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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 아동성폭력예방,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 2011-06-15
  • 3351

성폭력의 근본적인 대안 찾기

 

아동 성폭력 예방,

인권에 대한 감수성부터 길러야

 

글|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조직국장

 

최근 연일 보도되는 아동 성폭력사건을 접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충격의 파장이 크다. 국민들은 아동 성폭력 가해자의 끔찍한 범죄 행위에 공분하고, 동시에 ‘무서운 세상’ 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분노와 불안 속에서 정부와 국회는 성급히 성폭력관련 법 개정안들을 우후죽순으로 쏟아냈다.

지난 3월 국회본회의에서는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 부착가능시간을 10년에서 30년으로 상향조정하고 재범자뿐 아니라 초범자에게도 부착가능하게 하는 개정 법률안1)이 통과되었고, 6월에는 일명 ‘화학적 거세법’이라 일컫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2)이 통과되었다.

 

 

 

아동 성폭력, 강력한 처벌만이 답은 아니다

그러나 면밀한 검토 없이 성급히 추진되고 있는 성폭력가해자에 대한 이런 강경책들이 아동 성폭력 예방 및 근절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처벌이 강력해지면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의 안이한 기대 안에서 강행된 이번 개정안들은 성폭력을 발생하게 하는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사회문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성폭력을 특정 몇몇 개인의 정신적 결함의 문제로 보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대책은 위험통제를 위해 개인의 신체와 정신을 억압하는 정부의 규제적 경향을 강화할 뿐 아니라, 화학적 거세의 경우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강제적 처분으로 도입됐다는 점에서 인권침해의 소지도 다분하다.

게다가 가해자를 엄벌하는 방식의 성폭력예방 대책은 아동 성폭력범죄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인지, 또 어떤 부작용을 낳을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러한 강경책을 적용받는 성범죄 가해자 비율도 매우 낮다는 점도 문제다. 성폭력 고소율이 7.1%, 고소된 사건 중 기소되어 재판에 회부되는 비율이 40%, 그 중 실형판결이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러한 ‘대책’ 과 만나는 가해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성폭력 범죄의 강력처벌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과연 그 강력처벌이 실제로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가를 보다 차분하게 따져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부터 없애야

아동 성폭력은 소위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몇몇 정신이상자가 우발적으로 또는 성충동을 이기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통념에 불과하다. 실제로 아동 성폭력피해는 낯선 정신이상자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보다 가족, 이웃, 교사 등 주위의 ‘정상적인’ 사람에 의해 계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성폭력은 정신이상자인 특정한 개인 몇몇의 병리적 행동이라는 통념은 다수의 성폭력 피해경험을 비가시화시키며, 실제 수사 과정이나 판결에도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그동안 재판부는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나고, 우발적인 범행이었으며, 욕정이 일으켜져 그랬다.”는 말을 판결문에서 관용어구처럼 반복하며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재생산했다. 기소된 성폭력 사건 중 약 20%만이 실형판결을 받고 있는 현실은 재판부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수용한 결과이다.

성폭력은 정신적, 심리적 문제가 있는 몇몇 사람이 성충동이 이기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힘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과 아이, 부하 직원이나 학생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책만으로는 성폭력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고 성폭력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성폭력 근절, 예방대책을 간구한다면,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통념을 반영하여 극소수의 재범자에게 극단적인 형을 부과하는 강력처벌보다 그러한 통념을 거두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성폭력을 발생하게 하는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사회 문화 구조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피해자에 대한 비난 때문에 신고를 주저했던 피해자들의 신고도 늘어나고,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 처벌도 강화될 수 있다.

 

 

아동 성폭력,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답이다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와 구조의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무엇보다도 강자의 약자에 대한 폭력을 묵인하고 더 나아가 용인하는 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어른이 아이에게, 남성이 여성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직장상사가 직원에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가하는 폭력이 허용되는 사회에서 성폭력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성폭력 가해자는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이 성폭력 가해자가 된 배경에는 성차별과 폭력을 묵인하는 사회가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가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 구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깊은 성찰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성폭력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놓아도 제2의, 제3의 가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어렵다.

폭력적인 사회 문화와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폭력이 우리 일상과 문화에서 발생한다는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성폭력이 타인의 신체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범죄임을 알고, 나와 타인의 인격과 신체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높여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나와 나 자신, 나와 타인과의 관계가 구성되는 맥락을 성찰하고 이들과 함께 평등하고 상호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개개인이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각각의 위치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면,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도 가능할 것이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 그것이 아동 성폭력 예방과 근절의 답이다.

 

1)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가.  성폭력범죄를 저질렀으나 2008년 9월 1일 이전에 제1심판결을 선고받은 등 현행법으로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이 법 시행 당시 형 집행 중이거나 형 집행의 종료 등이 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성폭력범죄자에게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요건과 절차 등을 마련함(법률 제9112호 부칙 제2조 신설).

나.  성폭력범죄로 인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명령 청구요건을 완화함(제5조제1항).

다.  법 적용대상이 되는 특정범죄에 살인범죄를 추가함(제2조 및 제5조제3항).

라.  부착기간의 상한을 현행 10년에서 법정형에 따라 최장 30년까지로 상향 조정하고, 부착기간의 하한을 법정형에 따라 1년 이상 등으로 하며, 특히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범죄인 경우에는 부착기간의 하한을 2배로 가중함(제9조제1항).

마.  피부착자는 부착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보호관찰을 받도록 함(안 제9조제3항).

바.  피부착자의 준수사항에 주거지역의 제한을 추가하고 7일 이상의 국내여행이나 출국을 허가사항으로 하며, 피부착자가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그 밖에 사정변경이 있는 등의 경우에 법원이 부착기간 연장이나 준수사항의 추가·변경 또는 삭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제9조의2, 제14조 및 제14조의2).

사.  보호관찰소의 장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집행과 피부착자의 재범방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의 부과 등을 전담하는 보호관찰관을 소속 보호관찰관 중에서 지정하도록 함(제32조의2).  

 

2)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

가.  제명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으로 수정함.

나.  약물치료의 적용 대상자를 16세 미만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만 19세 이상의 사람으로 함.

다.  약물치료는 의학적으로 알려진 것이고 과도한 신체적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 요건 등을 갖추어야 함.

라.  약물 치료를 출소 2개월 이내에 집행하고, 치료기간은 15년 이내로 하며, 필요한 경우 연장을 할 수 있도록 함.

마.  법원은 치료기간을 정하여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하되, 선고를 받지 아니한 성폭력 수형자의 경우에는 결정으로 치료명령을 하도록 함.

바.  치료명령 청구는 이 법 시행 전에 저지른 성폭력범죄에 대하여도 적용함.

댓글(1)

  • 윤정
    2012-09-05

    위의 글도 일견 맞는 말이고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하는 부분은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동성범죄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은 강하게 처벌해야만 한다. 왜 우리나라는 다른건 다 외국 선진국을 따라가려고 노력하면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고 용인되어서도 안되는 문제에 있어선 이렇게 관대한걸까??? 예를 들자면 음주운전 같은건 잠재적 살인행위나 다름없고 근절되어야 마땅한 일임에도 벌금이나 형량 등 법적인 구속력이 턱없이 낮고 약한것은 왜일까? 이와 마찬가지로 아동섬범죄나 cctv설치 문제등에 대한 대처나 범죄예방을 위한 조치는 인권을 따지면서 누구하나 강력한 조치를 말하지 않는다. 아니 입을 굳게 다물고 조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상을 바꿔야 하는건 맞지만 내가 보기엔 현실과는 너무 멀어져보이는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는게 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