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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원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 2013-11-21
  • 3665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어느 날 저녁 5시가 넘은 시간.

 

합정역 어느 따뜻하고 밝은 까페에서 심지원 회원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회원님은 자료집 구입을 위하여 방문하신 계기로 바로 한 달 전에 상담소의 회원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상담소와 회원님과의 인연은 10여 년 전에 지킴이 활동(상담소는 1993년 24시간 위기센터를 만들었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남녀 대학생 ‘지킴이’제도를 실시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남녀 대학생들이 ‘지킴이’로 지원했고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1년에 60여 명씩 활동했습니다. 상담소 지킴이 제도는 여성운동단체에서는 최초로 남학생들을 받아들인 선구적 사례였고 열린 여성조직의 선례라고 평가됩니다. 「성폭력뒤집기­한국성폭력상담소 20년의 회고와 전망」, 한국성폭력상담소 엮음, 이매진, 2011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상담소와의 특별한 인연, 심지원 회원님과의 인터뷰를 이제 시작합니다.

   

지원님은 독일에서 10년 동안 철학을 공부하고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현재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직업윤리>, <인간관계론>, <자아발견과 리더십> 수업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기회가 많다고 합니다. 동성애와 관련한 수업내용이 진행되었을 때의 이야기로 인터뷰가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동성애 영화를 보여주는데 몸을 비비꼬는 학생도 있어요. 더럽다는 말이나 역겹다는 말들이 너무 쉽게 나오더라구요. 제가 <자아발견과 리더십> 과목에서 동성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직업윤리>와 <인간 관계론>에서도 동성애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가 있어요. <인간관계론> 같은 경우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 소수자에 속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엔 소수라는 맥락에서 통하기 때문에 성적 소수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직업윤리> 같은 경우도 어떤 일을 하든지 사회적 소수자들을 만날 수도 있잖아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으면 더 윤리적일 것 같아서 직업윤리에서 함께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자아발견과 리더십> 같은 경우도 그렇죠. 결국에 자기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으면 더 넓은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지원님은 자신이 굳이 찾아가지 않는 한 접하기 힘든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학생들이 꼭 한번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지원님의 실천이 아직 한국의 대학에서는 쉽지 않은 모험인가 봅니다. 얼마 전에 받은 강의 평가에서 ‘<인간관계론>과 전혀 상관없는 것을 강의하고 있다’고 평가한 학생들도 있다고 하네요. 지원님은 이어서 독일에 오래 머무면서 느낀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답니다. 귀국 후에 지원님은 한국도 10년 전에 비해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사회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화제를 바꾸어 지원님의 지킴이 활동을 여쭤보았습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회원님이 철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 상담소와 맺은 인연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동기가 상담소에 이런 활동이 있다고 소개를 해줬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소개해 준 그 동기보다도 오히려 제가 활동에 완전히 빠졌었어요. 영화를 본 기억이 나는데 보통 사람들이 볼 기회가 없고 필름도 구할 수조차 없는 영화를 상담소 영화동아리에서 보여줬어요. 저는 그때 이해를 잘 못하면서도 의식있는 대학생처럼 보이고 싶은 약간의 지적허영심을 채우기도 했던거 같아요. 똑똑한 사람들의 얘기도 들으면서 인문학이 중요하고 여성학이 중요한 학문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여성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근본은 철학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졌죠.”

 

야간활동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는지 여쭤보자 보람된 일이었다고 느꼈다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지킴이 시절을 얘기해 주셨습니다. 10년 전의 이야기로 인터뷰 분위기가 한층 더 무르익었습니다.

 

“4년 동안 지킴이로 활동했어요. 처음 1,2년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갔고 그 다음부터는 느슨해지긴 했지만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지킴이 활동가들과 같이 영화도 보고 술도 먹고 친하게 지냈어요. 대학 친구들보다 오히려 그 때 알게 된 사람들과 가까워지기도 했어요. 그냥 학교를 다녔다면 만날 기회가 없었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그때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지킴이로 활동한 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을 것 같아요. 그 시간을 통해서 여성의 문제, 나의 문제로 시작해서 성소수자 문제 등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런 문제들을 더 가깝게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저의 자아도 성장했고요. 그런 경험들은 방황하던 시절에 제가 붙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기도 했어요.”

 

 

 

 

회원님께 자료 구입하러 오시면서 상담소 회원가입을 바로 하셨던 이유에 대해서 여쭤보자 귀국하면 상담소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꼭 하고 싶었다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독일에서 공부하는 오랜 시간 동안에도 상담소가 회원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마움에 마음이 따뜻해졌답니다.

 

지원님은 마지막으로 상담소 회원으로서 상담소에 바라는 점은, 상담소가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지원님은 의료기술이 여성들의 실질적인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뤄보고 싶고, 계속 여성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고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아직 귀국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생활에 열심히 적응 중이신 회원님의 미래가 정말 기대됩니다. 지킴이 활동부터 시작해 그 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일하고 계시는 전문 분야에서 여성과 이 사회를 위해서 멋진 능력을 발휘하실 회원님을 상담소도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_영, 사진_잇을)

댓글(1)

  • 맘썰렁
    2013-12-04

    지원님! 비록 인터뷰를 통한 만남이지만 정말로 반갑습니다. 저도 상담소 나눔이 출신이라 지킴이 제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요. 혹시 같은 시기에 활동했을 수도 있겠네요. 지원님이 독일에서 하신 공부, 지금 학생들과의 만남 이야기 모두가 아주 흥미롭네요. 꼭 한번 뵐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