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방송보도의 문제점중 빈번히 제기되는 문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입니다. 방송사의 몰래카메라나 위장침입을 통한 보도관행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하여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폭력피해 생존자들은 자신의 피해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와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보도관행과 제작자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인격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성폭력피해 생존자들은 사건보도 과정에서 또 한번의 피해를 입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보도관행을 없애고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로부터 살아나온 생존자로서 존중받고 지지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작 관계자들의 올바른 인식 수립이 시급하다 할 것입니다.
상담소 여성주의 상담팀에서는 공중파 방송 3사의 사건 보도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사건을 다루는 태도와 가치관, 인권침해 여부 등을 조사 분석하는 모니터링 작업을 진행하여 모니터 결과를 바탕으로, 보도프로그램 관계자들에게 실질적 지침이 될 수 있도록 성폭력 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배포하였습니다. 자료집구입문의 : 02-338-2890, 5,000원
성폭력관련 보도과정에서의 2차피해 모니터링
"상담현장에서 만나온 피해자들은 자신의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피해당시와 마찬가지로 주체적 권리를 침범당하고 도구화되는 느낌이며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 이라고 호소합니다.
보도 프로그램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접근은 특히, 피해자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키게 됩니다. 미디어는 피해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공감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적 절차를 통해 피해사실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본 상담소에서는 ‘피해자의 심리와 어려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성폭력에 대한 남성중심적이고 왜곡된 인식을 기반으로 취재원인 피해자와 사건을 다루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재생산-강화되며, 피해자가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당하고 고통을 겪는 것’을 보도과정에서의 2차피해로 정의하고, 성폭력관련보도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였습니다.
2002.1.1~2003.9.30 기간 동안의 방송3사(SBS, KBS, MBC)의 보도프로그램에서 다뤄진 성폭력사건 중 2차 피해가 발견되어지는 47사례를 중심으로 보도상에 나타난 피해자 인격권 침해 문제, 보도 기사 선택기준의 문제, 서술방식의 문제, 남성중심적 보도의 시각과 태도의 문제를 살펴보았으며, 아래의 내용으로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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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과정 전반에서 나타나는 피해자의 소외와 권리침해의 문제를 최소화시키고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도과정에서의 변화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먼저뉴스보도가 가지고 있는 파급력과 그 효과를 고려 할 때, 성폭력에 대한 보다 책임있는 접근과 보도 태도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성폭력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성폭력 사건 자체에만 초점을 두어 다루기보다는, 성폭력이 발생가능한 우리사회의 사회/문화적 토대들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보도접근을 통해, 일반사회에서 역시, 사건에 대한 관심에서 나아가 우리사회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개선을 유도하고자 하는 보다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인권침해 사안으로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해를 갖고,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보다 세심한 보도접근 태도가 요구됩니다. 또한 방송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피해 자체에만 초점을 둔 보도접근이 아닌, 피해자의 권리회복에 초점을 둔 접근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보도과정에서의 피해자 권리회복을 위해서는 또한, 2차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접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피해자의 적극적 권리를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디어로 인해 인격권 침해를 받지 않을 권리, 남성중심적 통념에 근거한 인터뷰 질문을 받지 않을 권리 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권리가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권리라면 두 번째로는 단지 취재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보도내용과 방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권리 등 피해자가 피해를 회복하는 도구로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 역시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폭력 사건을 보도함에 있어 사회일반의 인식을 반영하고 재구성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사회여론을 환기시키고 궁극적으로 피해자의 회복을 도모하는 것은 미디어 정의에도 부합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디어는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공감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적 절차를 통해 피해사실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아래에는 성폭력관련 사건보도에서의 가이드와 성폭력 피해자의 보도과정에서의 권리를 제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지침과 권리들이 확보되어 나갈 때 비로소 2차 피해 없는 성숙한 방송문화 만들기가 가능해 질 것입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보도과정에서의 권리
1. 사건보도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 보호받을 권리
1.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1. 인터뷰 전 보도이후 예상되는 2차 피해에 대해 충분히 설명받을 권리
1. 보도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입었을 때 문제제기할 권리
1. 보도과정에서 무기력하고 나약한 피해자로 보여지지 않을 권리
1. 피해를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생존자로 보여질 권리
1. 남성중심적 통념에 근거한 인터뷰 질문을 받지 않을 권리
1.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영상이나 멘트로 대상화되거나 왜곡되지 않을 권리
1. 성폭력사건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인격적 주체로서 배려받고 존중받을 권리
1. 단지 취재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보도내용과 방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권리
1. 취재와 인터뷰에 응할 권리
1. 취재와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권리
1. 동의없이 인터뷰 당하지 않을 권리
1. 인터뷰는 동의하였으나 언론보도를 거절할 권리
1. 보도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와 비교되지 않을 권리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도과정 가이드
1. 피해자의 이름, 얼굴, 직업, 주거지역 등 피해자임을 짐작 가능하게 하는 내용과 영상 사용에 주의하기
1. 직접적인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드러내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라도 피해자가 드러날 요소들이 있는지 살피기
1. 성폭력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 주변인의 인격권, 사생활침해 가능성이 있는 내용과 영상을 보도하지 않기
1. 성폭력범죄를 취재함에 있어 피해자의 경황없음을 이용하여 사전동의없이 녹음 또는 촬영하여
개인의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기
1.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제 3자로서의 객관적인 입장이란 남성중심적, 가해자중심적일 수 있음을 인식하기
1. 성폭력범죄를 피해자, 가해자간의 사적인 일이 아닌 사회구조적 맥락안에서 해석하고 접근하여 취재하기
1. 가해행위에 대한 지나친 묘사로 피해자를 대상화시키지 않기
1. 인터뷰를 할 때에는 어떤 내용으로 취재할 것인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사전 동의 구하기
1. 방송전 어떤 내용으로 보도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알리기
1. 사건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어려움이나 제도적 문제를 함께 다루기
1. 이미 취재한 경우라도 피해자가 보도를 원치 않을 경우 기사화하지 않기
1. 인터뷰의 편집은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반영하여 피해자의 답변을 왜곡 보도하지 않기
1. 방송전 어떤 내용으로 보도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알리기