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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짱] 11년 동안 수감된 김○○, 국가는 그동안 뭐했나
  •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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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수감된 김○○, 그동안 국가는 뭐했나
처벌 수위 높이는 것으로 예방 안돼... 가해자 치료에 적극 나서야
10.03.11 09:22 ㅣ최종 업데이트 10.03.11 09:22 이은심 (eunsim77)

지난해 9월,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상해를 입혔지만, 감형을 받아 언론에 공개되면서 전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던 일명 '조두순 사건'이 발생하였다. 범죄 수법의 잔혹성이나 어이없는 감형 판결 등으로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던 이 사건 이후, 정부와 국회는 아동성폭력 예방대책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여야 의원들에 의해 20개의 입법안이 쏟아졌지만, 모두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을 뿐 통과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사실 이 입법안들 대부분이 여론에 편승하여 구체적인 검토없이 생색내기용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입법 제안 이후 법안 통과까지 성실하게 책임지는 국회의원조차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단지 통과되었다고 해서 성폭력이 예방될 수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렇듯 정부와 국회가 뒷북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큰 사건이 터지고 난 후 무책임하게 여러 가지 법안을 쏟아내기만 할 뿐,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사이, 또 다시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였다.

 

전자발찌· 화학적 거세 등이 성폭력 예방한다면...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대상 성폭행범 처벌 강화와 법개정을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지난해 10월 10일 저녁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100여명의 누리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조두순사건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각에서는 또 다시 전자팔찌와 화학적 거세 등의 극약처방을 들고 나오며, 전자팔찌가 시행되기 이전의 성폭력 가해자들까지 이 법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일명 '화학적 거세'의 경우, 대부분 가해자의 자발적 동의 하에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 거세와는 달리 약물 중단시 이전 상태로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에 여러 가지 의문이 있다.

 

전자발찌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인권침해 등의 많은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에 비해 아직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입증된 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극약처방은 성폭력범죄의 처벌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가의 형벌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오히려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김OO가 여러 번의 성폭력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항소심에서 감형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OO는 1997년 폭력 등으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에 9세 여아에 대한 강간미수로 징역 5년형을 처벌받았으나, 항소심에서 3년으로 감형되었다.

 

또한 2001년 출소한 지 1달반 만에 30대 여성을 9일 동안 감금하여 성폭력을 저질러 징역 12년형을 처벌받았으나,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 8년형으로 감형되었다. 이렇듯 계속되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항소심에서 감형되는 사례들은 항소를 하면 형을 감형할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

 

그러므로 형량을 높이는 등 입법상으로만 강력한 처벌을 내세우기보다는, 실제 판결과정에서 성폭력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11년 동안 수감된 동안, 국가는 뭐했나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양(13)을 납치 살해한 피의자 김○○(33)씨가 10일 오후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에서 검거돼 사상경찰서로 압송된 가운데 한 시민이 손을 들어 피의자를 때리려 하고 있다.
ⓒ 뉴시스
부산여중생살해

김OO는 2건의 성폭력범죄로 인해 총 11년 10개월 동안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러나 1997년 첫 번째 범죄 이후 출소 1달여 만에 2001년에 다음 성폭력범죄를 저질렀으며, 두 번째 범죄 이후에도 7개월만인 2010년에 참혹하게 살해된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포함하여 2건의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11년 동안의 교도소 생활은 김OO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현재의 성폭력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체계는 감시와 처벌로만 점철되어 있으며, 가해자를 변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가해자를 사이코패스나 정신이상자로만 취급하는 태도는, 그들을 이 사회와 분리된 별종으로 취급함으로써 성폭력범죄의 책임을 그들에게만 전가한다. 그러나 가해자 또한 우리와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계속해서 심각한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가해자를 양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폭력에 대한 둔감한 감수성을 바꾸지 않는다면 성폭력은 예방될 수 없다.

 

성폭력 범죄 예방, 독한 '한방'으로 안 된다

 

1970년대에는 캐나다도 한국처럼 흉악한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분노에 찬 여론이 들끓었으며 그때마다 처벌 수위를 높였다. 그럼에도 성범죄 발생률은 낮아지지 않았으며, 성범죄 발생율은 오히려 5% 증가하였다. 처벌만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캐나다 정부는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가해자 치료에 적극 투자하였으며, 현재 캐나다는 성범죄 재범률이 가장 낮은 국가로 꼽힌다.

 

캐나다 정부가 성범죄자 60명을 치료하기 위해서 매년 투자하는 금액은 20만 캐나다 달러(약 2억2000만원)이다. 물론 이 액수는 매우 어마어마한 액수이지만, 1년 동안 성범죄자를 1명 가두는 비용과 맞먹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여성신문 2010년 3월5일자).

 

그러나 한국의 경우 성폭력 범죄자를 변화시키기 위한 예산 자체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프로그램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또한 가정폭력가해자의 경우 법원수강명령 등을 통해 교육이나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성폭력 가해자의 경우 이러한 법원수강명령조차 도입되지 않은 실정이다.

 

성폭력범죄자를 변화시키는 일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추진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1회적인 극약처방만을 제시하는 근시안적인 사고가 오히려 성폭력을 양산하고 있다.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만병통치약인양 강력한 처벌방안만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