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국가인권위원회, 이대로는 아니다.
상임위원 동반사퇴까지 불러온 현병철 위원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지난 1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은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몰이해와 독단적, 파행적 운영을 이유로 동반 사퇴하였다.
그간 여성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인권단체들은 현병철 위원장 취임이후 악화되어온 인권위의 독립성훼손과 인권 몰이해 등에 비판해왔다. 하지만 대화와 소통에조차 무능한 현병철 위원장은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결국 지금과 같은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현병철 위원장은 지난 전원위원회(25일)에서 상임위원회 권한을 축소하고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운영규칙 개정안을 긴급 상정한 것뿐만 아니라 두 달간 전원위원회를 개회하지 않는 등 위원들의 권한을 무력화시키고 위원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이 국회에서 인권위원회가 행정부 소속이라며 독립성 훼손 발언을 하는 등 인권위 무력화를 자행했다. 더구나 인권위가 그동안 '인권'을 기준으로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들을 못 본 척 한 것은 인권위의 기능을 망각한 처사이다.
두 상임위원이 사퇴를 표명할 정도로 인권위는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인권위를 똑바로 세우기 위한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조차 힘을 잃어버린 현재의 인권위에 과연 우리의 인권 문제를 맡길 수 있겠는가. ‘독재라고 해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인권위원장에게 과연 어떤 인권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인권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후퇴하고 있는 인권위의 이 같은 사태는 더 이상 인권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면한 가장 심각한 인권문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인권위가 차별과 폭력 등 수많은 여성인권사안을 무시한 채 인권위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그 피해는 오롯이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하다.
인권위는 인권을 침해당하고 차별받는 국민들의 요구와 힘으로 만들어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설치한 정부로 부터 독립적인 인권기구이다. 그러나 현재 인권위는 설립목적을 잊은 채, 정부 눈치만 보느라 급급할 뿐이다.
여성단체들은 인권을 옹호하고 인권을 바로 세울 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회를 요구한다. 이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현병철 위원장은 현재까지의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라!
2010.11.02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