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말하기
2010년 끝에서 두 번째 이야기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누구는 차가운 겨울을 좋아하지만, 누구는 걱정부터 앞서지요.
아, 핫 팩 10개 묶음 하나 사 놔야겠네.
저는 겨울을 싫어해요.
더위는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서늘한 바닥에 누워 있으면 그만이지만,
겨울에는 정말이지,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데,
그러면 그럴수록 코가 시리거든요.
옥탑에서 지낸 3년.
아무리 껴입어도 대충 지어진 벽 사이로 바람이 슝 슝 들어올 때는 감기도 같이 들어옵니다. 그 뒤로는 겨울에 한번은 양반이고 세 네 차례 감기가 걸리는 통에 괜히 억울한 심정이 들어 병원에도 안가고 끙끙거릴 때가 있습니다.
2010년 끝에서 두 번째 열린 10월의 작은 말하기는 올 해 들어 제일 추운 밤에 열렸습니다.
그래도 따뜻함이 묻어 있는 얼굴들 덕분에 카페가 훈훈했더랬죠. 그래요. 안보면 서운한 분들이 오셨어요. 늘 익숙해오던 공간 사이애가 없어져 버려 걱정했는데, 상담소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 [디핑:dipping]을 찾았고, 그곳에서 처음 열리는 작은 말하기라 다들 못 찾아오시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제 눈에 띄어, 혹은 제가 보낸 문자에, 아니면 정말 소식을 우연찮게 듣고 잘 찾아 오셨습니다.
좁은 공간, 또 다른 얼굴, 아주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도 발견했지요. 아마, 그분은 아실까요? 예전 당신을 처음 봤을 때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성장했다는 걸. 그래서 잠깐 질투도 났어요. 나도 내 시간을 나와 만나는데 더 쓰고 싶어서, 그리고 그러지 못하는 것이 속상해서. 누구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죠. 누구는 무언 갈 배워갔겠죠. 누군가는 당신을 깊이 축하해 줬을 겁니다.
그리고 힘들 텐데, 어렵게 자기 이야기를 해준 그분에게도 고맙다는 이야길 하고 싶어요. 한달 전 9월의 작은말하기에서도 지금도 당신을 지탱하고 일으키는 끈을 보았어요.
자꾸 재촉하는 마음이 들 때, 그리고 그들과 나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을 때, 또 혼자 외로워 질 때, 속으로 되뇌입니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고, 그리고 서로 다른 걸음걸이로 각자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언젠가는 나도 나의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을 거라고.
자꾸 엄마가 생각나네요. 요즘 들어 부쩍.
차가운 공기에 실리는 그때 그 냄새가 나서
합정역사거리에서 엄마 병원으로 향하던 빨간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그립도록 그리울 때가 왔어요.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보호해주고 나를 지쳐주고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나에요. 이걸 아는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많은 것을 잃었죠.
한 해, 한 해, 나아져야 하는데 올해는 조금 힘 드려나 봅니다.
물에 들어가야 수영을 배우는 거니까, 익숙해지면 괜찮겠죠.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