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한 이야기: 1년 365일 연습중>
‘어이쿠. 사회라니. 어쩌지.’
리무의 전화를 받고 3초정도 갈등을 했다.
순간 누군가 어진으로부터 들었다던 “사회자는 그저 잘 들어주면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요. 제가 하죠 뭐.”
이리 쉽게 수락을 했건만. 어이쿠야. 이젠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작은말하기에 다녀오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건만 오늘은 날씨부터가 수상쩍다. 춥고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다들 조금씩 늦겠거니 생각하며 까페 문앞에 섰는데 어이쿠나. 나만 빼고 다 와있네.
착한 여자 콤플렉스는 이제 그만. 난 내 고유의 목소리를 내겠어.
이번엔 오롯이 내 의지로 선택하고, 감행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겐 내 행동이 결코 아름다워보이지 않았을텐데 아무도 날 비난하지 않았다.
다들 잘 견뎌주었다.
조용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곳 구성원들은 내가 가졌던 것과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나의 충실한 거울이 되어주고 있다. 변화를 위한 연습의 필요성을 여러번 강조하던 그녀들은 오늘 나의 불편한 행동이 오랜 연습 후의 첫 실천이었음을 알고 있었을까?
짐에서 해방된 후의 이 쾌감을 그 자리에서 말하고 공유하고 싶었지만 그녀들이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발짝 뒤로 물러서있기로 했다.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던 들어주기 연습도 이만하면 오늘은 꽤 잘 되었구나. 혼자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지금의 내 모습 이대로 편하게 숨쉴 수 있는 유일한 곳.
기꺼이 위험과 수고를 감수하며 나만의 맞춤형 무릎팍도사가 되어주는 구성원들. 이곳에 다녀갈 때마다 신기하게도 내가 가진 문제들이하나씩 해결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곳이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로 잘 가꾸어지고 보존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