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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짱] 한국여자들도 '낙태선박'에 타길 바라나
  • 2011-06-15
  • 2811
한국여자들도 '낙태선박'에 타길 바라나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무분별 낙태고발 조치의 위험성
10.02.03 21:04 ㅣ최종 업데이트 10.02.04 10:54 이은심 (eunsim77)
2010년 2월 3일 오전 10시, 불법 낙태 근절운동을 벌이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진오비)는 낙태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병원 세 곳을 고발조치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태아의 소중함을 주장하면서 불법낙태를 강력하게 근절하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행보는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의 절박함과 위급함을 외면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을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재생산 주체로서 인정하지 않으며, 단지 아이를 임신하는 도구로서만 바라보는 것이다.
 
간호사였던 데미 무어가 하혈하면서 죽은 이유
 
  
▲ 영화 더 월 영화 더 윌
ⓒ 더 월
더 월
영화 <더 월>을 보면 데미 무어가 간호사임에도 낙태할 병원을 찾지 못해서, 무면허 의료시술자를 찾아갔다가 하혈하면서 죽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데미 무어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배를 잡고 뒹구는 영화 장면만큼, 낙태권이 인정되지 않을 때 여성의 안전이 얼마나 위협받을 수 있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없다.
 
최근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담론이 활발해지면서, 1960년대 급진적 페미니즘의 선명한 구호를 담은 이 영화는 이제 진부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낙태시술병원에 대한 고발조치와 정부의 불법낙태 강력단속조치는 이미 사회적으로 보장된 것으로 여겼던 여성의 몸의 결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다시금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마치 참정권 투쟁을 위해서 거리로 나섰던 여성들을 바라보는 것만큼 낯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의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일천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낙태선박'이 필요할지도
 
  
▲ 더 월 데미무어가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
ⓒ 더 월
더 월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에게라도 인생에 한번쯤은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여성의 결정권 역시 존중해야 합니다. 그것을 돕는 게 제 일의 목적입니다."
 
네덜란드의 급진적인 낙태옹호단체 '위민온웨이브스'(WoW) 대표인 레베카 곰퍼르츠(41)는 낙태가 금지된 나라를 직접 찾아가서 '낙태선박'에 여성들을 싣고 공해로 나간 뒤 약물을 이용한 임신 중절 시술을 한다. 곰퍼르츠는 한때 환경보호를 강조하기 위해 과격한 시위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린피스 선박에서 주치의로 일하기도 했다.
 
그와 동료 의사들은 2001년부터 아일랜드·폴란드·포르투갈 등으로 가 여성들에게 'RU486' 같은 응급 피임약을 처방해 왔는데, 아일랜드에 처음 간 날은 여성 200여명으로부터 '제발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네덜란드와 가까운 아일랜드와 폴란드 등 유럽에서 주로 활동해 온 그는 앞으로 활동 범위를 남미와 아프리카로 넓힐 계획이다. 해마다 200만건의 불법 낙태 시술이 이뤄지는데, 그 중 개도국이 97%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은 해마다 7만명이 불법 낙태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한다. - <한겨레신문> 2007년 11월 16일자 기사
 
레베카 곰퍼르츠의 말은 생명의 소중함을 주창하면서 오히려 여성의 몸과 생명을 위협하는 낙태고발 조치를 하고 있는,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연 낙태를 하고 싶어서 하는 여성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산부인과의 문을 두드리면서 많은 여성들이 몇 번이나 발길을 돌리며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자유롭게 피임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낙태만을 문제삼는 것은 여성의 몸의 결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여성들을 위험천만한 무면허 의료시술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과거 유럽에서 전면적 낙태금지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많은 여성들이 낙태시술을 위해 국경을 넘었으며, 무면허 낙태시술 중에 목숨을 잃었다. 이제 유럽에 이어 한국도 레베카의 '낙태선박'의 방문을 받을 것이며, 많은 여성들이 동남아국가로 무면허 낙태시술을 받으러 가는 위험을 감수할 지도 모른다.
 
낙태는 여성 자신이 선택해야 할 문제
 
지난 2007년 멕시코시티에서는 임신 12주 이내에 있는 모든 여성에게 낙태를 허용하는 낙태허용법이 의회를 통과했고, 2008년 대법원에서 멕시코시티 법안을 합법으로 인정하였다.
 
하지만 멕시코시티를 제외한 다른 주에서는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종교계 및 보수단체가 낙태허용법에 거세게 반발했으며, 현재 17개 주에서 법 개정을 통해 "임신 순간부터" 태아를 인격체로 인정함으로써 여성의 낙태를 범죄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일부 여성들은 낙태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이에 멕시코 19개 주의 35개 단체와 멕시코시티의 55개 단체의 활동가들, 총 170여 명의 개인활동가들은 2009년 12월 5~6일, 멕시코시티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전국포럼"을 개최하고 "생명과, 자유 그리고 여성의 권리에 대한 협약"에 합의하였다.
 
  
▲ 호주 시위 장면 낙태권 주장 시위
ⓒ brisbanetimes
낙태권
 
이러한 멕시코의 상황은 비단 멕시코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곧 다가올 한국의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종교계 및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여성의 낙태를 전면금지함으로써, 여성의 몸과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후퇴시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낙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 자신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다. 여성의 몸과 재생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여성은 원치 않은 임신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낙태시술을 하는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해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들을 개선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여성들이 피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평등한 관계가 가능해야 하며, 비혼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한부모가족 아이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또한 양육의 책임도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과 국가,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