회와 1인시위가 이어져오고 있었는데요.
자주 참여하지 못해 늘 부채감이 있었는데, 이번 10월 5일 보신각에서 열린 <가자지구 집단학살 1년 이스라엘 규탄 전국 집중 행동의 날 :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연대자> 에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도 참여했습니다.
(판화 찍기 사전부스의 손수건 작품. 올리브 나무를 둘러싼 사람들이 있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라고 쓰여진 천을 새들이 양쪽에서 물고 있다. | 사진_스튜디오알)
(집회 사전 캠페인의 일부로 종이에 “가자지구에서 살해당한 주민 중 1세 미만 아기 710명의 명단입니다. 아기들의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아기들의 이름을 한글 혹은 아람어로 적어 현수막 테두리에 달아주세요”라고 쓰여있다 | 사진_수수)
집회는 한국어, 영어, 아랍어로 순차통역되어 진행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서안지구, 한국 서울, 순천, 부산 등 각 지역에서 온 참여자들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지역뿐 아니라 평화운동, 퀴어운동, 장애운동 등 각 운동 영역에서도 연대의 의미를 확장하고 다지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동은 활동가가 발언문을 꼼꼼히 듣고, 요약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영아 활동가는 지난 1년동안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국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세계,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국가를 세계 강국들이 옹호하는 세계,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지켜보면서도 중동 전역으로 확전을 시도하는 이스라엘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세계”를 목격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부정의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수많은 투쟁들에 힘입어 유엔총회가 이스라엘의 불범 점령을 12개월 내에 종식하라는 결의안이 채택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주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결의안에 비록 기권하였지만 회원국으로서 ‘이스라엘의 불법 행위를 유지하는 데 지원하지 말고,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을 수입 금지하고,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사용될 우려가 있는 무기나 탄약, 관련 장비를 제공하거나 이전’하지 말아야한다는 결의안을 즉시 이행해야 하고, 시민사회도 이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자는 제안으로 발언 마무리 되었습니다.
퀴어팔레스타인연대 활동가 타리는 지난 1년간의 집단학살과 그에 맞선 저항이 퀴어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활동가로서 자신의 삶도 변화시켰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퀴어의 이름이 인간다움을 부정당하고, 생존권이 박탈되고, 죽음을 애도받지 못하는 상황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구성됨을 기억할 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집단적 학살, 피해자에 대한 애도가 가로막혀있는 현재의 상황은 팔레스타인 해방과 퀴어 해방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사는,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지금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 것일까 동료들과 어떤 공부를 해야할까 생각에 잠기게 하는 발언들이었습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연대자’ 무대 배경 앞에 세 사람이 서 있다. 발언과 통역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 사진_스튜디오알)
행진 구호는 주로 한국어와 영어로 이어졌어요. 행진을 하며 Leve Palestina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노래도 배우고요. 행진을 하면서 내가 밖으로 내뱉는 소리에 이렇게 열심히 집중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음도 언어도 계속 바뀌다보니…
(Leve Palestina 악보)
명동 거리를 지나며 Free Free Palestine 을 외칠 때 많은 외국인들이 호응해주던 기억이 납니다.
이스라엘의 학살이 1년째 이어지며, 각국에서 다양한 반전시위와 팔레스타인 해방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는 이번에 자본주의 시대의 사랑에 대한 많은 연구 저서를 집필한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팔레스타인 해방 시위를 비난하고 “하마스의 공격은 의도적인 ‘극악무도한 범죄’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은 의도되지 않은 ‘부수적 피해’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을요. 이스라엘이 죽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숫자는 하마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납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지구를 계속 폭격하고 있기도 합니다. 많은 여성, 아동, 퀴어, 장애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성학 공부를 할 때에도 에바 일루즈의 저서를 참고하기도 했었는데요. 사회 구조를 올바르게 살피고 분석해내야 하는 학자들도 이스라엘의 전쟁을 올바르게 비판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혼란스러운 마음입니다.
( 행진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깃발이 많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 올해로 76년 - 더는 계속되선 안 되다’ 라고 쓰여 있다 | 사진_스튜디오알)
그렇기에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을 비판하는 더 많은 목소리가 자리하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일지 이번 집회의 사전 부스에는 BDS 움직임에 함께하는 여러 작가들의 책이 전시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저도 아테프 아부 사이프의 <집단학살 일기 - 가자에서 보낸 85일> 를 읽는 중이라 책이 놓여있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전 세계가 우리 땅을 알고 있고, 투쟁을 알고 있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이 전달하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수수와 동은이 썼습니다.
10.5 전국집중행동의 날 발언문과 사진 보러 가기 (링크 클릭: https://platformc.notion.site/10-5-9eec32ee22dc4ff59c8b8d1faaf92404 )
10.5 전국집중행동의 날 결의문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1년.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본격화한 지 1년이 흘렀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미국산 무기에 아기들의 몸이 산산이 조각나는 것을 보았다. 백기를 든 민간인이 즉결 처형당하는 것을 보았다. 점령군의 대피 명령에 따른 피난민의 행렬이 폭격당하는 것을 보았다. 병원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점령군이 지정한 ‘안전 구역’의 막사에서, 피난민들이 산 채로 불태워지고, 환자 곁을 지키던 의료진이, 진상을 알리던 기자가, 구호품을 전달하던 유엔 직원이 몰살당하는 것을 보았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절멸 수용소’로 만들어 총인구의 2퍼센트를 체계적으로 말살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도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포화 속에 기아와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구호품을 기다리다 살해되고 구호품에 깔려 살해되었다. 작년 10월 7일 직후 이스라엘은 16년 동안 이어온 가자지구 봉쇄를 전면화했고, 가자지구 주민을 ‘인간 동물’이라 부르며 물과 음식, 의약품, 전기, 연료의 반입을 차단했다. 혼자 살아남아 마취제 없이 절단 수술을 받은 아동들은 돌아갈 집이 없고, 이스라엘의 강제 대피 명령에 따라 이동할 수 없는 환자, 장애인, 노인 들은 벌거벗겨진 채 이스라엘 내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고문당하고, 강간당하고,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 정치가들이 폐허 위를 뒤덮을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구상하고, 이스라엘 병사들이 가자 주민의 씨를 말리겠다며 노래하며 춤추는 동안 가짜 뉴스는 집단학살에 끊임없이 서사를 부여하고, 이스라엘은 또 다른 불법 점령지인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서 인종청소의 강도를 높이며 영토 강제 병합의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공모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무기의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자국 시민들을 가두고 처벌했다. 지난 1년간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지켜보면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막는 데 실패했고,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중동 지역으로의 확전 시도도 막지 못했다.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부터 헤즈볼라를 핑계로 레바논 남부와 동부를 폭격한 이스라엘은 9월 29일 전후로 단 24시간 동안 가자, 레바논, 예멘, 시리아를 폭격하고, 9월 30일 레바논을 전면 침공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란과 전쟁을 벌이겠다며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투쟁은 분명 흐름을 바꾸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여전히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이 곧 저항이라 외치고, 난민들은 식민 지배 76년을 넘긴 지금도 고향 땅으로 반드시 돌아가리라 다짐한다. 새로운 세대는 폭압에 굴함 없이 저항을 이어받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세계의 위선과 이중 잣대를 드러내고 부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의 학생들은 대학에 집단학살과 식민 지배에의 공모 중단을 요구하며 캠퍼스를 점거하고, 노동자들은 이스라엘로 가는 배에 선적을 거부하고 출항을 막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대가 요르단강부터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외치며 거리를 메우고 있다. 이런 팔레스타인 투쟁에 대한 연대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 명령을 내리도록,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 전쟁범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하도록 추동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이 단지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을 1년 내에 중단하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국에 이스라엘 제재 의무를 부과하도록 만들었다. 느리고 더디지만, 시온주의 식민제국 이스라엘은 분명 고립되고 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흐름에 함께 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군사점령을, 식민 지배를 종식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되었다. 이제 1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더 강력한 연대로 팔레스타인 해방을 앞당길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포괄적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하도록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이며, 한국 기업의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기업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를 ‘정상화’하려 드는 모든 워싱을 거부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되찾을 때까지, 모든 난민이 금지된 고향 땅으로 돌아갈 때까지, 우리는 팔레스타인과 함께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2024년 10월 5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