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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몰이해로 인권침해적 병역처분을 내리는 병무청을 규탄한다!
  • 2014-07-31
  • 3744
 < 기자회견문 >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몰이해로

인권침해적 병역처분을 내리는 병무청을 규탄한다!

 

 
2014년 6월 14일 서울지방병무청은 성주체성장애 판정으로 2005년 병역감면을 받은 바 있는 트랜스젠더 A씨에게 병역면제취소를 통보하였다. 병무청으로부터 제2국민역 병역처분을 받은 지 10년이 지난 후인 지금, A씨는 징병신체검사를 다시 받아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지방병무청은 올해 초 별도의 병역기피사건을 수사하던 중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였다. 그 후, 서울병무청은 본인에게는 제대로 고지하지도 않은 채 병역기피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A씨를 재차 조사한 바 있다. 이 건에 대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는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방병무청장은 공소시효의 도과로 형사책임이 소멸되었을 뿐 5급 제2국민역 처분의 부당함까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A씨의 5급 제2국민역 처분을 취소한다고 통지하였다. 그리고 A씨의 소명자료에도 불구하고 성주체성장애로 인한 병역감면은 수술 등으로 여성화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며 A씨의 병역면제를 취소하고 재차 징병신체검사 출석요구를 통지하였다.
 
A씨의 경우처럼 병무청은 객관적 증명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며 병역처분과 관련하여 트랜스젠더에게 인권침해를 자행해왔다. 징병신체검사 때 군의관이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 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성기 노출을 요구하는 경우, 수술 여부를 판가름하겠다며 나체 사진을 첨부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이성에게 성적으로 끌린다는 사실을 증명해보라는 요구 등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숱한 인권침해의 늪을 헤치고 나가야만 한다.
 
더군다나 과거에는 호르몬요법과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로 mtf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역면제처분이 이뤄졌던 반면, 최근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는 병무청이 "성주체성장애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비가역적인 의료 조치, 대표적으로는 고환적출술 등을 징병신체검사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병무청의 행태는 트랜스젠더의 실질적인 삶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자의적이고 인권침해적이기까지 하다. 고환적출술을 받아야만 성주체성장애로서의 병역면제가 가능하다는 식의 관점은, 트랜스젠더 개개인들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현저히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의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당하고 위헌적인 조치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 모든 인권침해적 병역처분의 관행 밑에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병역기피자로 낙인을 찍으면서 이를 규제/검열/처벌해야만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트랜스젠더를 상대로 병역기피 적발의 건수를 손쉽게 늘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지난 7월 11일 대전지방법원에서도 호르몬요법을 받았고 성주체성장애 진단이 있었던 트랜스젠더를 병역기피혐의로 기소한 사건에서 1심에 이서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었는데, 최근 이처럼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병무청의 의도에 대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호르몬 투여와 외과적 수술 등 의료적 조치를 이미 받았는가 여부는 그 사람이 트랜스젠더임을 확증해 주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모든 트랜스젠더가 호르몬 투여와 수술을 비롯한 의료적 조치를 반드시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료적 조치의 결과는 병역면제처분으로 귀결될 수는 있을지언정 병역면제처분을 위한 필수조건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랜스젠더를 잠재적인 병역기피자로 혐의를 둔 채로 비수술 트랜스젠더/ 호르몬 투여 중인 트랜스젠더/ 생식능력 제거까지 이행한 트랜스젠더 등 의료적 조치를 어디까지 행하였는가로 암묵적인 등급을 나누면서, 비가역적 신체 훼손에 준하는 의료적 조치를 기준 삼아 그들이 진짜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를 입증할 것을 강제하는 현재 병무청의 입장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은 트랜스젠더 병역처분 관련하여 관행처럼 이뤄져 오던 많은 문제점이 가시화된 사례 중 하나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자의적 판단 기준을 근거로 A씨에게 병역면제처분을 취소함으로써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병무청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병무청은 인권침해적인 A씨에 대한 병역면제취소처분을 즉시 철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병무청은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해 몰이해적이고 자의적인 병역 처분을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이뤄지고 있고 점차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트랜스젠더(성주체성장애)를 타깃으로 삼는 인권침해적인 병역 수사를 중단하고 트랜스젠더에게 병역기피의 낙인찍기를 중단해야만 할 것이다.

 

2014년 7월 23일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 트랜스젠더 인권지지기반 구축 프로젝트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기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