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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일 터져나오는 운동사회 내 성폭력,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강간치사 사건을 보면서 한국사회에서 ‘성폭력’ 발생 및 대처에 대한 다양한 논쟁들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에도 대구 초등학교 성폭력사건, 다리촬영 무죄판결 건, 어린이 성폭력에 대한 국가책임 등과 같은 사건이 존재했다. 언론에 집중 보도된 성폭력사건 뿐만이 아니라 본 상담소에 접수된 다양한 일상의 성폭력 사례들을 살펴보면 성폭력의 발생은 일정한 유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2008년 상담을 통해 주요하게 다루어져야할 이슈를 살펴보고, 이후 구체적인 상담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성폭력상담의 동향

 

1) 무고죄, 명예훼손과 같은 가해자측 역고소에 대한 대책마련 시급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상담 사례에서 피해자가 무고, 명예훼손의 가해자로 역고소되는 사례가 10건 내외로 꾸준한 비율을 차지하였다. 이전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복의 의미로 무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에 비해 2008년에는 검사가 무고죄로 인지수사를 하는 경우도 2건을 차지했다. 보통 명예훼손의 경우 벌금형이 내려지지만 무고죄의 경우 ‘죄질이 나쁜 범죄’로 취급되기 때문에 벌금형의 경우 벌금이 높고, 실형을 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벌금형의 경우 피해자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여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무죄가 입증되었지만, 재판출석 및 형 가중에 대한 불안감으로 재판을 청구하지 못하는 피해자도 있었다. 검찰단계에서 사건 담당검사에게 ‘무고죄’로 인지수사가 개시될 경우 피해자의 ‘진실’은 입증받기가 어렵다. 특히 성폭력사건의 경우 금전을 목적으로 한 고소로 고소동기가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특히 무고죄는 ‘내심의 범죄’로 ‘어떠한 의도로 고소를 하게 되었는가’가 판결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의 잣대가 철저하게 조사관들의 성폭력피해자들에 대한 통념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본 상담소에서는 성폭력사건의 수사/재판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데 여전히 피해자의 성력, 직업, 행실 등이 중요한 판단자료가 됨을 알 수 있었다. 수사/재판과정에서 2차피해를 줄여나가기 위한 경찰․검찰․재판부의 인식개선과 실제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2) ‘가해자측 합의종용’ 2차피해 심각, 친고죄 폐지되어야

 

스토킹 피해가 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고소 이후 가해자측의 위협으로부터 시달리면서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조명되었다. 스토킹뿐만 아니라 성폭력 피해의 경우 고소 이후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들을 괴롭히는 사례가 상당히 늘고 있다. 이는 피해자의 정서적 안정을 저해하고 직장생활과 같은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는데, 전화, 메일, 우편, 문자와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피해자를 괴롭히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가해자측이 선처 및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사실을 외부로 알리기를 원치 않는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에게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알리고, 가해자와의 관계를 폭로하고, 집과 회사로 찾아와 애걸하고, 매일 사죄의 편지를 보내고, 보복하겠다는 협박을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합의종용의 2차가해에 대해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합의종용과 같은 괴롭힘에 대해 민사소송,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지만 재판을 위한 시간과 비용 및 합의종용 중지와 같은 효과성의 측면에서 볼 때 실익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거주지를 옮기는 등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가해자가 집앞에 찾아와서 애걸하고 호소하는 등의 행위는 ‘가해자의 성의, 반성을 위한 노력’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최근 피해자가 합의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경우, 지속적인 가해자의 합의종용은 2차가해로 피해자의 회복을 막는다는 취지의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이처럼 피해자의 합의의사가 없는 경우,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것이 판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개선 및 법조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친고죄 폐지를 위한 다각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성폭력범죄가 친고죄인 이유는 ‘성폭력피해자의 명예보호 및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서이지만 현실에서 피해자의 주거지노출, 사회활동 방해 등 피해자의 사생활 침해 및 명예훼손의 위험에 계속적으로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 모르는 사람에 의한 단회피해가 아닌, 아는 사람에 의한 지속피해가 더 많아

 

언론에 보도되는 성폭력관련 사건은 자극적이고 잔인하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인 것처럼 묘사된다. 따라서 주 피해자인 여성 일반은 밤길을 조심해야 하고, 모르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는 성폭력발생 예방 팁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1991년부터 2008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의 성폭력발생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살펴볼 때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80%를 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표 1>과 같이 2008년 1회 발생한 일시적 피해는 45.7%이며 이를 제외한 17.9%는 1개월부터 3년이상의 다수회이면서 높은 지속율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의 요구 또한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표 2>와 같이 2006년, 2007년에 법적지원이 절반을 넘는 높은 비율을 보였다면, 피해자의 제도적·비제도적 대응방안을 문의하는 상담이 25%이상 높은 수치가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본 상담소는 이와 같은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여전히 사회에 뿌리깊은 남성중심적이고 성차별적 사회문화 및 통념에 근거하여, 가까운 관계에서 권력관계에 따른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인식 및 개선의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성폭력의 발생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앞으로의 활동의 지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