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첫 작은말하기 공간이 열렸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셨는데, 공간과 시간의제약으로 부득이하게 모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씀을 다시한번 전합니다. 저 또한 또 다시 참여자로, 담당자로 작은말하기 공간에 참여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 편안함과 재미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말하기를 하고난 후의 긴장감을 푸는 말하기 이후의 시간도
참여자들 모두에겐 너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기를 하고난 후 달가루와 보짱이 자신의 이야기들을 보내왔습니다.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작은말하기 담당자|이어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글쓰기에서의 어려움은 항상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도 역시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그 문제의 해결과 끝은 과연 오게 될지... 같은 마음과 같은 생각이 겹쳐지며 저를 또 두렵게 했습니다.
작은 말하기에 참석할 때도 같은 경험이었지요. 발걸음을 앞으로 놓아야 할지...... 발걸음을 뒤로 놓아야 할지......... 작은 말하기에 참석해서 너무 뒤로 놓아버린 발걸음을 다시 앞으로 가져 놓았을 때..... 오히려 발을 헛딛고 넘어지거나 또 다른 상처에 가슴 아파하며 시간을 허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보짱님과 어진님 그리고 세영님 민초님 제 옆자리에 앉으셨던 캣츠아이님 그리고 여러 회원님들께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풀어내신 것처럼 그런 소소한 마음들이 저의 마음과 부딪쳐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을 때 무거운 마음과 복잡한 머릿속을 살살 풀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말을 시작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가장 솔직한 언어, 울음과 흐느낌으로 시작한 말들이 ... 그리고 두서없이 말을 이어가지만..... 그 말들이 서로 부딪혀 울림으로 다가왔던.. 그리고 가슴을 울리고 서로의 마음을 울렸던.... 참으로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저에게 있어 작은 말하기는 또 다른 시작인 것 같습니다. 전 성폭력을 당한 것은 자랑이 아니지만 또 그렇게 혼자가 되어서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면서 숨길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서 식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잘 쓴 후기도 아닌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그 때 좋은 시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고 또 감사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날. 설레임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소원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작은말하기 참여자|달가루
작은말하기와 나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의 말하기대회에 말하기 참가자로 나서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호기심 반, 걱정 반인 상태에서 작은말하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된 작은말하기에 참가했던 나의 물음은 ‘왜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 분노는 사라지지 않는가?’였다. 그렇게 작은말하기와 맺게된 나의 인연은 어느새 작은말하기의 터주대감으로, 3회 작은말하기의 첫 사회자로 이어졌다.
한 해의 처음인 4월의 작은말하기는 언제나 몇 달간의 공백이 가져오는 긴장감과 어수선함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 작은말하기에도 역시 그러했다. 오랫동안 작은말하기에 참가했음에도 사회를 봐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될지 걱정했는데, 작은말하기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각자 물흐르듯이 자신의 위치에서 입을 열였다.
“제가 어릴 때 너무 건강하지 않았다”는 한 참가자의 고백에, “아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건강한 결정이었다”라는 지지가 이어지기도 하고, 각자가 오랜 침묵의 세월의 견뎌내고 어떻게 입을 열게 되었는가하는 자신의 경험담이 보태지기도 하고,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외면하거나 회피했던 어머니나 가족에 대한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들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성폭력 경험에 대한 격렬한 고발이나 터져나오는 울음으로 시작되는 작은말하기가 차분하게 잦아들면서 지지와 공감, 해결책과 빛나는 성찰로 끝맺는 과정은 자리가 파하도록 긴 여운이 있다.
작은말하기의 긴 여운만큼이나 새벽까지 이어지는 뒷풀이도 작은말하기의 소문난 재미이기 때문에, 이번에 한 참가자분은 뒷풀이에 참가하기 위해 직장에서 반차를 내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말하기의 뒷풀이도 두런두런 떠들면서 새벽2시까지 이어졌다.
이번에 참가자분들 중에 여성학을 전공하는 나 이외에도 언어치료를 전공하는 분도 계셨고, 여성학이나 페미니즘 문학을 전공하겠다고 밝히신 분들도 계셨다. 성폭력을 경험한 많은 생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거나, 혹은 다른 성폭력생존자를 돕기 위해 여성학, 심리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을 전공하게 되는데, 이번 작은말하기를 마치면서 나의 물음은 ‘왜 성폭력의 경험은 사람들을 앎의 욕구로 이끌어 내는가? 이러한 욕망들은 자신의 무엇을 변화시키는가?’였다. 그리고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이야기한 결과를 자신의 성폭력 경험과 교차하여서 엮어낸 생생한 ‘리얼생존스토리’가 책으로 발간된다면 무척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말하기 사회자|보짱
말하고 있는 이
눈 뜬이와 감은이
다음 작은말하기는 5월 마지막주 수요일(27일)에 있습니다. 참여 전에 참여신청 꼭 당부드립니다. 그때 또 만나요!
[이 게시물은 상담소님에 의해 2009-06-17 11:32:33 활동보고에서 이동 됨]
댓글(4)
오오홋~~ 내얼굴이...................실.리.다.니 아자자.....^^
아아 님. 저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매번 잔잔한 감동을 느낍니다. 감동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을 별로 알지 못했었는데, 아마 참여자들과 이야기 하는 그 공간에서 나누는 마음들이 정말 감동인것 같습니다. 이번 5월 마지막주 수요일에도 열립니다. 저도 처음에 궁금함 하나만으로 참여했었습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와서 직접 보고, 느끼고 그렇게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갑니다. 매달 작은 말하기가 열린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따듯해집니다.
작은말하기 참 좋은 공간 같네요. 달가루님의 글을 보면서 다음엔 갈 수 있을까? 용기를 내어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