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여섯번째 작은말하기] 들어줘서 고맙습니다_ 리무
- 201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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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이야기 감사해요.
우리 비가 많이 오는 날 만났어요.
사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다들 안오신다고 하면 어쪄지,
제가 아는 몇몇 분들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도 거의 오기 힘들다는 대답을 들었거든요...
그런데, 웬일? 오후가 되니 정말 거짓말 처럼 비가 그쳤어요.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시원하기 까지 하고요.
저는 작은 말하기를 하는 날에는 옷을 꼭 챙겨 입습니다. ㅎㅎ
왠지 긴장도 되구요.
오늘도 마찬가지였어요. 준비를 다 마치고도 뭔가 어정쩡한 기분으로 7시가 되었고,
귀중한 이야기를 들으러, 꺼내놓으려 오신 분들이 모여 앉았습니다.
이전 작은 말하기의 오랜 참여자 분들의 자리를 뉴페이스 분들이 채워 주셨구요.
그래서 진행을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진행은 떨리더라구요.
참가자로 있을 때에는 주변도 살피고, 흐름도 살피고, 이것저것 챙길 여유가 있었는데
딱 앞만보이고 머릿속이 멍해지더라구요.
시작 후 약간의 침묵이 흘렀는데 이걸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아마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어서였나 봐요.
8월의 작은말하기에서는 드디어 제가 이전에 자꾸 꺼내놓으려 했던
이야기를 할수 있는 용기가 드디어 생겼습니다.
머릿속이 멍했습니다.
사실 제가 꺼낸 이야기는 데이트, 술, 폭력, 성폭력, 이별, 자존심과 이기심이
한데 섞여 있는 이야기여서
이런 주제를 꺼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음.. 이야기를 하는데, 아 이런 느낌이구나. 뭔가 속살 이 드러나는 느낌.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에는 정말 발가벗겨져서 무대위에 선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 날카롭게 다가오더라고요.
물론 긴장된 시간 뒤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고,
또 내 자신이 사건에서 멀어져 나올 수 있게 되었어요.
아직은 힘들지만. ^^
저 말고도 작은 말하기를 빋고 이야기를 꺼낸 다른 분들도 아마 저 같았을 것 같아요.
두려움 반, 기대 반...
오늘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어요.
우리의 핵심문제가 되오던 어릴적 성폭력, 엄마와의 관계, 가해자에 대한 분노 뿐 아니라
다른 폭력, 소수자, 가해자에 대한 용서와 양가감정, 사회나 직장에서의 시선등 주제가 넓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늘 공감받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했구요.
그날 만난 작은 말하기 식구들,
그리고 마음 만으로도 함께 해준 작은 말하기 식구들.
9월에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