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전쟁위기 해소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여성평화선언
“우리는 평화를 희망한다.”
식민지, 분단, 전쟁으로 점철된 20세기를 끝내고 평화와 화해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던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의 희망은 사라졌습니다. 철도를 타고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자던 말도 공염불로 사라졌습니다. 금강산에 올라 우리의 명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환성을 지르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북이 함께 생산한 옷을 만지며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기뻐하던 그 때가 먼 추억으로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우리에게 깊은 우려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말의 전쟁, 북한의 핵실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한미 키 리졸브 훈련과 미국의 B-52, 스텔스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 과시, 개성공단 중단 등 그 어느 때보다 위험지수가 높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대화시도가 시작되고 있지만 언제 대화가 시작될 지 상황은 모호하기만 합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은 정전체제의 불안전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북 불신과 합의 위반의 악순환이 전쟁으로 쉽게 치달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더 이상 한반도가 또 다른 전쟁터가 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 행위에 반대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일관되고 끈기있게 발언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여성의 안전과 평화는 물론 향상된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형성과 비핵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한국정부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여야 합니다. 4월 11일에 이루어진 한국정부의 대북 대화제의를 환영합니다. 한번의 대화제의로 뿌리깊은 남북 사이에 불신이 해소될 수는 없습니다. 신뢰를 쌓는 과정은 인내와 장기적 관점을 요구합니다. 한반도 정전체제하에서 남북 간의 차이는 확대되고 소통이 제한되어 불신의 골은 깊습니다. 남북의 불신을 해소하고 평화체제로 만드는 과정은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지속적인 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요청드립니다.
2.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 전환과 비핵화를 위해 직접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핵군축평화회담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전제조건으로 대화할 것이 아니라 협상테이블에서 두 가지 의제를 함께 논의할 것을 촉구합니다. 미국과 북한의 요구가 동시적으로 수용되어야 대화의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3. 개성공단은 하루속히 재개되어야 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며 군사지역이 평화지역으로 전환한 곳입니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중소기업인의 이익 뿐 만 아니라 북한주민과 여성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는 남북 경제협력이 남북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북한당국은 개성공단 사업을 하루속히 재개하기를 바랍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이 재개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4. 남북과 한반도 주변국들의 군사력 강화를 반대합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반도 주변의 군사훈련이 증가하고 군사비 지출과 군사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군사훈련과 미사일 발사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남북 뿐 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군사력 증강이 아니라 외교와 문화경제학술 교류를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5. 우리 여성들은 전쟁과 핵공포가 없는 한반도를 추진하기 위하여 평화와 화해의 주체로서 평화교육과 통일운동을 폭넓게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남북 상호 이해와 존중, 상생과 통합, 협력과 평화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지속적인 훈련과 교육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것입니다.
시민여러분, 한반도 전쟁위기와 평화정착을 위해 평화적 감수성을 갖고 반전평화활동에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전쟁 반대 한마디가 정부를 분쟁의 당사자에서 평화형성의 주체로 전환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는 바로 여러분의 행동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남북 화해와 평화가 가능하다고 믿고 실천에 옮길 때 남북의 평화와 협력은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2013년이 외세에 의해 강요된 분단을 극복하고, 항구적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 길에 우리 여성들은 함께 할 것입니다.
2013. 4. 16
전쟁위기 해소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여성평화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