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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할 수 있어 오히려 축복이 된다는 주혜정 회원님!
  • 2008-03-19
  • 3704
이달의 회원! - 주혜정
 
interviewee 주혜정 회원님
interviewer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3월 첫 주, 주혜정 회원님을 만나러 과천으로 가는 길.
따뜻한 봄바람이 얼었던 나무들을 깨워,
가지가지마다 연둣빛 싹을 틔우느라 한창인 봄날 이었다.
 
산들이 감싸주고 나지막한 집들이 개울 옆으로 들어서 있는 과천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참 부러운 도시였다.

하늘을 가린 아파트와 빌딩들이 만든 그늘을 빠져나와
먼지 하나 가린 것 없는 탁 트인 하늘을 보며
산에서 흘러나오는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
모처럼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면서 기분이 참 좋다.
 
단번에 약속장소를 찾고 나서
스스로가 네비게이션이라며 자뻑에 빠져있을 때, 주혜정 회원님이 나타나셨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죠?  
고생이라니요, 너무 좋았습니다. 과천은 이렇게 나지막한 게 나무도 많고 정말 좋네요.
네. ^^ 저도 늘 다른 데로 가려고 했다가 항상 못가고 여기에 있게 된답니다.
 
   (대문에 달린 멋진 간판! Feelings on the Piano!)
 

 오늘 달았어요, 피아노를 가르치려고요. 오시기 전에 달아서 좋네요. 하하
 
 
- 현관문이 열리자 쪼르르 달려 나오는 강아지 ‘토리’. 시츄인데 넘 귀엽다.
  그리고 앙증맞은 앵무새 ‘아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주혜정 회원님이 과천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이름이 ‘토리’와 ‘아리’여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하신다.

  그리고 실로폰, 피아노, 그랜드피아노에 첼로, 베이스 기타, 기타까지... 악기가 실로 엄청나게 있다. 집 안에!
 
회원님, 어떻게 이렇게 많은 악기를 갖고 계시나요. 집에서 콘서트를 하셔도 되겠어요.
아, 우리 아들이 첼로와 피아노를 그리고 딸이 기타를 갖고 있어서 그래요.
 
 
- 진작 회원님을 알았으면 좋았으련만! (상담소의 한 해 보내기 날 행사, 반성폭력 서포터즈 한해 보내기 날, 등등 출연진 섭외고민 해결되었을 텐데!)
 
주혜정 회원님께서는 2006년부터 상담소와 인연을 맺으셨는데, 월 10만원 회원이시더라구요, 사실 상담소 회비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 점에 위치하고 계십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고액기부를 아낌없이 해 주시는지 알고 싶어요.
2005년 12월에 처음 상담소를 방문하게 되었어요. 제 올케언니(울 상담소 문계진 회원님)가 열림터 정정희 원장님 친구이거든요. 언니가 ‘열림터 친구 달님이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한다’면서 열림터에 있는 학생들 중에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알려 줬어요. 그 당시 저는 좀 무기력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항상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내가 가진 것으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러셨군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난 것이 저에겐 축복이었지요. 그 당시 저는 시간도 있었고 아이들도 다 컸고 해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쉼터에 있는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약간 의아하기도 했는데 열림터 친구들에게 그런 기회가 필요한 면들을 보게 되고, 또 아이들이 밝게 사는 모습을 만나게 되니까 저도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회원님께서 자원활동을 하시려면... 오가는 시간만 세 시간!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재미있었어요. 제게 의미가 있으니까 오가는 먼 길이 휴식으로 느껴졌어요.
  또 아이들이 안 하려 하면 회의가 들었을 텐데 아이들이 열심히 하더라고요. 피아노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여기서 아이들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저에겐 큰 보람이 되었답니다. 적극적이고 특별한 아이들인 것 같아요.
 
열림터 친구들이 좀 많이 밝고 적극적이지요. ^^
예. 제가 하는 일이 보람이 없다면 돈을 벌어도 꾀부리고 할 것 같은데, 열림터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보람을 주었고, 저도 과거 무기력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좋은 일,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날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제 생활이 많이 변했답니다. 그러니 제가 더 축복을 받은 것이지요.
 
 
- 주혜정 회원님은 상담소와 열림터 친구들에게 재능과 후원금을 팍팍 주시고도 당신이 더 고맙다고 하신다. 갑자기 땅에서 만난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ㅎㅎㅎ
 
  문득, 상 위에 놓인 통장이 낯설다. 과천품앗이 통장? 그리고 문 앞 피아노 스튜디오 간판도 무슨 품앗이에서 만들어 주셨다고 했는데, 그것은 뭘까?
 
회원님, 이 통장은 뭔가요.
아, 이거요, 과천 품앗이 통장이에요. 저희들이 대안화폐를 만들어 통장에 금액을 기입하는데 화폐단위는 ‘아리’라고 해요. 품앗이에서는 모든 노동을 똑같이 계산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1시간에 1만 아리로 정해 놓았어요. 예를 들면 제가 도우미 아주머니께 1시간 도움을 받은 것과 제가 1시간 피아노 교습을 한 것이 똑 같이 1만 아리입니다.
 
 
정말 멋진 방법입니다. 노동의 귀천도 없고 모두 평등하게 대가를 받는 것 같아요. 야, 과천 새롭게 보입니다. 정말 못 떠나시겠어요. 그럼 회원님 통장 잔액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열어 봐도 되겠지요.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럼요.

에고, 회원님 품앗이 잔액은 마이너스 3만 아리가 넘는데요. 빨리 피아노 교습생을 모아서 흑자 내시기를 바랍니당.
 
- 주혜정 회원님, 품앗이 통장은 마이너스를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고액 후원회비를 기부하고 계시다니! 코끝부터 또 감동이 밀려오네요. 회원소개 때 마다 항상 감동을 주시니 저희들은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것으로 보답을 해야겠습니다.
 
회원님 남편분인 김준오 님께서도 후원회원이시던데, 회원님께서 압력을 행사하셨는지요?
아니에요, 남편도 예전부터 결연후원 같은 걸 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정보가 없어서 못하고 있었어요. 사실 잘 몰라서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때 열림터 친구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한 개인을 후원하는 것 보다 열림터를 후원하면 될 것 같아 남편도 후원회원이 되었던 거예요.
 
오~ 그렇군요. 이쯤에서 기부와 나눔을 한다는 것이 회원님께 어떤 의미이었는지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교회에서는 십일조 쉽게 하잖아요. 제 생각에는, 성경적으로 맞는 건 오히려 후원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께 드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교회가 부자 되고 사치스러워지니 가난한 사람들, 후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듯해요. 그리고 십일조에 비하면 사실 제가하는 후원은 너무 모자라지요. 필요한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고 함께 살고 있는 이웃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 후원이 더 맞는 일 같습니다.
 
- 주혜정 회원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니 나눔과 후원을 한다는 것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사람과, 또 자연과)에 대한 고민과 사랑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후원하시는 분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김준오 회원님과 주혜정 회원님 두 분 다 열림터 친구들을 후원해 오셨는데, 열림터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제 아이들에게 하는 말과 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생활 속에서 습관이랄까, 컴퓨터하면서 오래 앉아 있지 않았으면 좋겠고, 책을 좀 많이 봤으면 좋겠고요. 물론 멋 부리고 수다 떨고 할 때이지만 마음의 깊이를 만들어 갔으면 하네요.
한편으로 같은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서로 도움이 될 것 같고, 아이들끼리 잘 지내고 열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 많이 하면서 서로 토론하고 맞춰가는 모습 우리 집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아쉽지만 더 하실 말씀 있으시면 자유로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된 모든 것이 감사하고 저에게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상담소에 갈 때 마다, 다는 몰라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열림터에서 제가 알게 된 친구들이 잘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생각할수록 감사해요. 우리의 작은 후원으로 아이들이 잘 생활해 갈 수 있다면 오히려 우리가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맙습니다, 회원님.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토리가 갑자기 카메라 앞으로 걸어오더니 포즈를 잡는다. 너무 귀엽다.
  앵무새 아리가 섭섭하면 안되니까 한 컷.
  첼로, 그랜드 피아노, 피아노, 기타 등등 모두 카메라에 담고
  토리와 주혜정 회원님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주혜정 회원님과 나눈 이야기들을 생각하면서 우리 상담소 회원 한 분, 한 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후원회원 분들이 우리에게 있기에, 상담소의 활동을 팍팍 밀어 주시기에, 기 펴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 높이며 운동해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랑합니다. 반성폭력 후원회원님들~!
  

댓글(5)

  • 거분
    2008-03-31

    오와, 주혜정 선생님. 사진 너무 잘 나왔어요^^ 샘 거리 공연도 너무 궁금하고요 >,< 멋있는 간판도 ㅠ.ㅠ 저도 기회가 되면 샘께 피아노 배워보고 싶었는데! 좋은 때가 오겠지요 헤헷

  • 와우
    2008-03-31

    주혜정님 멋져요^^ 이런 일도 하시는줄 몰랐네요. 저는 과천에서 주혜정님의 파워풀한 길거리 공연을 봤었더랍니다 ㅎㅎ

  • 2008-03-28

    너무 멋지네요. 주혜정 선생님. 과천 대안화폐운동도 너무 멋지고. 간판도 너무 멋지고. 너무 생생하고 즐거운 문장으로 담아주신 여명에게도 감사!!!!! (글 재밌어요!)

  • 김명자
    2008-03-22

    주혜정샘~ 사랑해요~ 하나님께서 무척 기뻐하실 거예요~~

  • 주혜정
    2008-03-22

    이렇게 길게 나오는 줄 몰랐어요. 긴 기사 쓰느라 힘드셨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