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윤석열 퇴진!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내란범들은 가고 임신중지 권리보장 오라”
3월 5일(수) 오후 7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윤석열 퇴진!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내란범들은 가고, 임신중지 권리보장 오라!> 집회를 열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포함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에서 주최한 집회로, 이날 집회에는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보장을 촉구하는 시민 200여 명이 모였습니다.
3.8 여성의 날 이전 열리는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에서 인구정책의 도구로 여성을 재생산 도구로 몰아넣는 사회를 비판하고, 2019년 형법상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 임신중지가 비범죄화 된 지 4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임신중지 권리를 요구하기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참여자들은 정부가 ‘입법 공백’을 핑계로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을 비판하며 유산유도제 도입, 임신중지와 관련한 의료행위 건강보험 적용, 권리보장을 위한 법. 제도 구축 등을 외쳤습니다.
수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한 본 집회에서는 플랫폼C 민희 활동가의 진행으로 집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현장을 담은 발언을 전합니다.
● 발언1.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저에게는 활동하면서 계속 마음 한켠에서 나침반이 되어주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던 날에도, 기자회견에서 이 사람을 가장 먼저 언급했었는데요,
그녀는 2012년 8월에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합헌결정이 나온지 3개월 후인 그해 11월에 임신중지 시술을 받던 중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에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국가는 공익인 태아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반면,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은 사익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실은 어땠을까요. 당시 19세였던 이 여성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후에야 임신 사실을 말할 수 있었고, 낙태 병원 단속 강화로 병원을 찾기가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임신 23주 차에 한 병원에서 현금 650만 원을 내고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수술 도중 자궁천공으로 과다 출혈이 발생했지만, 의사는 처벌이 두려워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환자를 방치했습니다.
그 이후 다시 본격적인 ‘낙태죄’ 폐지 운동이 시작된 것이 박근혜 탄핵 시기와 맞물렸던 2016년이었습니다. 그 때 우리는 과장에서 박근혜를 탄핵하고 낙태죄도 폐지하자고 외쳤습니다. 우리가 외쳤던 대로, 박근혜도 탄핵되었고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각종 조건을 덧붙여 권리를 더 제약하는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그 이후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는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국회는 모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2012년의 죽음을 생각합니다. 그 죽음은 단지 의사의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낙태죄의 존재가 그 자체로 다른 모든 것의 원인이었지만 단지 법적 처벌의 존재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혼자서는 안전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도 없고, 보호자와 함께 가지 않으면 자신의 삶과 건강에 대한 결정을 존중받을 수 없는 현실, 청소년의 임신출산에 대한 낙인과 비난이 모두 그 죽음의 원인으로 존재했습니다. 2012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현금으로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병원들이 부지기수이고, 임신 초기에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약은 아직도 멀리에만 있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여전히 임신중지의 시기를 늦어지게 만듭니다. 가난하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 수많은 청소년, 이주민, 난민, 불안정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전한 임신중지의 권리도, 임신과 출산, 양육을 보장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등하게, 포괄적이고 보편적으로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이 모든 상황에 얽혀 있는 불평등과 부정의를 함께 바꾸자는 요구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조건이 바뀌지 않는 세상은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세상입니다.
윤석열 탄핵 이후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그 변화는 우리가 계속해서 요구하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배제되고, 우리의 삶이 그저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다뤄지는 세상을 이제는 바꾸어야 합니다. 저는 그저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 세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의 변화로 계속 이어나가는 산 자들의 한 걸음을 원합니다. 오늘 모인 우리가 그 걸음을 계속 이어가 봅시다. 투쟁!
● 발언2. 도도(한국여성의전화)
1990년대 대구의 극단적인 출생성비 불균형을 언급하며, “저는 아주 근접한 시기에 대구에서 태어난 삼남매의 막내딸 입니다.”, “어머니는 저를 임신하였을 때, 여성의 성적 재생산권을 사회에 의해 선택적으로 제약받았습니다.”, “더는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을 가로막는 폭력과 강압, 차별을 두고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자리에서 함께 모두, 그리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이들과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 공연1. 싱어송라이터 예람
● 발언3. 시민자유발언 의사 최예훈
2009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로 임신중지 시술이 어려웠던 기억을 설명하며, “임신중지는 그 자체가 위험하거나 절대 허용해선 안 되는 의료행위였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치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이 정당한 의료서비스를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통제하고 금지해 왔습니다.”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임신중지는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되어버”리며, “임신중지를 단순히 의료서비스 제도의 허용 여부가 아니라 재생산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라고 발언하였습니다.
● 발언4.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한국 정부의 인구정책이 출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인해 예정에는 기혼여성이든 비혼여성이든 임신중지는 정말 흔한 일이었다는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정책은 정부가 여성의 권리를 인정해서가 아닙니다. 출산 제한, 즉 출생률을 줄이는 게 정부의 방향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떤 포스터에는 1975년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해라는 문구가 들어간 홍보물도 있기는 했지만 출산 제한 정책의 일환일 뿐이었습니다. 낙태죄 조항은 여전히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나아졌습니까. 2014년 낙태죄가 없어져 처벌은 안 받지만 임신중지를 권리로서 보장하는 정책은 아직도 없습니다. 오히려 인구가 줄어드니 여성을 임신 출생의 수단으로 만드는 정부 정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여성을 인구정책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국가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 필요에 따라 애를 낳으라 마라 마음대로 할 것입니다. 국가는 우리의 재생산권리를 보장하십시오, 낳을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합니다.”라고 발언하였습니다.
● 발언5. 이보배(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여성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임신중지를 시도하였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면서 임신중지를 선택하거나 임신 중지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여기서 누구나 안전하게 임신 중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이 자리에 섰나요? 기술이 부족해서인가요?
아닙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바로 국가와 사회가 우리에게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권리를 뺏어 가서 그런 것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임신중지약 미프진은 개발되는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년 전부터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할 정도로 아주 오랫동안 검증되고 보편화된 임신중지 약물입니다. 현재 전세계 100개 국가에서 이 약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미프진 도입을 막고 있습니다. 왜 막고 있을까요?
안전성 문제가 아닙니다.
식약처는 유산유도제 도입을 하지 않는 이유로 입법공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식약처는 혹시 모를 미래에 낙태죄가 부활할 텐데, 그 낙태죄에서 가능한 임신중지 허용 주수가 약이 허가하는 허용 주수보다 짧으면 약이 불법이 될까 봐 약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누가 분노하지 않을까요?
그 뻔뻔한 식약처장은 윤석열 정부하에 지난 3년 동안 그렇게 유산유도제 도입을 막아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 도입된 피임약은 당시 여성들이 성억압과 임신공포를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쟁취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에서 미프진의 도입이 우리 모두가 그토록 원했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되찾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공연1. 일곱빛깔무지개 합창단(장애여성공감)
● 발언6. 시민자유발언 가희
공장식 축산이 이윤을 위해 생명을 착취하듯이 여성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 많은 생산을 위한 기계로 착취된다고 언급하며, “여성의 해방이 비인간 동물의 해방 없이 완결될 수 없으며, 비인간 동물의 해방 또한 여성 해방 없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3.8 세계여성의 날에 참여하고 투쟁”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 발언7. 리나(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트렌스젠더는 법적 성별 등으로 재생산 관련 의료의 건강보험에서 적용을 거부당하고, 의료기관 도움 없이 임신중지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여성을 위한 임신중지 클리닉에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론장에서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발언하였습니다.
○ 행진: 마로니에공원→종로5가→종로3가→탑골공원
참여자들은 “내란범들 어서 가고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 보장하라” 안전한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승인하라” “장애여성에게도, 청소년에게도, 이주민 난민에게도, 성소수자에게도, 홈리스에게도, 성노동자에게도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 구호
-윤석열은/내란범들 감옥으로, 임신중지는 건강보험으로!
-안전한 임신중지가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
-안전한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승인하라!
-식약처는 빨리빨리 임신중지약 승인해라!
-장애여성에게/청소년에게/이주민난민에게/성소수자에게/홈리스에게/성노동자에게/여성노동자에/비혼 여성에게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하라!
-모자보건법 전부 개정하라
-성재생산권리보장 기본법 제정하라
○ 주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당, 녹색당,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서울여성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여성공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탁틴내일,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플랫폼C,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홈리스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