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울지 않았으면... _밤의아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내게 사회를 하지 않겠냐는 권유는 겁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 난 인간으로 살아가기 연습을 해보자는 생각이 강할 때므로 조금 망설이다가 일단 해보기로 했다. 작은말하기는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비교적 안전하게 느껴지는 모임이니 여기서가 아니면 또 어디서 이런 연습을 해볼까 싶기도 했다. 그냥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도록 들어주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가볍게 마음을 먹으려고 했는데, 역시 사회는 힘들었다. 그냥 참가자로 참여할 때와 달리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도 어려웠고 그래서 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사회를 보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이끌어나가는 것도 너무 힘들고... 아유! 사회 한번만 봐도 되니까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절로 나왔다.
중간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마무리하는 시간에 서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할 때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끝이 좋으면 모든 게 다 좋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늘 작은말하기는 예전에 만났던 반가운 얼굴과 새로운 얼굴들이 있는 모임이라 좀 더 특별했는데 올 생각이 없었는데 지나가다 들어왔다는 반가운 여배우님과 요즘 다큐영화 <놈에게 복수하는 법> 홍보로 열심인 아오리(영화 정말 좋아요~), 보짱, 작년에 담당자였던 어진 등 보고 싶었던 얼굴들이 반가웠다.
한동안 작은말하기에 뜸했던 분들이 다시 나오게 되는 이유는 뭘까? 나 역시 작년 여름 이후로 잘 안 나오다가 올해 봄부터 다시 뜨문뜨문 나오기 시작했다. 나만 생각해보자면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내 마음을 더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내편인 듯 한 사람들의 지지와 경험 나눔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오늘 처음 나오신 분을 보고 나는 마음이 많이 쓰였다. 3년 전 내가 처음 나왔을 때가 생각나서일 것이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혼자 방안에서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지? 라고 울던 나. 그때 작은말하기 모임에 와서 나도 모르게 울며 이야기하며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찌질 하고 못나게 느껴지는 내가 있는 그대로 수용 받는 느낌을 받았었다. 언제나 생각해보면 그때부터가 내가 ‘나도 인간이니까 조금은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시작인 것 같다. 그 방법은 아직도 멀리멀리 찾아가고 있지만. 그래서 그때 내 이야기를 좀 길게 하게 되었다. 혼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기 때문에.
혼자서 미치도록 되새기지 않고, 상처와 아픔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서로 마음을 가능한 나누고 경험도 나누고 그러면서 정보도 얻고 지지도 받고 어쨌든 방에서 혼자 울지 않는 것. 그게 작은말하기에서 내가 얻었던 가장 큰 것이다. 오늘도 얻었고 다른 분들도 얻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번 나와서 이야기한다고 짠, 하고 달라지는 건 물론 없다. 하지만 이야기하면 무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있고 지금도 생기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또 다른 무언가를 해볼 힘이 생기기도 한다.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아, 그냥 이런 것 저런 것 다 떠나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방에서 혼자 맷돌로 심장을 갈리는 것 같은 아픔을 참으며 혹은 두려움을 견뎌내며 혼자 우는 밤이 하루 정도 줄어들고 온기와 빛과 사람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여기에 발걸음을 하는 큰이유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이 모임이 나의 가장 큰 아픔, 우리라고 말해도 된다면 우리의 가장 큰 아픔을 제일 솔직하고 안전하게 말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곳 중 하나니까.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언젠가 꼭 지속가능한 평화가 오길.
댓글(2)
저도 -작은 모임 - 에 참석할수 있을까요? 그럴수만 있다면, INFORMATION 주시겠어요
6월 30일 네번째 작은 말하기가 열립니다. 궁금하신것 언제든지 문의주세요 ^^ 담당자: 리무_ 02-338-2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