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올해 5월 17일은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이 죽음이 여성혐오에 의한 것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라며 광장에 모였고 강남역은 여성들의 포스트잇으로 가득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에 공동주최로 함께 하며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날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성살해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광장에 다시 모였습니다.

많은 연대단체, 연대자들의 발언과 공연이 진행되고 참가자들의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 낭독을 통해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한 건의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성차별 구조가 만들어낸 예고된 비극”이지만, “강남역 이후 여성들은 여성폭력을 개인의 불운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드러내고, 스토킹처벌법 강화와 디지털 성범죄 대응 등 사회 변화를 만들어왔다”고 말하며 “강남역을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성차별과 여성폭력에 맞선 행동을 이어가는 일”이고 “여성폭력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다시 모이고, 외치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단 없는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결심을 다졌습니다. 그리고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로 위에서 여성폭력 피해자들에 연대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담은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래는 집회에서 발언한 한국성폭력상담소 유랑 활동가의 발언입니다.
2016년, 거리에 모인 여성들은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 명백한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이었다고 외쳤습니다. 포스트잇의 물결과 함께 사건에 이름을 붙인 과정은 곧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고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투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국가는 이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출근길, 학교 앞, 공원과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모르는 남자들 또는 친밀한 관계의 남자들에 의해서 살해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는 여전히 ”묻지마 살인”, “이상동기 범죄”라는 말로 본질을 가리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페미사이드의 본질은 여성혐오입니다. 이 배경에는 남성으로서의 의미를 얻는 실천인 남성성이 있습니다. 연애. 결혼. 취업 등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성’기준에서 벗어나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 구조를 바꾸는 대신 여성과 소수자를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하면서 남성으로서의 권력을 주장하는 것. 이것이 여성혐오의 작동 방식입니다. 국가는 폭주하는 남성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성차별과 동의 없는 성폭력 문화가 어떻게 여성폭력으로 이어지는지, 온라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여성혐오를 부추기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정부는 사회구조적인 분석이 결여되어 있는 ‘역차별’ 담론에 발맞춰 남성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누가 차별과 혐오로 죽음에 이르는지 분석하고 성차별 해결에 집중해야 합니다. 여성혐오 살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를 구축해야합니다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페미사이드의 범죄 동기로서 파악해야 합니다. 얼마 전, 한 10대 여성이 학교 앞에서 살해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오랜 기간 다른 여성을 스토킹한 남성이었고 스토킹 피해자에게 성폭력과 폭행을 가한 이후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했습니다. 이 사건 또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었던, 여성혐오에 의한 살해였습니다. 10년 전, 강남역에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었듯이 이번에는 피해자 또래 청소년들이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에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여성혐오 때문에 여성이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됩니다. 폭력의 ‘연쇄’를 끊어내기 위해 국가는 반드시 여성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응답해야 합니다.
구호를 외치며 마무리하려고합니다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성혐오다, 국가는 여성 폭력, 페미사이드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